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KBL(한국농구연맹)의 기록상 남발로 인해 정작 기록의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KBL은 올 시즌 20-20을 달성한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시즌에 개인별 1회에 한해 기념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준다는 기준을 신설했다. 선수들의 기록 달성 독려 차원에서 해당 기준을 신설했다지만, 과연 오랜 고민과 검토 끝에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올 시즌 해당 기준에 부합해 KBL로부터 기념상을 받은 선수는 안양 KGC 인삼공사 오세근과 서울 삼성 썬더스 리카르도 라틀리프, 부산 케이티 소닉붐 리온 윌리엄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브랜든 브라운,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버논 맥클린으로 총 다섯 명이다.

그중에서도 라틀리프와 브라운은 이미 20-20을 3회씩 달성했다. 외국인 센터 비중이 높은 KBL 특성상, 리그의 내로라하는 빅맨들은 대부분 해당 기록을 달성해 상을 받은 셈이다.

특히 브라운의 경우, 지난달 4일 삼성전에서 45점 20리바운드를 기록해 역대 여섯 번째로 40-20을 달성했다. 

해당 기록은 2007-08시즌 테런스 섀넌(전자랜드) 이후 1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지만, 이미 20-20을 달성한 선수들에게 기념상을 준 터라 시상의 의미가 퇴색된 감이 있었다. 고민과 검토 없이 신설한 기준이 결국, 기록의 희소가치를 떨어트린 셈이다.

또 하나는 형평성의 문제다. KGC 오세근은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10월 15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28점 20리바운드로 역대 국내선수 중 두 번째로 20-20을 달성했다.

KBL은 신설된 기준에 따라, 오세근에게 기념상을 시상하면서 2015-16시즌 국내선수 최초로 20-20을 달성한 전주 KCC 이지스 하승진에게도 특별 기념상을 줬다. 하승진은 2016년 2월 21일 KGC전에서 24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해 역대 국내선수 최초로 20-20을 달성했다.

물론, KBL 역사를 통틀어 국내선수가 20-20을 기록한 것은 하승진과 오세근 두 명밖에 없었으므로, 희소가치를 인정하고, 기록 달성 독려 차원에서 하승진에게 기념상을 줄 수는 있다.

문제는 해당 논리에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KBL은 2016년 12월 1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59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해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쓴 라틀리프에게 기념상을 줬다.

하지만 라틀리프가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했던 원주 DB 프로미 로드 벤슨(2016-17시즌 32경기 연속 더블더블, 역대 2위)에게는 별도의 시상을 하지 않았다. 라틀리프의 기록 전, 벤슨도 종전 최다인 2000-01시즌 2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한 재키 존스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리그의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새로 썼다.

앞서 하승진의 사례처럼, 과거에 달성한 기록을 다시 시상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하승진의 경우 국내선수가 20-20을 달성한 것이 리그 역사상 두 번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면, 벤슨 역시 라틀리프의 기록이 나오기 전 역대 리그 최다 연속 더블더블 기록 보유자였다. 과거에 달성한 기록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시상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KBL은 보도자료를 통해 7일 벤슨이 전자랜드전에서 5번째 파울이 선언된 후 유니폼을 찢은 행위를 두고 재정위원회를 열어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하며, 아래의 설명을 덧붙였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찢는 행위는 리그와 소속 구단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이며 프로 선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을 저버린 것으로 중징계가 필요하다.”

과연 리그의 권위를 떨어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비단 외국선수의 돌발 행동인지, 확실한 기준 없이 기록 달성에 대한 시상을 남발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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