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인천, 박진호 기자] 3년 만에 맞이한 봄 농구는 플레이오프에서 끝났다. 통합 6연패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한은행은 오랜만에 대권에 도전했지만 세 경기 만에 일정을 접어야 했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15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에 52-70으로 패했다. 1차전 대패 후 2차전에서 기사회생했던 신한은행은 1승 2패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권을 KB에게 내주고 올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됐다. 

목표로 했던 PO진출 달성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쳤지만 신한은행에게 2017-18시즌은 뚜렷한 성과가 있었던 시즌이었다. 신한은행은 플레이오프 진출로 1차전인 목표를 달성했다.

당초 신한은행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강세 속에 박지수의 성장을 기대하는 KB가 상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고, 신한은행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김단비와 곽주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외의 전력 반등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카일라 쏜튼은 1라운드 상위 순번에 부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르샨다 그레이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을 잡으며 파란을 일으켰고 쏜튼이 신바람을 내며 상승세를 탔다. 3라운드에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지며 7연패를 당해 위기를 맞았지만 연패 탈출과 동시에 내리 7연승으로 되갚으며 3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쏜튼이 부진하자 그레이가 활약하며 골밑에서 힘을 보탰고, 임무 분담의 딜레마에 빠졌던 김단비도 에이스의 본색을 찾았다. 선두 경쟁을 펼친 우리은행과 KB에는 많이 뒤쳐졌지만 3위 경쟁을 펼쳤던 다른 팀들을 일찌감치 제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방적인 열세로 두 경기 만에 끝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3차전까지 승부를 펼쳤다.

가능성을 현실로, 유승희-김아름의 성장
성적 외의 성과도 있었다.

유망주였던 김아름과 유승희의 성장은 신한은행에게 더 큰 기대를 가능케 하는 요소다. 최윤아 코치의 은퇴 이후 근성과 투지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던 신한은행은 이들이 식스맨으로 확실한 입지를 다지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들은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김아름과 유승희는 아직 젊은 선수들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신한은행에게 장기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드 자원들의 복귀도 신한은행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신한은행은 몇 시즌 째 1번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베테랑 최윤아가 은퇴했고, 이민지(삼성생명)는 이적했다. 차세대 신한은행의 주전 가드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던 김규희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기대주였던 김형경도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일찍 접었다. 

정통 1번이 아닌 윤미지 혼자 시즌을 책임져야 했고, 여차하면 김단비가 ‘포인트 포워드’의 역할을 수행했다. 에이스의 역량은 분산됐고, 가드 포지션의 약점은 상쇄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뛰지 못한 선수들이 복귀한다. 1번 포지션의 경쟁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리딩의 부담을 덜게 되는 김단비가 자신의 강점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숙제도 있다. 국내 빅맨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신한은행은 곽주영을 제외하면 골밑을 지켜 줄 요원이 마땅치 않다. 박혜미, 한엄지 등이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지만 많지 않았던 1군 기회에서는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부임 첫 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은 이번 시즌, 적극적인 수비와 끈적끈적한 플레이, 그리고 빠른 공격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농구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신기성 감독이 3년차를 맞이하는 다음 시즌.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하며 신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가 신한은행에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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