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다시 선두 독주의 기회를 잡은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하나은행의 안방을 찾는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부천 KEB하나은행이 15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지난 5일 삼성생명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선두 경쟁 라이벌인 KB를 잡고 12일에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복수전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다시 연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KB가 14일, 신한은행에게 패하며 2위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시즌 초, KB를 따라가던 우리은행은 연승을 거듭하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3라운드 이후에는 KB와의 맞대결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순위 추월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몇 년간 반복됐던 선두 독주를 노릴 태세다.

반면 하나은행은 불안한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지난 4일 신한은행과의 경기부터는 기복이 나타났고,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뛰지 못한 KB, KDB생명과의 연전에서도 내용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하나은행은 전력 안정화가 필요한 시기에 하필 우리은행을 만나게 됐다. 3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은 7연패 후 4연승을 거두며 2경기차로 앞서가고 있다. 지금 뒤처지면 이후의 순위 싸움은 더욱 힘들어진다.

2016-17시즌 이후 우리은행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하나은행이다. 이환우 하나은행 감독도 부임 후 유일하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가 우리은행이다. 부담이 큰 상대를 중요한 고비에서 만나게 됐다.

1R 아산 우리은행 위비 74-69 부천 KEB하나은행 (아산)
2R 아산 우리은행 위비 70-57 부천 KEB하나은행 (부천)
3R 아산 우리은행 위비 66-52 부천 KEB하나은행 (부천)
4R 아산 우리은행 위비 67-65 부천 KEB하나은행 (아산)
우리은행 4전 4승 우위

나탈리 어천와 4G 29:51 18.5점 11.5리바운드
박혜진 4G 37:42 16.5점(3점슛 9/25) 5.8리바운드 5.5어시스트
김정은 4G 32:59 14.5점(3점슛 8/23) 6.3리바운드
임영희 4G 31:39 8점(3점슛 1/11) 4.5리바운드 4.5어시스트
데스티니 윌리엄스 2G 20:03 5.5점 6.5리바운드 
최은실 3G 21:30 4.3점(3점슛 1/11) 3.7리바운드(이상 우리은행)
이사벨 해리슨 4G 26:20 13.5점 9.5리바운드 
강이슬 4G 33:42 13점(3점슛 11/16) 5.3리바운드 
자즈몬 과트미 4G 23:39 12.8점(3점슛 2/10) 7.8리바운드
염윤아 3G 28:48 4.7점(3점슛 2/4) 2.7리바운드 3.3어시스트
백지은 4G 23:18 4.5점(3점슛 1/9) 2.8리바운드 
김단비 4G 25:47 4점(3점슛 2/11)
김이슬 4G 16:23 4점(3점슛 2/5) 3.3어시스트(이상 하나은행)

친정 킬러로 우뚝 선 김정은과 어천와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을 상대로 7전 전승을 기록했다. 시즌 첫 맞대결에서 하나은행의 패기에 밀려 접전 끝에 5점차의 신승을 거뒀던 우리은행은 이후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도 첫 맞대결 효과가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 해 11월 13일 벌어진 1라운드 맞대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외곽슛이 번번이 림을 외면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우리은행은 종료 5분 전 강이슬에게 3점슛을 얻어맞으며 56-65로 끌려갔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마지막 5분 동안 무려 18점을 득점했고, 상대 득점은 단 4점으로 묶었다.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은 우리은행은 지난 4라운드 대결에서도 시종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에서 앞서며 승리를 챙겼다.

시즌 첫 맞대결 역전의 선봉에는 '하나은행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정은이 있었다. 김정은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와 3점슛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김정은은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꾸준히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적극적인 리바운드가 돋보였다.

올 시즌 평균 4.1개의 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김정은은 다른 4개 팀과의 경기에서는 경기당 4개 이하의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하나은행과의 4경기에서는 6.3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맞대결에서 평균 7개를 더 잡은 우리은행의 리바운드 우위에는 김정은의 역할이 있었다.

현재 WKBL 선수 중 부천실내체육관이 가장 익숙한 선수 중 한 명인 김정은의 활약은 하나은행을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드는 요소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을 상대로 안방인 아산보다 부천 원정에서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

WKBL에서 첫선을 보였던 지난 시즌, 하나은행에서 활약했던 나탈리 어천와 역시 친정팀만 만나면 평소보다 더 위력을 발휘했다.

