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왼쪽부터 전자랜드의 단신 외국선수 조쉬 셀비와 네이트 밀러

[루키=김영현 기자] ‘(조쉬) 셀비 or (네이트) 밀러.’ 

치열한 중위권 싸움 중인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외국선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자랜드의 단신 외국선수 조쉬 셀비는 발목을 다쳐 KBL로부터 2주 진단을 받았다. 이에 구단은 그를 2주간 대신할 외인으로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네이트 밀러를 영입했다. 부상 공시 기간부터 2주간 대신하는 것이므로, 규정상 9일 LG전이 밀러의 마지막 경기다.

여기서 전자랜드의 고민이 시작된다.

전자랜드는 밀러 체제로 치른 4경기에서 3승 1패를 거뒀는데, 이 기간 동안 평균 88.3득점 77.5실점으로 득실점 마진이 매우 생산적이었다. 셀비 체제로 뛴 43경기에서는 평균 83.7득점 81.5실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팀 전체 득점은 더 늘었고 실점은 줄었다.

물론, 밀러 체제로 치른 경기는 표본 자체가 적으므로 수치만 놓고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셀비가 뛸 때와 밀러가 뛸 때의 전자랜드는 각각의 장, 단점이 존재한다.

전자랜드는 매 시즌 확실한 해결사가 없어 4쿼터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터라, 득점력을 가진 셀비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다만, 셀비는 볼을 오래 소유하는 스타일이어서 지명 당시 포인트가드 박찬희와의 공존이 의문부호로 남았는데, 시즌이 시작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셀비와 박찬희의 공존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모두 3점슛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상대의 새깅 디펜스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주전 포인트가드 박찬희는 1, 4쿼터에만 주로 나서는 등 출전시간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출전시간 속에 경기력도 좋지 못했다.

박찬희와의 공존뿐만 아니라, 셀비가 뛰게 될 경우 국내 포워드진도 수비수로 역할이 한정됐다. 

셀비가 상대 포워드형 외인을 일대일로 막지 못하다 보니, 정효근과 강상재 등 국내 포워드진의 수비 부담이 커졌고, 체력 부담으로 인해 공격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일대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셀비는 발목을 다쳤던 현대모비스전을 비롯해 그전 케이티전에서 20+득점을 올리며 득점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밀러 체제에서의 전자랜드는 팀의 공수 밸런스가 좋아진다.

밀러의 경우,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공격에서는 움직임을 통해 받아먹는 득점만을 가져가므로 박찬희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박찬희는 셀비가 없는 동안, 출전시간이 늘어났는데 늘어난 시간만큼이나 경기력도 좋았다. 득점과 도움으로 두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밀러가 수비에서는 언더사이즈 빅맨 등을 상대로 버텨주므로 정효근과 강상재 등 포워드진의 부담이 줄었다. 그 결과 전원이 고루 득점에 가담해, 팀 득점도 4점가량 상승했다.

다만, 밀러의 경우 수비 센스는 좋지만, 3점슛에 약점이 있고 공격에서의 파괴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밀러를 활용할 때는 승부처에서 국내선수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등의 숙제가 생긴다.

이렇듯 셀비와 밀러 체제의 극명히 나뉘는 장, 단점으로 인해 전자랜드의 결정이 쉽지 않다. 다만, 지난 시즌에 이어 외인 고민을 또 하게 됐다는 것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수비력이 좋은 아이반 아스카로 계속 갈지, 부상에서 회복한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제임스 켈리를 재영입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켈리 체제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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