[루키=박진호 기자] 이제 마지막 3승만이 남았다. 올 시즌 한국 여자농구 최강의 팀을 가리는 최후의 대결이 펼쳐진다. 지난 6년간 완벽하게 리그를 지배한 ‘독재자’ 우리은행이 사상 최강의 ‘반란군’ KB를 만난다. 

우리은행은 이미 3년 전 KB를 챔프전에서 만나 제압한 적이 있다. 전력면에서 우리은행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던 당시, KB는 1차전을 잡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내리 3경기를 우리은행이 이기며 ‘최강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서로의 장단점이 확연한 상황에서 만나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역대 어떤 승부보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구동성, “상대가 우리보다 더 낫다”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11년째 우승만 하고 있는 사나이’ 위성우 감독이 이끌고 있다. 2012-13시즌 부임 후 올해까지 정규리그에서 무려 167승(43패)을 올렸다. 승률은 8할에 육박(0.795)하고 있으며, 이 기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15승 2패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우리은행이 철저히 리그를 지배했던 독재기간 중 그나마 위성우 감독을 가장 괴롭힌 팀은 KB였다. 지난 시즌까지 5년간, 우리은행을 상대로 10승 이상을 거둔 팀은 KB가 유일하다. 10점차 이상의 완패를 우리은행에 가장 많이 안겼던 팀도 KB였다.

한동안 ‘양궁 농구’로 우리은행을 괴롭혀왔던 KB는 올 시즌 높이로 중무장하며 위성우 감독에게 처음으로 ‘높이의 열세’를 느끼게 했고, 급기야는 위 감독에게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상대 전적의 열세를 선물(KB, 4승 3패 우위)하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러한 KB에 대해 “확실히 우리보다 나은 전력”이라고 말한다. 

챔프전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위 감독은 “그나마 신한은행과 3차전까지 했기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만약 두 경기 만에 끝났으면 우리가 3연패로 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KB의 전력을 높게 평가했다.

‘높이의 농구’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과시하며 올 시즌 승승장구하며 최강의 반란군이 되어 독재자에 대응하게 된 안덕수 KB 감독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 

안덕수 감독은 “센터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상대가 한 수 위”라며 “체력적으로 확실한 열세이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도전하는 수 밖에 없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노련미+체력 VS 경기력+높이
우리은행의 중심은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다. 국가대표급 3명이 버티면서 경기 운영 능력에서 상대를 압도한다. MVP 트로피 수집이 취미가 된 박혜진은 공수에서 팀의 중심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며 공격과 수비에서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코트에서 박혜진이 못하는 건 덩크밖에 없다.

우승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FA자격 획득 후 스스로 ‘고행의 길’을 선택한 김정은은 지난 두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며 인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특유의 공격력은 위력을 찾았고 특히 클러치 타임에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을 도맡았다. 

팀의 맏언니로 곧 불혹을 바라보는 임영희는 이전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다소 떨어진 모습은 있지만 박혜진이 풀리지 않는 날은 어김없이 공격 조율 능력을 보여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 세 명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나탈리 어천와를 적절하게 활용한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수비와 ‘이기는 법을 아는 농구’를 통해 상대를 압도했다.

반면 KB의 강점은 높이다.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이루는 더블 포스트는 올 시즌 WKBL의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WKBL 출범 후 등장했던 더블 포스트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는 조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만 19살에 리그 최고의 센터가 된 박지수는 정상적인 수비로는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됐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변칙적인 골밑 수비를 펼치던 상대들은 KB에게 외곽까지 얻어맞으며 경기를 내줬다. 트윈 타워가 위력을 과시하며 ‘양궁 농구의 원조’임도 증명한 KB다.

다만 높이의 강점을 살리면서 기존에 KB가 구축했던 스피드의 강점은 반대로 약점이 됐다. 양지희의 은퇴와 존쿠엘 존스의 공백으로 높이의 강점이 사라진 우리은행은 강력한 수비에 빠른 트렌지션을 강화하며 KB와는 반대되는 색깔을 보이고 있다.

