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7-2018 NBA 정규시즌이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예년에 비해 시즌 개막이 당겨진 탓에 각 팀들은 전반기에 최소 56경기에서 최대 59경기를 소화한 상황이다. 사실상 전체 정규시즌 일정의 70%를 소화한 셈. 4월 중순으로 예정된 정규시즌 마감까지는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과연 후반기에는 어떤 이슈를 주목해야 할까? 루키가 정리해보았다.

이슈1. 골든스테이트 위협하는 휴스턴, ‘어우골’은 실현될 수 있을까?

시즌 개막 전까지 국내 NBA 팬들 사이에서는 ‘어우골’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의 줄임말이었다. 지난 시즌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는 오프시즌에 내부 FA를 대부분 붙잡고 닉 영, 옴리 카스피까지 영입하면서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리그 2연패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2월 20일 현재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놀랍게도 골든스테이트가 아니다. 휴스턴이 골든스테이트를 반 경기 차로 밀어내고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골든스테이트가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일까, 혹은 휴스턴이 성장한 것일까? 사실은 둘 모두다. 

올시즌 골든스테이트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약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골든스테이트는 리그에서 공수 균형이 가장 완벽한 팀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가진 팀이었다. 2016-2017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효율 지수에서 리그 1위, 수비 효율 지수에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그 정도는 아니다. 공격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수비는 예년 같지 않다. 110점 이상 내주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기가 자주 보인다.

특히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경기당 110.5점을 내줬고 유타 원정에서는 30점 차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포틀랜드 원정 경기에서도 수비가 무너졌고, 결국 추격에 실패하며 패했다.

오죽하면 스티브 커 감독이 “빨리 올스타 휴식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커 감독은 유타 원정에서 30점 차 대패를 당한 뒤에는 “한심한 경기력이었다”라며 선수단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반면 휴스턴은 201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크리스 폴의 합류로 백코트 수비력이 매우 탄탄해졌으며, P.J. 터커와 루크 음바무테는 트레버 아리자와 함께 강력한 3&D 트리오를 형성하며 벤치 경기력을 이끌고 있다.

시즌 중반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의 잇따른 부상으로 휴스턴은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빠르게 복귀하면서 금세 위기를 극복했고, 결국 전반기를 10연승, 리그 전체 1위로 마감했다.

게다가 휴스턴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자신들이 우위를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해낸 상태다. 시즌 개막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가장 최근에 있었던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화력전 끝에 골든스테이트를 눌렀다. 휴스턴이 골든스테이트에 유일하게 패했던 시즌 2차전은 제임스 하든이 결장한 경기였다.

이미 휴스턴은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와의 맞대결에서 2승 1패로 상대전적 우위를 확보했다. 골든스테이트와 동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더라도 서부지구 1위는 골든스테이트가 아닌 휴스턴의 차지가 된다. 지난 3년 동안 리그 1위 자리와 서부지구 1위 자리를 골든스테이트가 여유롭게 독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올시즌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골든스테이트는 여전히 리그 최강 수준의 팀이다. 골든스테이트를 견제할 수 있는 팀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거의 없다. 하지만 휴스턴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골든스테이트를 벌써 두 번이나 잡았고, 골든스테이트보다 더 좋은 페이스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팀이다. 과연 골든스테이트는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슈2. 불안한 샌안토니오, 서부 중위권은 춘추전국시대

올시즌 위상이 흔들리는 팀은 골든스테이트만이 아니다. 샌안토니오의 경우 행보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올시즌 샌안토니오의 전반기 성적은 35승 24패.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결국 6할 승률이 무너진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

샌안토니오가 예년 같지 않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로스터의 노쇠화가 뚜렷한 가운데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는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루디 게이, 라마커스 알드리지 역시 부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토니 파커, 파우 가솔, 마누 지노빌리 등 베테랑들이 출전 시간을 관리받는 가운데 패티 밀스, 드욘테 머레이, 바이런 포브스, 데이비스 베르탄스 등은 출전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경기력은 당연히 기복이 심해지고 있고,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도 손쓰기 힘들 정도로 로스터에 ‘재능 부족 현상’이 뚜렷하다.

샌안토니오는 1999-2000시즌부터 19년 연속 50승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단축 시즌으로 66경기 시즌을 치렀던 2011-2012시즌에도 샌안토니오는 무려 50승 16패라는 성적을 거두면서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시즌 연속 50승 기록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샌안토니오는 후반기 남은 23경기에서 15승 8패 이상을 기록해야만 연속 50승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 예년 같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올시즌만 놓고 보면 절대 쉽지 않다.

샌안토니오가 흔들리는 가운데 서부지구 중위권은 순위 싸움이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4위 미네소타가 샌안토니오를 승차 없이 쫓고 있고 그 밑으로 오클라호마시티, 덴버, 포틀랜드, 뉴올리언스, LA 클리퍼스, 유타가 따르고 있다. 3위 샌안토니오와 10위 유타의 승차가 4.5경기에 불과하다. 후반기 성적에 따라 예상치 못한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후반기 서부지구 중위권 싸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슈3. 달라진 토론토, 불안한 보스턴, 반격하는 클리블랜드

올시즌 토론토는 리그 강호들 중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팀이 아닐까 싶다. 전반기 NBA에서 7할 승률을 기록한 팀은 세 팀. 휴스턴(77.2%), 골든스테이트(75.9%) 그리고 토론토(71.9%)였다.

