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정은 칼럼니스트] WKBL에서 지난 한 주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뽑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은 팀을 4연승으로 이끈 선수들의 플레이가 가장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기록 면에서는 더 빛난 선수들이 있었지만 연승을 이어간 신한은행이 결과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한 주를 보냈고, 여기에 가장 큰 힘을 보탠 선수들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이 깊었다. 

그래서 지난 한 주간 가장 ‘그뤠잇’이라고 말하고 싶은 선수는 신한은행의 김단비와 카일라 쏜튼이다.

야생마 쏜튼의 상승세, 자신감은 리그 최고
vs KDB생명(1/11) | 28점, 15리바운드, 2어시스트, 2점야투율 78.6%(11/14) 
vs KB스타즈(1/14) | 23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쏜튼을 보면 항상 통통 튀는 느낌이고 야생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승부욕과 자신감은 현재 WKBL에 있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인 것 같다. 

솔직히 기량만 놓고 보면 아직도 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다. 순수한 실력 면에서 최고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아닐까?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자신감이 지나치게 높은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승부욕과 자신감이 쏜튼에게 자기 기량의 120% 이상을 끌어내고 있다.

쏜튼의 농구 스타일을 보면 지능적인 플레이에는 한계가 보인다. 14일 KB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투박함이 있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수의 플레이는 분명 아니다. 

3쿼터 속공 상황에서 팔꿈치로 심성영을 친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속공 스텝을 밟다가 그런 장면이 나왔는데 스스로 자기 몸 컨트롤이 안 되는 거다.

반면 카운트 스텝이나 런닝 스텝이 잘 맞아 들어가면 장점인 탄력을 이용해서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다. 지난 주 두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주 나왔던 것 같다.

쏜튼의 엄청난 탄력은 신한은행과 KDB생명에서 뛰었던 카리마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 비록 센스는 조금 부족하지만 운동 능력은 상당하다.

또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기가 중요한 득점을 해내면 과감한 동작이나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이런 모습이 팀 사기를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는 자기 리듬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외국인 선수들 중에는 흥이 넘치면 그런 분위기를 경기력으로 끌어오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분명 지능적인 플레이는 부족하다. BQ라고 하는 부분이 높은 선수는 아니다. 우리은행의 나탈리 어천와와 놓고 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15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기를 보면 어천와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가 느껴진다.

운동 능력 면에서는 어천와와 매치업을 펼친 이사벨 해리슨(하나은행)이 한수 위로 보이지만 해리슨의 경우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눈에 보이는 반면, 어천와는 수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잘 감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싸움이나 리바운드 도중 상대의 파울을 이끌어내는 장면에서 교묘하게 상대를 이용하는 모습도 많다. 상대 선수로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자주 나올 것 같다. 190cm의 장신 선수고 체격도 좋지만 플레이는 오히려 여우에 가깝다.

쏜튼은 어천와처럼 영리하지는 않다. 쏜튼이 어천와처럼 머리를 쓸 줄 알았다면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됐을 것이고 WKBL보다 더 좋은 조건의 리그에서 활약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스텝을 계속 시도하면서 특유의 자신감을 앞세워 WKBL에 대한 적응력도 높인 것 같다. 분명히 시즌 초반보다 늘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쏜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미 보여준 것 같다. 지금 이상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지금은 팀이 연승을 달리면서 흐름이 좋기 때문에 쏜튼 스스로 기분이 너무 좋다는 게 화면을 통해 봐도 느껴진다. 쏜튼이 이런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기가 살 수 있도록 플레이를 만들어 주는 게 신한은행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쏜튼과의 공존, 해법을 찾아가는 김단비
vs KDB생명(1/11) | 7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
vs KB스타즈(1/14) | 13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5스틸, 2블록

쏜튼이 마냥 신나게 흐름을 타야 한다면 이를 제어해주고 맥을 짚어주는 것이 김단비다. 쏜튼이 신체능력을 앞세우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지만 이를 잘 잡아주지 못하면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팀 플레이 전체가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는 데 김단비가 이를 잘 잡아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개막 이전부터 쏜튼과 김단비의 동선 정리와 역할 분담이 숙제였고 개막 후에도 이 부분 때문에 말이 많았다. 지금 모습을 보면 김단비가 쏜튼에 맞춰가고 있는 것 같다.

성향이 비슷한 두 선수를 놓고 확실한 황금분할이 나오지 않는다면, 둘 중 코칭스태프의 말귀를 더 잘 알아듣는 선수가 다른 한 명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 그게 김단비의 선택인 것 같다.

김단비는 어려서부터 1군 경기를 뛰었고 리그 경험이 많다. 따라서 시즌을 치르면서 지금이 어떤 흐름이고,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 해도 몸은 알고 있을 것이다.

