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긴 역사를 자랑하는 NBA에서도 여태껏 이런 아버지는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리는 라바 볼 이야기다. 그의 기이한 발언들을 놓고 몇몇 이들은 마케팅을 위한 고도의 전력이라고 분석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저 라바 볼은 단순한 미치광이 일뿐이라 치부한다. 과연 라바 볼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1월호에 실린 기사를 수정 및 편집한 것입니다.)

 

타고난 사업가? 미치광이? 라바 볼의 삶은 어땠을까

라바 볼은 1967년 10월 23일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4명이나 되는 형제와 함께 자란 그는 고등학교 시절 미식축구와 농구를 병행했다. 미식축구에서는 쿼터백, 농구에서는 포워드를 맡은 그는 한 시즌 동안 316개의 리바운드를 잡으며 학교 기록을 세우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웨스트 로스엔젤레스 대학에 진학한 그는 대학 첫 경기에서 33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자 그는 NCAA 디비전 1 소속인 워싱턴 주립대로 전학을 갔고 선발 포워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첫 시즌 26경기에서 평균 2.2점 2.3리바운드 1.0어시스트에 그치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다시 NCAA 디비전 2 소속인 칼 스테이트 LA로 전학했다. 

대학 농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정리한 그는 다시 미식축구로 눈을 돌렸다.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 시티 컬리지에서 1년을 뛴 그는 1994년 뉴욕 제츠와 계약하며 NFL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NFL에서 역시 별 볼일 없는 커리어를 보낸 그는 조용히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감했다. 

한편 대학에서 형사 행정학을 전공한 라바 볼은 미국 연방 법원의 집행관을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온 라바 볼은 어느 순간부터 극성 아버지의 대표주자가 되어 리그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혹자는 그의 기이한 행동을 두고 ‘마케팅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 말한다. 실제로 라바 볼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레이커스와의 중요한 미팅 자리에서 매직 존슨 사장과 랍 펠린카 단장에게 “모든 것은 다 마케팅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리에서 라바 볼은 “나는 LA에서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른 아들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나는 내 아들에 관해 당신들을 믿는다. 당신들이 론조를 새로준 레벨의 선수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며 여타 평범한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은 그를 그저 단순한 ‘미치광이’ 취급한다. 사실 라바 볼이 했던 망언들 중 몇몇 이야기들은 단순한 마케팅을 위해서라기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과연 라바 볼은 정말 마케팅을 위해 미친 척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미치광이일 뿐일까? 확실한 사실은 그의 목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면 이는 100% 성공했다는 점이다. 정말 보기 드문 별종 아버지가 탄생했다. 

 

대통령과도 싸우는 라바 볼

라바 볼의 둘째 아들인 리안젤로 볼은 그의 형과 마찬가지로 UCLA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아니 신입생‘이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그는 학교를 자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안젤로 볼은 지난 달 상하이에서 UCLA 동료인 코디 라일리, 제일런 힐과 함께 명품 매장에서 선글라스 등의 물건을 훔치다 중국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엄격한 중국의 법을 고려하면 이들은 장기간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아시아 순방 중이던 미국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과의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 있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이들의 선처를 부탁했고 석방된 이들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관심을 즐기기로는 라바 볼 못지않은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3명의 UCLA 농구 선수들이 트럼프 대통령님에게 고마움을 표하겠지? 그들은 감옥에 10년이나 들어갈 수도 있었다고! 그들에게 나는 ‘천만에, 아 그리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도 감사하라고’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며 온갖 생색을 냈다. 

사실 생색을 내지 않았다면 더 멋있을 수도 있었지만 트럼프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라바 볼은 대통령에게도 지기 싫었나보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라바 볼은 “대통령이 한 게 뭐가 있는가? 됐다고 해라. 모두가 마치 그가 나를 도와주기라도 한 것처럼 보여지길 원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내 아들이 돌아왔으니 난 괜찮다. 일이 잘 처리되어서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가끔 사람들은 별일도 아닌데 난리를 피운다. 난 LA 출신이다. 안경을 훔쳐가는 것보다 훨씬 나쁜 일들도 많이 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라바 볼의 반응을 전해들은 트럼프는 “3명의 농구 선수가 감옥에 가는 것을 막아줬는데 리안젤로의 아버지인 라바 볼은 가게에서 물건 훔치는 것이 별 일이 아니라며 내가 그의 아들을 위해 한 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냥 그들이 감옥에 가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이 사건으로 리안젤로 볼을 포함한 3명의 선수는 UCLA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라바 볼은 “내 아들이 몇 개월이나 뛰지 못하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리안젤로 볼을 자퇴시켜 버렸다. 이어 라바 볼은 당초 UCLA로 진학시킬 예정이었던 셋째 아들 라멜로 볼 역시 고등학교에서 자퇴시켜버렸고 이들을 해외리그로 보냈다. 현재 리안젤로 볼과 라멜로 볼은 리투아니아의 프로 구단과 공식 입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참다못한 레이커스, 결국 행동에 나서다

이처럼 라바 볼의 특이함을 넘어 괴이한 행동이 계속되자 론조 볼의 소속 팀인 레이커스도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실 드래프트 이전에도 ‘라바 볼 때문에 론조 볼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몇몇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자신들의 선택에 라바 볼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실제로 론조 볼을 거리낌 없이 지명했다. 

