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랐던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19일 아산 이순신빙상장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의 경기에서 60-68로 졌다.

이날 패배로 12승 19패가 된 삼성생명은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챔피언 결정전까지 소화했던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인 엘리사 토마스와 재계약에 성공한 데다 배혜윤과 박하나, 김한별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시작 전부터 삐걱댔다. 

주축 국내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했다. 게다가 시즌 초반 토마스마저 부상으로 쓰러지자 팀 경기력이 하락했다. 두 번째 외국인 선수였던 카일라 알렉산더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시즌을 치르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골밑에서 버텨줄 것으로 기대했던 배혜윤이 부진했다. 속공과 수비에서 힘이 되는 고아라도 족저근막염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허윤자가 막판 불꽃을 불태웠지만, 시즌 막판 연패에 빠지며 끝내 봄 농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삼성생명은 다양한 각도에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인 토마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토마스는 WKBL에서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그가 가장 빛난 것은 속공이다. 경기당 평균 4.25개의 속공을 기록했다. 득점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이번 시즌 28경기에 나와 평균 23.6점 15.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문제는 토마스의 개인 득점이 팀 득점의 30.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개인 득점이 팀 득점의 30%가 넘는 외국인 선수는 토마스가 유일하다. 또 토마스에 가려진 국내 선수들의 허점은 기록지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게다가 토마스가 계속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을지도 미지수다. 

만약 다음 시즌까지 토마스가 삼성생명 선수로 활약한다고 해도 2018-2019시즌은 재계약이 가능한 마지막 시즌이다. 이후 토마스를 얻고 싶다면,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팀의 중심이 흔들리는 셈이다.

토마스의 장점인 속공에 가려 가드 유망주의 성장이 더뎠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생명은 강계리를 선발로 내세우더라도 이내 곧 교체하며 포인트가드 없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토마스의 속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변칙 전술’이지만, 이제는 삼성생명의 주된 전술로 자리 잡았다. 토마스의 속공 능력에 가려진 그림자인 셈이다. 여전히 ‘포스트 이미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다른 포지션에서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서른을 넘어선 고아라와 김한별, 배혜윤 등을 받쳐줄 식스맨의 성장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가장 크게 고전한 이유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결국 주전들이 빠졌을 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식스맨을 키워낼 필요가 있다.

특히 센터 유망주의 발굴이 시급하다. 베테랑 허윤자는 이번 시즌 후 은퇴할 예정이다. 당장 배혜윤의 뒤를 받쳐줄 백업 센터가 부족하다. 게다가 만약 이번 시즌처럼 다음 시즌도 배혜윤이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일 경우, 앞으로는 대안도 없다. 

슈터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시즌 박하나가 평균 13.5점을 기록하는 등 분전했지만, 사실 제대로 된 몸 상태가 아니었다. 박하나 역시 이번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뛰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마땅한 백업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로 백업으로 경기에 나섰던 최희진은 24경기에서 나서 평균 9분 51초 동안 1.8점 3점슛 성공률 17%(7/42)에 그친다.

포워드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생명은 시즌 중반 고아라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다. 고아라가 결장한 7경기에서 2승 5패에 그친다. 공수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던 고아라의 부재로 삼성생명은 중위권 다툼에서 힘겨운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생명에게 남은 경기는 이제 4경기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부상이 아쉽다. 물론 선수단 관리를 잘 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라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뒤 “남은 경기에서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들에게 조금씩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당장 잔여 경기에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갑작스레 향상되기는 힘들다. 베테랑 자리에 어린 선수를 강제로 투입한다고 선수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남은 경기에서 변화는 필요하다. 

비록 삼성생명의 이번 시즌 도전은 끝났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를 통해 다양한 점검이 필요하다. 

잔여 경기가 다음 시즌을 위한 밑바탕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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