시즌 평균 16.1점을 득점 중인 어천와는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어천와에게 쉬운 공격 기회를 만들어주는 박혜진과 임영희의 패스가 워낙 날카로운 탓도 있지만 자신들만 만나면 득점이 늘어나는 어천와의 활약이 하나은행으로서는 야속하기만 하다.

또한 리그에서 가장 노련한 우리은행의 베테랑들은 패기를 앞세우지만 운영 면에서 미숙함이 있는 하나은행의 약점을 파고들어 쉬운 득점을 많이 가져갔다. 

4번의 맞대결에서 하나은행이 총 55번의 자유투를 얻은 데 반해 우리은행은 91번을 얻어냈다. 우리은행은 4경기에서 매번 20개 이상의 자유투를 던졌다. 

올 시즌 경기 당 한 팀의 자유투 수는 평균 15.9개. KB스타즈(18.4개)와 삼성생명(18.1개)이 가장 많은 자유투를 얻어 낸 가운데 나머지 4팀은 평균 14.8개 안팎의 자유투를 시도했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경기당 14.7개로 자유투 시도가 가장 적다. 그러나 하나은행을 상대로는 평균 22.8개의 자유투를 얻었고 이중 67개를 성공했다. 우리은행의 자유투 성공 개수가 하나은행이 시도한 자유투 전체 숫자보다도 많다.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박혜진은 물론 임영희와 김정은의 노련미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주며 쉬운 득점 기회를 차곡차곡 쌓았고, 하나은행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하나은행의 주장인 백지은이 15일 경기에 결장하는 만큼 우리은행은 더욱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며 경험이 적은 상대 선수들을 공략해 쉬운 찬스나 자유투 등의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시도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백지은 결장’ 하나은행, 김단비의 역할 중요
하나은행은 지난 KDB생명 전부터 주장인 백지은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백지은은 지난 10일 KB와의 경기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손목에 부상을 입었다. 현재 실금이 간 상태로 최소 1주일은 깁스를 하고 이후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백지은의 올 시즌 평균 기록은 5.4점에 4.4리바운드.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지만 코트 안에서 백지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수비 때는 힘으로 버티며 인사이드를 공략하는 상대 국내 빅맨들과 맞서고 공격 때는 자신의 마크맨을 외곽까지 끌고 나오며 간간히 3점슛을 성공해 팀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염윤아와 함께 팀 내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이다.

백지은은 지난 시즌에도 WKBL 6개 구단 선수들이 직접 뽑은 ‘리그 최고의 블루워커’에 선정되기도 했다.

백지은이 결장하면 하나은행은 당장 4번 자리에 공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은행을 상대로는 김정은과 맞서야 하는 자원이 마땅치 않다. 힘과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하나은행의 선수 구성상 이 역할은 김단비가 맡아줘야 한다. 

하나은행에서 백지은의 자리를 대신했던 선수 중 이수연은 올 시즌 출전 시간이 많지 않고, 가장 장신인 이하은은 최근 독감에 장염까지 겹쳐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 

김정은의 FA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로 우리은행을 떠나 하나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는 올 시즌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시간(평균 24분 32초)을 출전하며 커리어 하이의 성적(5.6점 2.7리바운드)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이환우 감독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는 평균 4점에 1.5리바운드로 자기 평균보다도 모자랐다. 

하지만 처음 두 번의 맞대결에서 단 2점에 그쳤던 것과 달리 3-4라운드에는 조금씩 자기 득점을 가져가며 출전 시간을 늘렸다.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던 4라운드 경기에서는 벤치로 물러난 뒤 아쉬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백지은이 결장했던 13일 경기에서 하나은행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KDB생명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부상 선수가 속출한 KDB생명은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뛸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하나은행의 공략은 매섭지 못했다. 3점슛 8개를 포함해 33점을 득점한 강이슬의 후반 폭주가 없었다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할 뻔 했다.

내용 면에서는 허술했던 박스 아웃과 어설픈 리바운드 싸움이 아쉬웠다. 골밑에서 확실한 높이의 우위가 있는 이사벨 해리슨을 보유하고도 하나은행은 리바운드에서 열세를 보였고 루즈볼 다툼에서도 주춤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김단비는 15일, 득점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수비와 궂은일까지 담당하며 백지은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기록 면에서는 크지 않지만 백지은이 빠진 공백은 하나은행에게 상당한 골칫거리다. 전력 면에서도 확실한 열세인 하나은행으로서는 주장의 공백을 안고 싸우는 1위 팀과의 경기가 큰 시련이자 시험이 될 전망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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