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순위 싸움에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조바심이 나게 된 두 팀이 만난다. 부천 KEB하나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대결이다. 두 팀은 10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4라운드 맞대결을 갖는다.

홈팀인 하나은행은 3위 경쟁에서 한 발 뒤쳐져있다. 

삼성생명이 선두 경쟁을 하던 KB와 우리은행의 덜미를 잡으며 앞서나갔고, 그런 삼성생명을 신한은행이 꺾었다. 하나은행이 10일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 3위와 2경기차로 벌어진다.

세 팀의 각축이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하나은행은 우선 3위권에 바짝 따라붙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에게 추월을 당한 KB는 1.5게임차로 2위다. 3위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여전히 아래를 의식하기 보다는 선두 복귀가 절실하다.

하나은행에게 패하면 KB도 우리은행과 2경기 차가 된다. 아직 3번의 맞대결이 더 남아있지만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을 상대로 역전 레이스를 펼치는 것은 분명 부담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KB 역시 우리은행과의 승차를 최대한 좁혀야 하는 입장이다.

1R 청주 KB스타즈 68-71 부천 KEB하나은행 (부천)
2R 청주 KB스타즈 73-64 부천 KEB하나은행 (청주)
3R 청주 KB스타즈 68-58 부천 KEB하나은행 (청주)
KB 2승 1패 우위

다미리스 단타스 3G 33:18 20.7점 13.7리바운드 1.3블록
강아정 3G 36:35 11.7점(3점슛 9/18) 2.7리바운드 4.0어시스트
모니크 커리 3G 16:42 11.7점(3점슛 3/5) 4.0리바운드 2.0어시스트
박지수 3G 34:33 8.0점 12.7리바운드 2.7어시스트 4.3블록
심성영 3G 34:04 8.0점(3점슛 5/16) 2.7리바운드 2.3어시스트
김보미 3G 25:52 7.3점(3점슛 6/19) 3.7리바운드 (이상 KB)
강이슬 3G 36:03 17.0점(3점슛 6/20) 4.3리바운드 2.0어시스트
이사벨 해리슨 3G 30:48 16.0점 10.3리바운드 2.0블록
자즈몬 과트미 3G 19:11 9.0점 4.7리바운드 
김이슬 1G 19:20 7점 3리바운드
염윤아 3G 30:25 6.0점 4.7리바운드 3.7어시스트 (이상 하나은행)

KB, 단타스와 강아정의 빈 자리
이 경기는 하나은행보다는 KB가 어떻게 준비를 하고 나올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다미리스 단타스와 강아정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KB 측은 9일, 단타스와 강아정 모두 하나은행과의 경기에 뛰기 힘들다고 밝혔다.

단타스는 지난 7일, 우리은행과의 경기 도중 발이 밀리면서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뼈와 인대에 이상이 없다. 3-4일 정도 지나 통증이 없으면 경기 출전은 무리가 없다는 진단이지만 10일 경기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강아정은 지난달 28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고 이후 3경기에 결장했다. 

발목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강아정은 발목 뼈가 자라면서 통증을 유발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강아정은 “인대 통증은 익숙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디면서 뛸 수 있는 데, 뼈에 오는 통증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는 9일, “지금 상황이면 강아정도 하나은행 전에 뛸 수 없다”고 전했다.

만약 단타스와 강아정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KB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팀의 중추적인 선수인 단타스와 강아정은 하나은행에 가장 강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단타스는 하나은행과의 3경기에서 평균 20-10을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고 강아정은 평균 11.7점과 함께 무려 50%의 3점슛 적중률을 자랑했다.

