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탱킹도 눈치껏 적당히 해야 한다.

시카고 불스가 사무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너무 노골적으로 탱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치지 않은 핵심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등 팬들을 기만하는 행태가 너무 심했다.

야후스포츠는 7일(이하 한국시간) NBA 사무국이 노골적인 탱킹을 하고 있는 시카고 불스 구단에 공식적으로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유가 있다. 시카고는 최근 들어 부상이 없는 핵심 선수들을 경기에 아예 내보내지 않는 등 탱킹(tanking, 고의 패배)을 위한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전반기까지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었던 로빈 로페즈, 저스틴 할러데이가 부상이 없음에도 후반기 들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지기 위한 행동이었다.

물론 선수 기용은 구단과 코칭 스태프가 가진 고유한 권리다. 하지만 아프지 않는 선수를 전력에서 제외하고 아예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돈을 주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로빈 로페즈의 경우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구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최근 들어 NBA는 탱킹이 구단 운영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의적으로 패배를 쌓음으로서 더 높은 순위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고, 이를 통해 좋은 유망주를 수급해가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시즌 플레이오프권에 안착한 필라델피아는 지난 몇 년 동안 노골적인 탱킹을 통해 드래프트 지명권을 수집했고, 이를 통해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 등을 지명하면서 팀을 개편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를 일종의 상품으로 파는 NBA 사무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 탱킹을 하는 팀이 많아질수록 경기의 질은 떨어지고 팬들은 경기를 시청하거나 관람하는 일을 꺼리게 된다. NBA의 흥행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다. 무엇보다 프로스포츠에서 ‘고의로 지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 미래를 노린다는 미명 아래 팬들에게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셈이다.

탱킹이 번질 조짐이 보이자 사무국도 변화를 시작했다. 2019년 드래프트부터 지명권 추첨 확률에 변화를 주면서 하위권 팀들이 노골적 탱킹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2018년 드래프트까지는 규정 변화와 무관하다는 게 문제였다. 올시즌도 시카고, 애틀랜타 등 적지 않은 팀들이 시즌 초반부터 탱킹을 시도했다.

결국 아담 실버 총재가 입을 열었다. 실버 총재는 지난 1일 공식 인터뷰에서 “남은 기간 모든 팀들의 플레이를 세심히 관찰할 것이다. 만약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일부러 패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사무국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탱킹 팀들에게 경고했다.

실버는 “코트 위에서의 경쟁심은 우리 리그가 유지되는 주춧돌과도 같다. 그것은 우리가 팬들과 서로에게 한 약속이며, 우리가 매우 우수한 스포츠 조직으로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또한 우리가 돈을 받고 판매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바뀌어도, 그것만큼은 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시카고가 사무국에 개별적으로 경고를 받은 첫 팀이 됐다. 결국 탱킹도 눈치껏, 적당히 해야 한다. 적어도 경기장을 찾고 중계를 시청하는 팬들을 위해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줘야 한다.

한 달여 남은 정규시즌 동안 탱킹 팀들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펜타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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