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팜 시스템이 NBA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인 드래프트의 참가 연령 제한을 없애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대안이다. 물론 아직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국은 이미 변화를 결심했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ESPN은 6일(이하 한국시간) NBA 사무국이 신인 드래프트의 참가 연령 제한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가 있다. 최근 대학농구에서 불거진 비리 스캔들 때문이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강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히는 디안드레 에이튼을 데려오기 위해 애리조나 대학이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FBI가 직접 수사에 나섰다. 대학농구의 대표 명장으로 꼽히는 루이즈빌 대학의 릭 피티노 감독은 오래 전부터 고교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성접대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2013년 NCAA 토너먼트 우승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NBA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학농구의 비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는 “대학농구는 부패했다”고 비판했고, 디트로이트의 스탠 밴 건디 감독은 “NCAA는 전세계 최악의 스포츠 리그다”라고 비난했다. 케빈 듀란트는 가난한 고교 선수들을 대학 팀들이 뒷돈으로 유혹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대학농구가 깨끗해지려면 결국 대학 팀들도 선수들에게 공식적으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농구 열성팬으로 유명한 버락 오버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최근 있었던 ‘슬로언 스포츠 어날리틱스 학회’(MIT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학회로, 미국 최고의 스포츠 학회로 꼽힌다. 휴스턴의 대릴 모리 단장이 2006년에 설립을 주도했다.)에서 “NBA는 G-리그라는 아주 잘 만들어진 하부리그를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학 농구는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어린 농구 유망주들을 무급으로 뛰게 만들고 있고, NBA의 팜 시스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BA는 데이비드 스턴 전 총재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NBA 드래프트부터 참가 연령을 만 18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높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8세 선수는 최소 1년 이상 대학농구 혹은 해외리그에서 뛰고 와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고졸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팅 과열 양상을 없애고 유망주들이 NBA에 오기 전에 성장하고 기량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학 팀들이 일명 ‘원 앤 던(대학에서 1년만 뛰고 곧바로 NBA에 진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어린 고교 유망주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켄터키 대학의 존 칼리파리 감독은 이러한 방식으로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많은 제자들을 NBA에 진출시켰다. 최근에는 듀크 대학, 캔자스 대학 등 다른 명문 대학 팀들도 이러한 방식을 따라갔다.

‘원 앤 던’을 미끼로 한 스카우팅은 결국 고교 선수에게 1년 뒤에 NBA에서 연봉을 받으며 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다름없다.  고교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 돈을 버는 것이고, 대학 팀들은 이를 악용해 스카우팅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고교 선수들이 돈을 원한다는 사실이 명백한 상황에서 대학 팀들이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원 앤 던’만을 조건으로 제시했을 리가 없다. 스카우팅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수에게 금전적 이득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최근 불거진 대학농구 스캔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뿐이다.

결국 NBA 사무국이 드래프트 연령 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갈수록 비리가 커지고 있는 대학농구에 고졸 유망주들을 맡길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NBA는 드래프트 참가 연령 제한을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이 확정될 경우, 만 18세의 선수는 G-리그를 통해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은 뒤 추후에 NBA로 콜업되는 일종의 ‘팜 시스템’이 부분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혹은 해외리그에서 1년을 보낸 후 드래프트에 참가해 NBA 팀의 지명을 받고, 곧바로 프로에 데뷔했던 최상급 유망주들의 리그 입성 과정이 달라지는 셈이다.

또한 NBA는 고교 선수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현역 NBA 선수들이 다양한 캠프와 행사를 통해 고교 선수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동안 계속되었던 드래프트 참가 연령 제한의 폐지와 팜 시스템의 부분적 도입. 과연 NBA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사진 제공 =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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