정규리그가 끝난 후 10일간 경기가 없었던 우리은행은 체력 면에서 KB보다 한수 위에 있다. 한발 더 뛰는 농구, 상대의 높이와 버티는 농구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우리은행에게 체력전은 필수다. 

하지만 체력의 비축과 반대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숙제다. 

연습 경기 등을 통해 경기감각 유지에 만전을 기했겠지만 10일간 경기가 없음으로 인해 떨어지는 경기력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 우리은행 선수들은 매 시즌 챔프전에 직행해 도전자를 기다렸지만 항상 1차전에서 경기 감각을 빨리 끌어 올리는 게 숙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체력에서는 우리은행, 경기력에서는 KB가 우위에 있지만 이러한 강점이 꾸준히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경기 수와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인 안배는 우리은행이 낫지만 매 경기 소모되는 체력 역시 우리은행이 더 크다. 박지수와 단타스 등 장신 선수들과 체력전을 펼치며, 높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발 더 뛰는 수비는 상당한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신한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한 후 두 주 이상 체력 안배를 하며 플레이오프를 준비했지만, 3차전에서 먼저 체력이 떨어진 것은 신한은행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뒤 “박지수는 어려서 그런지 회복이 빠른 느낌이었고,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는데도 KB 선수들 슛은 전부 들어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KB의 경기력 우세도 반전의 가능성이 많기는 마찬가지. 

경기 조율 능력과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우리은행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늘 챔프전에 선착해있던 우리은행은 지난 5번의 승부에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는 1차전을 내준 적이 1번 밖에 없다. 그리고 시리즈를 잃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은행을 대하는 박지수의 자세
이번 챔피언 결정전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박지수다. 박지수의 높이를 우리은행이 제어하느냐 못하느냐가 가장 큰 승부처다. 지난 5년간 자신들의 농구를 하며 상대가 자신들에게 맞추게 했던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농구보다 상대에 맞추는 농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높이와 기량의 강점은 물론 승부욕과 투지 역시 박지수의 대표적인 강점이다. 

김은혜 KBSN 해설위원은 “우리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강한 수비로 상대를 잔인하게 압박해 질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상대 선수들이 이 기세에 밀려 제대로 경기를 하지도 못하고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지수는 다르다.

김 위원은 “눈빛부터 다르다. 우리은행의 적극적인 수비에 질려서 힘들어 하기보다 지기 싫다는 의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은행이 자신에게 승부를 걸면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딪쳐서 극복하려고 한다. 우리은행 선수들도 이런 상대는 처음이다. 막내인 박지수가 골밑에서 그런 자세를 보이니 KB 자체도 올 시즌, 우리은행을 상대로 위축되는 모습이 없다. KB가 우리은행과 상대할 때 다른 팀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수 또한 우리은행을 상대로 평소보다 더 높은 전투력을 자랑한다. 

박지수는 “프로에 오기 전에 대표팀에서 위성우 감독님을 먼저 만났다. 대표팀에서 많은 걸 배웠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위 감독님 앞에 서면 그때보다 더 늘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러한 박지수에 대해 위성우 감독 역시 이미 인정을 한 상태.

위 감독은 이미 올 시즌 중반, “KB를 상대로 여러 가지가 힘들지만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박지수다. 박지수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한국 농구에 그런 선수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상대하는 감독한테는 정말 환장할 일”이라고 했다.

박지수에 대해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실력을 끌어올릴 줄 몰랐다”고 인정한 위 감독은 “우리와의 경기에서 굳이 더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누가 전해줬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놓기도 했다.

박지수가 잡히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KB는 모든 플레이에 정체가 걸리게 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신한은행에게 패했전 2차전은 박지수가 이른 시간에 파울트러블에 걸린 후 퇴장 당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은행 역시 박지수를 상대로 여러 가지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다.