약 32점 1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합작했던 선수들의 공백이다. 없는 자리가 더욱 티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KB는 올 시즌 백업 멤버들의 활용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단타스와 강아정의 자리를 대신 해 줄 선수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골밑의 중심’인 박지수의 분전과 김가은, 김진영, 김민정 등이 자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지수는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국내 빅맨의 높이가 낮은 하나은행은 수비 때 적극적인 더블팀을 활용하며 박지수를 림에서 멀리 밀어내는 작전을 구사했고 이는 개막 4연승을 달리던 KB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위력을 보여줬던 박지수는 올스타전 휴식기 무렵, 가장 수비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이사벨 해리슨을 꼽은 바 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아 공간을 확보한 후 스텝을 놓는 속도가 상당히 빨리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블록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내내 KB는 박지수와 단타스의 더블 포스트를 활용해 높이의 확실한 우위를 지켜왔다. 단타스가 뛰지 못한다면 박지수 혼자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KB는 올 시즌 박지수에게 휴식을 줄 때 단타스를 투입해 높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단타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박지수의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것도 KB에게 큰 고민이 된다. 여러 모로 단타스의 부재는 KB에서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또한 KB는 김진영, 김민정, 김가은 등의 활약이 중요하다.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김진영은 악착같은 수비와 운동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야투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김진영이 볼을 잡을 때, 노골적으로 아래로 내려서면서 슛을 열어주고 돌파와 패스를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영이 자신 있게 슛을 던져줄 수 있으면 KB가 상대 수비를 공략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최근 들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민정도 마찬가지. 

프로 통산 평균 출전 시간이 채 7분이 되지 않는 김민정은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20분 이상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우리은행 전에서는 수비에 비해 공격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침착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득점 기회를 놓쳤다. 

1군 경험이 충분치 않은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강아정과 단타스가 뛸 수 없는 상황의 KB로서는 심성영, 김보미는 물론, 이들 또한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김가은도 강아정이 담당했던 3점포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부터 상대의 주득점원에게 적극적으로 달라붙고,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에게는 오히려 슛을 열어주는 형태의 수비를 자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선수가 득점을 올리면 수비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강아정과 단타스가 없기 때문에 하나은행의 수비는 박지수와 모니크 커리에게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많은 찬스를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 공격에서 평균 이상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약점의 상쇄, 역습이 가능한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KB와의 지난 3경기에서 리바운드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고, 3점슛도 많이 허용했다. 평균 8.7개의 리바운드를 더 뺏겼고, 3점슛도 평균 8개 이상을 내줬다. 3점슛에서 나타난 차이는 특히 아쉬웠다.

올 시즌 WKBL에서 경기당 6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하고, 3점슛 야투율도 30%가 넘는 팀은 KB와 하나은행 뿐이다. 하나은행의 3점슛 성공수와 적중률은 모두 KB에 이어 리그 2위다. 하지만 맞대결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상대의 더블포스트에 적극적인 더블팀을 펼치는 등 인사이드 수비에 치중한 하나은행은 KB에게 외곽 찬스를 많이 허용했고, 리바운드에 대한 부담 탓인지 자신들의 외곽 공격은 살리지 못했다.

경기당 6.1개의 3점슛을 32.7%의 확률로 꽂아 넣었던 하나은행이 KB와의 3경기에서는 경기당 4개를 성공하며 23.5%의 적중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리바운드와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장점인 외곽 공격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다소 양상이 다를 수 있다. KB의 단타스와 강아정이 뛰지 못한다면 기본적인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타스의 부재로 KB는 박지수가 흔들릴 때 높이를 잡아줄 수 있는 대체 자원이 없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해리슨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골밑의 열세도 이전 3경기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달 10일,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나탈리 어천와와 충돌하여 1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던 해리슨은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13경기에서 평균 13.4점 10.7리바운드 47.0%의 야투율과 59.3%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였던 해리슨은 이 사태 이후 5경기에서는 20.6점 11.2리바운드 66.2%의 야투율과 72.2%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서동철 고려대학교 감독은 “하나은행은 팀 구성과 성격상 외국인 선수인 해리슨이 골밑에서 결정력을 높게 가져가며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 데 그 부분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초반 하나은행의 성적이 좋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해리슨이 완벽히 리그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1순위 외국인 선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높이가 낮아진 KB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곽에서 강이슬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득점 순위 5위 안에 올라있는 강이슬은 경기당 16.4점을 득점하며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했고 3점슛 야투율(39.5%)도 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KB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평균 기록에 못 미쳤다. 그리고 최근 3경기에서도 정확했던 슛 감각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3경기에서 강이슬은 평균 7.7점에 그쳤고 3점슛 성공률도 25%(3/12)로 주춤하고 있다.

올 시즌 공격 방법을 다양하게 가져가며 득점 루트를 늘린 강이슬이지만 최고의 무기인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 그 위력은 반감된다. 또한 강아정이 뛰지 않는다면, KB는 외곽에서 강이슬을 잡는 데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다.

결국 하나은행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강이슬과 해리슨이 확실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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