그러나 라바 볼의 입은 론조 볼이 레이커스에 입단하고 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시즌 초 론조 볼이 계속해서 부진을 이어가자 라바 볼은 “레이커스의 코칭스태프는 너무 소프트하다. 그들은 내 아들을 코치하는 법을 모른다”며 이를 루크 월튼 감독을 비롯한 레이커스 코치들의 탓으로 돌렸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레이커스는 론조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왜 그를 앉혀두고 4쿼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인가? 그게 지금 레이커스 성적이 엉망인 이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론조 볼의 팀 동료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라바 볼은 “랜들은 속공 상황에서 론조 볼에게 패스해야 한다”며 론조 볼의 팀 동료인 줄리어스 랜들을 저격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레이커스의 전 감독인 바이런 스캇이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면 라바 볼에게 입 닥치라고 할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결국 참다못한 레이커스도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경기 후 선수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있는 자리에 미디어의 접근을 금지했다.  

보통 선수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경기 후 원정팀 라커룸 가까이에 있는 골대 뒤쪽 자리에서 선수들을 기다린다. 그동안 이들의 미디어 인터뷰는 이 자리에서 별다른 방해 없이 행해져왔다. 그러나 레이커스측은 앞으로 미디어 관계자들이 해당 자리에 있는 것이 발견되면 즉시 경기장에서 퇴출시킬 것을 예고했다. 사실상 라바 볼의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주요 루트를 막아버리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규칙을 발표하면서 레이커스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원래 있던 정책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전보다 그 장소에 미디어들의 출입이 잦아졌다. 그곳은 선수들의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장소다. 이것은 프라이버시의 문제”라고 애써 둘러댔다. 그러나 모두가 레이커스가 왜 이런 정책을 발표했는지 알고 있었다. 레이커스의 해당 정책에는 공공연하게 ‘라바 볼 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레이커스의 '라바 볼 입단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라바 볼을 따로 불러 면담의 자리까지 가졌다. 해당 자리에 참석한 매직 존슨 사장과 랍 펠린카 단장은 라바 볼에게 루크 월튼의 대한 비판 자제와 론조 볼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하면 ‘제발 좀 조용히 있어달라’는 부탁이다.  

 

‘아버지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되고 만 론조 볼

이러한 라바 볼의 기이한 행동 때문에 그의 아들인 론조 볼은 공공의 적이 된 분위기다. 그럴 만도 하다. 라바 볼이 워낙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 탓에 자연스레 론조 볼에게는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실 이는 론조 볼에게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시즌 첫 경기에서 론조 볼은 LA 클리퍼스를 마주했다. 그리고 클리퍼스에는 패트릭 베벌리가 있었다. 배벌리가 누구인가? 수비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선수다. 

29분 21초 동안 경기에 나선 론조 볼은 단 3득점에 그치며 완전히 베벌리에게 틀어 막혔다. 슛을 6개 밖에 시도하지 못했고 그나마 림을 가른 것은 단 1개였다. 첫 경기부터 ‘NBA의 세계란 이런 곳’이라는 사실을 베벌리가 제대로 일깨워 준 셈.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베벌리는 “약해빠진 녀석 같으니라고!”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얼마나 론조 볼을 막기 위해 집중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라바 볼은 “패트릭 베벌리가 도대체 누군데? 이제 겨우 한 경기일 뿐”이라며 애써 정신 승리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번 싸움은 베벌리의 완승이었다. 

론조 볼의 4번째 경기였던 워싱턴전을 앞두고는 상대 마신 고탓이 SNS로 “존 월이 론조 볼을 48분 내내 괴롭힐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월 역시 “자비는 없다”는 짧은 말로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전해들은 론조 볼은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이다. 월은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이다. 코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응답했다. 

12월 3일 덴버전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115-100으로 덴버가 크게 이긴 경기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린 4쿼터 막판 덴버의 자말 머레이가 유유히 코트를 넘어와 론조 볼의 등 뒤로 드리블을 치며 그를 조롱한 것이다. 이를 목격한 줄리어스 랜들과 브랜든 잉그램이 곧바로 머레이에게 달려와 반칙을 범했다. 특히 랜들의 경우 벤치에 들어와서도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분명 위의 경우에서 머레이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리그의 많은 선배들이 론조 볼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 벼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라바 볼의 지나친 언행이 결국 론조 볼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론조 볼의 다소 이기적인 행동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11월 18일 피닉스와의 경기 도중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와 타일러 율리스 간의 싸움이 붙었는데 이를 힐끔 확인한 론조 볼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 자신의 벤치로 향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자신의 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 당시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론조 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달려가 한데 뒤엉켰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론조 볼의 이야기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여기는 NBA다. 그들이 진짜로 싸우는 것도 아니다. 난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 원하지 않았다”고 해당 상황을 설명했다. 팀 스포츠인 농구에서 이런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레이커스는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베테랑인 브룩 로페즈는 “론조의 반응이 불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루크 월튼 감독 역시 “론조는 다른 팀원들과 잘 지내는 선수이기에 그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월튼 감독에 따르면 레이커스 선수 중 누군가가 론조 볼에게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한다. 

이처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론조 볼은 결국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분명 2순위라는 기대치에 걸맞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부족한 야투는 그가 가장 크게 개선해야 할 사항. 33.9%의 야투율, 27.5%의 3점슛 성공률, 48.7%의 자유투 성공률로는 NBA 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다. 

과연 론조 볼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NBA 수준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리그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볼 부자의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젖히기를 기도해 본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센트럴, SI.com 및 CNN 유튜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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