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시즌이 막바지로 향해가면서 각종 수상자들의 윤곽도 대부분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인왕만큼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벤 시몬스와 도노반 미첼의 경쟁으로 압축된 신인왕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다재다능’ 벤 시몬스, 여전히 신인왕 후보 0순위?
시즌 초부터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필라델피아의 벤 시몬스다. 2016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후 부상으로 첫 시즌을 날렸던 그는 이번 시즌 건강하게 돌아와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워싱턴과의 첫 경기부터 시몬스는 18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기록으로 더블-더블 활약을 선보이며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지워나갔다. 이후 연달아 더블-더블을 적립한 그는 시즌 4번째 경기였던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21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까지 작성하며 리그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NBA 역사를 통틀어 데뷔 첫 4경기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는 오스카 로버트슨, 아트 윌리엄스 뿐이었다. 시몬스가 이 기록을 달성한 역대 3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이후에도 시몬스의 신인왕 독주체제는 계속되었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카일 쿠즈마(레이커스) 등도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였지만 시몬스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시몬스는 10월에만 4번의 더블-더블을 포함해 평균 18.4점 9.1리바운드 7.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11월에도 시몬스는 18.6점 9.5리바운드 6.9어시스트를 기록했고 8차례의 더블-더블과 1차례의 트리플-더블을 추가했다. 206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포인트가드 수준의 스피드와 시야, 돌파 능력 등을 두루 보유한 그는 왜 자신이 르브론 제임스와 비교가 되는지를 똑똑히 증명해나갔다. 

그러나 그런 시몬스 역시도 뚜렷한 약점이 한 가지 있다. 데뷔 이전부터 지적받아 오던 부족한 슈팅 능력이 바로 그것. 사실 현재까지 그의 모습을 보면 슈팅 능력은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에 가깝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시몬스는 총 845개의 슛을 시도해 452개를 적중시켰다. 성공률은 53.5%. 얼핏 보기에 매우 훌륭한 기록이지만 사실 이런 기록에는 이유가 있다. 시몬스가 페인트 존을 벗어난 구역에서는 슛을 거의 시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도한 845개의 슈팅 중 무려 738개의 슈팅이 페인트 존 이내 구역에 집중되었다. 그마저도 제한 구역을 벗어난 구역에서 시도한 슛의 성공률은 39.4%에 불과하다. 미들슛은 97개를 시도해 27.8%의 적중률을 보였고 10개를 시도한 3점슛은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쉽게 말해 덩크와 레이업, 골대 부근에서 시도하는 훅 슛 정도를 제외하면 공격 메이드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시몬스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몬스는 이러한 약점보다는 강점이 더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시몬스는 3월 16일 열렸던 뉴욕과의 경기에서 시즌 누적 1000득점 500리바운드 500어시스트를 돌파했는데 이는 역대를 통틀어 봐도 오스카 로버트슨과 매직 존슨만이 해냈던 기록이다. 그의 컴패리즌으로 꼽히고 있는 르브론 조차도 신인 시절에는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 이러한 다재다능함을 무기로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시몬스다. 

 

‘에이스 꿰찬’ 도노반 미첼,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시즌 초부터 치고 나갔던 시몬스의 비해 도노반 미첼의 초반 활약은 미미했다. 10월 7경기에서 22.2분을 뛴 미첼은 로드니 후드, 조 존슨 등 팀 내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평균 9.3점 야투율 32.9%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드래프트에서 전체 13순위로 유타의 유니폼을 입은 그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후드가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하고 존슨마저 부상을 당하자 미첼에게 조금씩 기회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첼은 11월 첫 경기였던 포틀랜드전에서 28점을 폭발시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냈다. 미첼이 좋은 모습을 선보이자 퀸 스나이더 감독도 그에게 꾸준한 기회를 제공했고 미첼은 11월 평균 18.1점 야투율 41.3%를 기록하며 알을 깨고 나왔다. 

이후 미첼은 계속해서 팀 내 입지가 변화되어 갔다. 슬금슬금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이제는 완전히 유타의 공격 코트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12월 이후 4달 연속 월평균 20점을 돌파한 그는 시몬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순식간에 떠올랐다. 

12월 2일 있었던 뉴올리언스와의 경기는 미첼이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떨친 경기 중 하나였다. 이 경기에서 미첼은 무려 41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는데, 이날 활약으로 그는 1981년 38점을 기록한 대럴 그리피스 이후 깨지지 않던 유타의 신인 단일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또한 미첼은 2010-11시즌 블레이크 그리핀 이후 최초로 단일경기 40득점 이상을 기록한 신인으로 기록되었다. 

미첼이 시몬스와 비교해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득점력’과 ‘팀 내 입지’다. 우선 그는 현재까지 평균 19.8점을 기록하며 신인들 중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최근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평균 20점 고지를 넘어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미첼의 장점은 긴 슈팅 범위를 갖추고 있다는 것. 이번 시즌 미첼은 경기 당 평균 2.4개의 3점슛을 꽂으며 60경기 이상 출전한 신인들 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필라델피아가 아직까지는 조엘 엠비드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비해 유타의 경우 미첼이 없으면 공격 작업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미첼 역시 시몬스에 비해 시야와 동료들을 살리는 어시스트 능력 등은 떨어지는 편이다. 어쨌든 두 선수의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이번 시즌 신인왕의 주인은 그 누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역대급’ 신인들의 치열한 신인왕 경쟁이 NBA의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시몬스&미첼 기록 비교(한국시간 3월 16일 기준)
시몬스: 16.2점 7.8리바운드 7.7어시스트. FG: 53.5% 3P: 0% FT: 57.3%
미첼: 19.8점 3.7리바운드 3.6어시스트. FG: 43.7% 3P: 34.7% FT: 82.5%

 

사진 제공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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