토론토가 올시즌도 더마 데로잔, 카일 라우리에 의존하는 뻔한 농구를 펼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경기 페이스가 리그 22위에 불과한 느린 농구의 팀이었다. 천천히 공격을 세팅하고 더마 데로잔의 미드레인지 게임, 카일 라우리의 2대2 게임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하지만 이 같은 토론토의 농구는 한계 역시 명확했다. 동부지구에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이상을 바라보기는 힘들었다. 결국 올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과감한 변화에 돌입했다. 경기 속도를 높이고 3점슛과 속공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선수에 의존하는 느린 농구를 버리고 공격적인 농구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꾸었다.

현재까지 토론토의 변신은 크게 성공한 듯한 모습이다. 올시즌 토론토는 경기 속도를 리그 9위까지 끌어올렸으며 공격 효율 지수 4위, 수비 효율 지수 4위에 올라 있다. 공수 균형이 완벽에 가깝다. 경기당 3점슛 성공(7위), 속공 득점(5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결국 토론토는 전반기 막바지에 보스턴을 밀어내고 동부지구 전체 1위에 올랐다. 현재 페이스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면 토론토는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승률과 창단 첫 동부지구 1위를 동시에 노려봄직하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보스턴이 아직 2경기 차로 쫓아오고 있으며, 트레이드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클리블랜드 역시 추격해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반기 막판 변신에 성공한 클리블랜드의 반등은 후반기 동부지구 순위 싸움을 지켜볼 때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클리블랜드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무려 3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고, 그 결과 아이재아 토마스, 데릭 로즈, 제이 크라우더 등을 포함해 무려 6명의 선수를 내보내고 조지 힐, 조던 클락슨, 로드니 후드, 래리 낸스 주니어를 받아왔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력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월 초 아이재아 토마스 합류 이후 불안하던 수비가 더욱 흔들리면서 경기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라커룸 분위기를 두고 온갖 불화설이 떠돌았고 르브론 제임스가 오는 여름에 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제기됐다. 반드시 변화가 필요했다.

다행히 트레이드 이후 클리블랜드는 4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하며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조지 힐, 조던 클락슨, 로드니 후드, 래리 낸스 주니어 4인방이 합류한 뒤 치른 2경기에서 보스턴, 오클라호마시티를 모두 원정에서 누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보스턴 원정 경기에서는 22점 차 완승을 거뒀고, 오클라호마시티 원정 경기에서는 꾸준히 리드를 지켜내면서 승리를 챙겼다. 트레이드 이전의 클리블랜드였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 일정을 26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1위 토론토에 6.5경기 뒤져 있다. 토론토의 페이스가 워낙 좋긴 하지만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설사 1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토론토, 보스턴 중 한 팀을 역전하거나 이들과의 격차를 줄인 채 정규시즌을 마감한다면 플레이오프에서의 분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보스턴이 전반기 막판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클리블랜드로서는 향후 반격을 노려볼 수 있는 입장이다.

또 다시 프랜차이즈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는 토론토. 그 뒤를 쫓는 보스턴과 트레이드 이후 
변신에 성공한 클리블랜드까지. 과연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동부지구 3강은 어느 곳에 위치해 있을까.

이슈4. 신인왕 레이스의 승자는 누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신인왕은 필라델피아의 벤 시몬스가 차지할 것이 유력해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시몬스는 개막 첫 9경기에서만 트리플-더블을 두 차례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필라델피아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제이슨 테이텀을 비롯한 다른 루키들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시몬스의 페이스가 너무 뛰어났다.

하지만 12월과 1월을 지나면서 뻔해 보였던 신인왕 레이스에도 변수가 생겼다. 유타 재즈의 도노반 미첼이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시몬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미첼은 개막 초반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기복 있는 야투 감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선발 출전하기 시작한 뒤 미첼은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11월 5경기에서 평균 18.1점을 기록하며 적응을 마친 미첼은 12월, 1월, 2월에는 모두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유타의 공격을 이끌었다.

올시즌 미첼은 30득점 이상 경기가 6경기에 달한다. 그리고 그 중 2경기는 4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미첼은 12월 이후 치른 33경기에서 야투율도 46.4%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최근 유타의 11연승을 이끈 미첼은 NBA 역사상 최초로 11연승 팀에서 득점 리더를 차지한 루키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신인왕 레이스의 선두에 있는 선수는 여전히 벤 시몬스다. 12월에 페이스가 좋지 않아 미첼에 추격을 허용했던 시몬스는 1월과 2월에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린 상태. 게다가 시몬스는 현재 평균 16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이상을 기록 중인 역대 3번째 루키이며 야투율이 52.7%에 달한다.

물론 시몬스는 점프슛이 약한 게 아쉽다. 하지만 슈팅 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림 공략(rim attack)에 집중하는 루키가 50%를 상회하는 야투율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상대가 시몬스의 득점을 알고도 못 막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신인왕은 결국 시몬스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미첼이 시몬스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후반기에 페이스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폭발적인 득점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야투율은 높이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유타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미션 역시 미첼에게 중요하다.

벤 시몬스-도노반 미첼 2파전으로 흐르는 신인왕 레이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선수는 누구일까?

 

사진 제공 = 아디다스, 언더아머, NBA 미디어센트럴, 나이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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