박정은 전 삼성생명 코치는 “정규리그에서 KB전 3승 4패의 열세를 기록하면서도 우리은행은 박지수에 대해 준비한 수비를 다 꺼내들지 않은 느낌이다. 7라운드 맞대결 막판에 임영희가 박지수를 맡는 상황에서 핼프 없이 그냥 일대일에 맡겼다. 분명 트랩 디팬스라던가 다른 수비가 더 있는데 쓰지를 않았다. 챔프전에서 다른 변칙 카드를 분명 꺼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박지수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지수는 멍들고 피가 터지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박지수가 버티자 KB도 버텨냈다.

몸싸움과 스크린, 적극적인 수비는 신한은행보다 우리은행이 한 수 위다. 리그에서 이러한 플레이를 가장 잘 하는 팀 역시 우리은행이다. 박지수에 대한 견제는 플레이오프보다 챔피언 결정전이 더 심해질 것이다. 

다만 곽주영과 같은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이기에 그 방법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가장 큰 변수는 박지수의 활약이다.

우리은행의 핵심, ‘여왕벌이 된 또치’ 박혜진
KB가 박지수라는 ‘인사이드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은행은 만 27살에 리그의 지배자로 자리를 굳힌 박혜진이 버티고 있다.

만 23세였던 2013-14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오르며 ‘여왕의 자격’을 인정받았던 박혜진은 올시즌 ‘위비’의 여왕벌로 우뚝 섰다. 이전까지 임영희와 양지희라는 강력한 조력자들이 도움 속에 ‘우리은행 연합’을 구성했다면 올 시즌에는 베테랑 임영희와 김정은을 리드하며 확실한 ‘또치의 제위’를 선포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리딩, 수비 등 우리은행의 플레이 어디에도 박혜진이 없는 곳은 없다. 출전 시간도 리그 1위. 단순히 코트에 있는 시간만 긴 게 아니다. 출전 시간의 순도가 다르다.

박정은 전 코치는 “교체 없이 많은 경기를 뛴 선수들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코트 안에서 스스로 뛰는 양을 안배하며 체력을 조절했다. 그러나 박혜진은 다르다. 코트 안에서 쉬는 시간이 없다. 심지어 활동폭도 넓다. ‘여자 농구의 박지성’이라고 해야 할까? 체력과 출전시간은 역대 WKBL 선수 중 가장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박혜진에 대한 기대는 항상 정규리그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더 높았다.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안배를 해도 챔프전 쯤 되면 힘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여기까지 오면 박혜진이 해줘야 한다”고 말해왔다.

여전히 위력적인 임영희지만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김정은 역시 챔프전은 이번이 두 번째. 결국 우리은행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박혜진이다. 

박혜진은 지난 2014-15시즌 이후 3시즌 연속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3회 연속 챔프전 MVP를 차지한 것은 박혜진이 최초. 이번 시즌 4회 연속 MVP라는 대기록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입장이다.

이미 정규리그 4회, 챔프전 3회를 차지하며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정규리그 7회, 챔프전 1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MVP 타이틀을 수집한 박혜진. 우리은행이 박지수를 잡아야 하는 것처럼, KB는 박혜진을 잡아야만 한다.

김정은-강아정,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운다
“KB가 창단 후 처음 우승하는 것도 감동적이지만, 데뷔 후 계속 꼴찌만 하던 김정은이 처음 우승을 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정규리그 막판 우리은행 김정은이 했던 말이다. 김정은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우승하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신인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김정은은 소속팀의 에이스 역할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우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을 때도 모든 선수들이 웃으며 기뻐했지만 처음 우승을 경험한 김정은만은 눈물을 쏟았다.