쏜튼의 플레이로 인해 생기는 빈 자리나 문제점들, 그리고 내가 직접 득점을 해 줘야 하는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깨우쳐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신한은행이 7연패를 하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이 잘 맞지 않았지만 연승 과정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잘 되는지를 본인 스스로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 김단비의 개인 득점이 자신이 평소 하던 것보다 좋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수에서 골고루 자기 역할을 하면서 팀의 밸런스를 잡아준 것은 김단비였다. 김단비가 없었다면 쏜튼의 활약도 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 슈터’로 성장한 강이슬과 혼신을 다하는 한채진
쏜튼과 김단비를 '주간 그뤠잇'으로 선정했지만, 사실 지난 주 개인 기록 면에서 가장 눈에 보였던 것은 KDB생명 전에서 33점을 성공한 강이슬이였다.

강이슬이 보여준 3점슛의 폭발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강이슬은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가장 발전한 선수 중 한 명이 아닐까?

하지만 성장해야 할 부분도 더 많은 선수다. 좋은 패스를 받았을 때 가장 확률 높은 슈터라는 것은 증명을 했으니, 그 다음 단계로 가줘야 한다. 

3점슛 찬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이전보다 좋아졌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상의 발전이 필요하다. 상대가 맨투맨으로 나설 때는 움직임이 나오는 데, 지역 방어를 설 때는 약점이 있는 것 같다.

한 팀의 에이스라면 15일 우리은행 전과 같은 모습이 나오면 안 된다. 박혜진(우리은행)이 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지만 혼자 힘으로도 그 수비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선수 시절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생각해보면, 그들의 수비는 단순하면서도 집요했던 것 같다. 나한테는 슛을 주지 않겠다는 목표 하나 만을 갖고 덤벼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은행을 상대로는 3점슛 시도 자체가 다른 경기보다 많이 줄었었다.

강이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강이슬이 성장한 만큼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도 더 강해진다.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강이슬은 7번 밖에 슛을 시도하지 못했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강이슬은 경기당 14개의 슛을 시도하고 있다.

강이슬의 포지션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하나은행이라는 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보다 많은 슛을 가져가야 한다. 최소한 3점슛과 2점슛을 매 경기 10개씩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사가 아니다. 그 만큼의 자기 슛 찬스를 만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상대 수비를 읽는 능력에 아쉬움이 있다. 우리은행 전에서 슛 시도가 적었던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상대 수비를 먼저 파악한 후, 공을 잡고 공격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공을 잡은 후에 상대 수비를 보니까 죽기 살기로 자신에게 따라붙는 박혜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사실 박혜진이 강이슬을 놓친 장면도 꽤 있었다. 그런데 미리 수비를 읽지 못하다 보니 ‘곧 박혜진이 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슛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상대가 이런 수비를 펼칠 때는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픽앤롤을 통해 해리슨을 살려주는 플레이가 가끔 나왔는데 이런 부분을 더 활용할 필요도 있다.

상대 수비가 강이슬에게 적극적으로 붙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갖는 것도 강이슬에게는 슛을 던지는 것 만큼이나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이 된다.

올 시즌 강이슬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현역 때 내가 했던 플레이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조금 더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선은 자신에게 몰리는 수비를 극복하기 위한 시야와 패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턴오버를 줄이는 부분도 보완 과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잘 하다가도 종종 맥 빠지는 턴오버를 범할때가 있다. 힘든 것도 이해는 되지만 한 팀의 에이스라면 반드시 갖고가야 할 부분이다.

강이슬과 함께 KDB생명의 한채진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한채진을 보면서는 마음이 한켠이 아렸고, 많이 안타까웠다.

한채진은 팀 사정이 힘들다 보니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박영진 코치가 감독 대행을 하며 벤치에는 더 이상 코치가 없는 것이 KDB생명의 현실이지만 코트 안에서는 한채진이 경기를 뛰면서 코치의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득점과 외곽슛, 수비와 리바운드,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 등 모든 플레이에 전부 뛰어들었고, 어린 선수들이 미숙하거나 자신감을 잃으면 볼 데드가 됐을 때마다 조곤조곤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며 경기를 뛰었다. 

자신에게 붙는 견제가 만만치 않아 이를 떨치는 것만도 쉽지 않았을텐데 후배들을 격려하고 달래고 타이르며 경기를 이끌었다.

코트에서 이런 역할을 하며 경기를 할 때 결과가 노력에 부합하면 힘이 나지만, 지금의 KDB생명처럼 한계가 명확히 나타나고 연패를 당하면 힘이 빠지게 된다. 

경기를 뛰면서 피로도는 배가 되고,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힘들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경기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화가 났다가, 억울하기도 하다가, 심지어는 울고 싶은 마음이 된다. 의욕이 증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악재가 겹친 KDB생명에게는 코트에서 이런 부담이 한채진에게 집중된다. 한채진은 매 경기 밖에서 보는 것 이상의 상상하기 힘든 부담을 안고 경기를 뛰고 있을 것 같다. 

지난 주 2경기에서 한채진은 평균 38분 33초를 뛰면서 19점 6.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율은 58.3%, 자유투도 10개 중 9개를 성공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3일 하나은행 전에서는 15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했다.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한채진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팀 성적이 아쉽지만 한채진은 지난 주 WKBL에서 가장 빛난 선수였다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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