KB 강아정도 마찬가지. 강아정은 정규리그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 중에 “정규리그 1위를 못해도 챔프전이 있으니 괜찮다. 데뷔 후 지금까지 매번 플레이오프를 갈 수 있냐 없냐를 놓고 순위싸움을 했다. 1위 싸움을 하는 지금은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계속 말했던 김정은에 대해서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절실한 건 나나 우리 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정은과 강아정 모두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김정은은 무릎 부상을 안고 시즌을 소화했고, 강아정 역시 발목과 허리가 좋지 않다. 성치 않은 몸으로 리그를 마친 이들은 마지막 3승을 놓고 투혼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앰버 해리스의 변수
우리은행은 챔프전을 1주일 남기고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윌리엄스를 앰버 해리스로 교체했다. 윌리엄스의 무릎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정상적인 경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한 첫해. 삼성생명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해리스는 이후 대체 선수로 WKBL 무대를 밟았을 때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작년에도 나타샤 하워드를 대신 해 플레이오프 직전 삼성생명에 합류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위성우 감독은 “밖에서는 말이 많지만 윌리엄스가 뛸 수 없는 상태가 돼서 바꾼 게 사실이다. 팀 합류 후 1주일도 안 된 상황에 경기에 나서야 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제대로 된 훈련을 거의 못했다. 최소 15분은 뛰어 줘야 하는데 그것도 장담할 수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상대해야 하는 입장의 안덕수 감독은 해리스에 대해서도 확실한 경계를 나타냈다. 신장이 있고, 공격력에 장점이 있는 선수인 만큼 윌리엄스와는 분명 다른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다. 올 시즌 해리스를 상대로는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KB로서는 불안하다.

지난 해 12월까지 중국리그에서 뛰다가 퇴출된 해리스는 이후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성우 감독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해리스밖에 없었다. 작년, 삼성생명에 합류했을 때는 120kg였다고 하던데 그래도 지금은 110kg다. 그거 말고는 작년보다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해리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94년생 라이벌의 빈 틈 채우기
장단점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우리은행과 KB지만 똑같은 고민도 갖고 있다. 주력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양 팀 모두 백업 멤버의 활용폭이 크게 넓지는 않다. 주전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임영희-김정은-나탈리 어천와가 중심을 잡고 있지만 마지막 선발 한 자리가 고민이다. 이 자리를 이은혜, 홍보람, 최은실이 돌아가며 채우고 있다. KB는 심성영-강아정-박지수-단타스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남은 자리를 김보미, 김진영, 김민정이 맡는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은혜와 홍보람이 선발로 나서는 비율은 훨씬 많지만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의 한자리를 맡고 있는 것은 최은실이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식스맨으로 성장한 최은실은 올 시즌 위성우 감독이 가장 성장을 기대했던 선수. 

비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지만 우리은행의 국내 라인업 중 가장 장신이며 내외곽에서 모두 득점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KB는 강아정과 단타스가 부상으로 결장하던 시기,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은 김민정의 역할이 큰 힘이 됐다. 김보미와 김진영도 제 역할을 해줬지만 높이에 장점이 있어 3-4번으로 활용이 가능한 김민정은 지난 6-7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우리은행에게 충격을 가하기도 했다.

최은실과 김민정은 모두 1994년생으로 지난 2013 신입선수 선발회를 통해 WKBL에 입성했다. 이들은 차세대 황금세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1순위로 선발됐던 강이슬(하나은행)은 리그 최고의 슈터로 자리매김하며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강이슬과 함께 신인상을 수상했던 동기 김이슬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지명된 뒤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 됐던 유승희는 이번 시즌을 통해 팀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문하느라 이들보다 프로 입성이 2년 늦었던 김아름(신한은행) 역시 1994년생으로 이들과 동기다.

이들 외에도 구슬(KDB생명), 양인영(삼성생명), 김한비(KB) 등 각 팀에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다.

강아정(KB), 김단비(신한은행), 배혜윤(삼성생명), 이은혜(우리은행), 이유진(전 하나은행), 김유경(전 KB) 등이 배출됐던 2008 신입선수 선발회 이후 가장 주목받았던 2011 드래프티들은 이승아(전 우리은행), 홍아란(전 KB)의 이탈과 김규희(신한은행)의 부상, 이정현(전 KDB생명)의 은퇴 등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다음 세대의 기대주들이 등장한 94년생 동기들의 챔프전 첫 맞대결에서 누가 웃을지에 따라 이번 승부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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