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1998년 출범한 WKBL이 20주년을 맞았다. 여러 가지 제도의 변화와 발전의 노력 속에 다사다난했던 시간이 흘렀고 여자농구는 안타깝게도 농구의 인기 하락과 함께 현재, 프로스포츠임에도 ‘비인기 종목’의 그늘에 있다.

WKBL과 각 구단은 여자 농구의 인기 부활을 위해 여러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에 해당하는 20년을 맞아 WKBL이 조금 더 고민해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① 심판설명회의 위상 정립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고 ‘공공의 적’인 것이 심판이다. 농구에서도 코트 위의 가장 외로운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에 의해 경기는 운영되며 휘슬 하나에 결과가 뒤바뀐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그리고 연맹은 물론 각 구단과 선수들의 신뢰 속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WKBL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심판 개개인의 능력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판들의 판정 기준을 설정해주는 심판위원장과 심판부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 시즌은 판정과 관련한 잡음이 초반부터 끊이지 않는다. 

WKBL 심판부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FIBA룰’을 기준으로 하여 몸싸움을 완화하고 있으며 다소 과도기는 있지만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의견은 다르다. 선수들의 부상이 심각히 우려된다는 것. 

게다가 핸드 체킹과 부정 스크린 등 기본적인 콜 자체가 FIBA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구단 스태프들은 “심판이 몸싸움과 파울을 구별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한 “몸싸움 부분의 효과도 있지만 그 전에 손을 쓰거나 스크린에 적응 못해 전부 5반칙으로 퇴장 당할 판”이라는 쓴소리도 있다.

유명무실한 심판설명회
현장에서의 운영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대한 사후 대처다. 현재 구단이 심판 판정에 대해 직접 질의를 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심판설명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심판설명회를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각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WKBL의 판정은 거의 매주 도마에 오르지만 지난 몇 년간 심판 설명회는 거의 개최되지 않았다. 구단들은 “요청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심판부가 설명회 자체를 싸움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방어의 개념으로 나서니 무조건 아니라고 한다. 답답한 노릇”이라고 성토한다.

실제로 심판설명회에서 심판의 오심이 인정 되도 구단에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 경기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들이 설명회를 요청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판정에 대해 확인을 하고 이후 경기 준비의 기준을 삼기 위해서다. 

하지만 설명회를 요청한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받아든 구단은 없었다. 다음은 주요 구단들이 최근 몇 년간 심판설명회를 마치고 토로한 사안들이다.

“명백한 파울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대답하더라. 각도가 아니라 정당한 플레이가 맞는지를 대답해 달랬는데 끝까지 각도만 운운했다. ‘앞으로 우리도 저렇게 플레이해도 파울이 아닌거냐’고 반문했더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점프를 할 때부터 실린더를 침범했다고 지적을 하자 ‘나는 그렇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정확히 손으로 가리켜서 그 부분을 보여줘도 자기는 모르겠단다. 심한 말이 튀어나오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시즌 전에 준 기준이랑 왜 다르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배포한 DVD를 보면서 이야기 하자’고 하니까 ‘그걸 지금 왜 보냐’고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레이업 올라가는 선수를 상대 수비가 쳤다.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이 되는데 ‘손이 닿은 건 맞지만 선수가 정상적으로 슛을 했으니 방해받지는 않은 것 아니냐? 그러니 파울은 아니’라고 했다.”

“분명 심판설명회 때는 꽤 많은 상황을 인정한 것 같은데 나중에 공문이 왔을 때는 결국 5개가 안되더라. 이걸 다시 확인할 길도 없다. 오심이 5개 이상이면 심판이 징계를 받는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인가보다.”

“설명회를 마치고 우리 선수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경기장에서는 억울했고 설명회를 듣고 나니 화가 난다. 농구를 30년이나 했는데 내가 규칙도 제대로 몰랐나보다. 선수들한테 내가 죄인이다.”

“판정을 잘못한 심판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를 한다고 하는데 어느 심판한테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아마 다른 구단도 다 모를 거다.”

이러한 불만의 원인은 심판부 측이 설명회 자체를 자신들에 대한 ‘공격 혹은 도전’이라고 간주하고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방어적인 태도로 나서기 때문이다. 

설명회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심판위원장 자체가 심판부의 수장이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의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을 하는 제 3자가 없기에 심판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갑론을박만 이어지다가 아닌 게 되어 버린다는 것. 

그래서 경험이 있는 구단들은 입을 모아 심판설명회를 “의미없다”고 평가절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회를 신청하는 것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라는 의견과 “뭐라도 해야겠으니 참다 참다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심판설명회는 후환을 감수해야?
심판설명회가 구단에게 불신을 받는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괜히 설명회를 개최했다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구단들의 암묵적인 입장. 

가령 A구단이 심판설명회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음에 A가 어디와 경기를 하냐”고 반문한다. A팀이 판정에서 불이익을 볼 게 확실하므로 상대 팀이 수혜를 본다며 실소를 흘린다.

실제로 한 감독은 “내가 제기했던 사안을 심판설명회에서는 인정하지 않더니, 다음 경기에서 같은 상황을 우리편에게 파울로 주더라. 굳이 나를 쳐다보면서 콜을 하는데 마치 ‘당신이 원한 게 이런 거였냐’고 하는 것 같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어디까지나 구단의 입장이므로 지나친 피해의식일수도 있다. 하지만 복수의 구단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설명회 내용과 결과는 비공개가 원칙
게다가 심판 설명회 결과가 비공개라는 것도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WKBL은 심판설명회는 물론 재정위원회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와 이사벨 해리슨(하나은행)의 폭력사태에 대해 징계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사안이 심각하고 여론의 관심이 높다”는 게 이례적인 발표의 이유였다.

심지어 해당 구단에는 언론을 상대로 이에 대한 언급을 못하도록 한다. 이번 카일라 쏜튼(신한은행)의 U파울과 관련해서도 신한은행은 공식적인 언급을 할 수 없었다.

신한은행 측은 “구단은 심판설명회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설명을 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쪽 주장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겠다. 심판부의 설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의 경기 직전 이었던 지난달 28일 KB와의 경기에서도 종료 1분 25초 전에 쏜튼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던 예가 있어 우리은행 전의 U파울 판정에 대해 더욱 민감했을 것이다. 

WKBL은 심판설명회의 내용과 결과를 공개할 경우 특정 심판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며 비공개 원칙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번 쏜튼에 대한 설명회 결과만 보더라도 비공개 원칙도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

쏜튼의 U파울에 대해 심판부는 ‘쏜튼이 고의적이고 위협적으로 팔꿈치를 사용했으므로 심판의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루키 더 바스켓>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타 구단 코칭스태프 및 농구 관계자들 10여명에게 문의 한 결과 쏜튼의 행동에 주어진 U파울이 합당했다고 대답한 이는 없었다.

한 해설위원은 “상대가 뒤에서 달려든 상황에서 몸을 반대로 돌리는 건 당연한 반사작용이다. 게다가 쏜튼은 팔을 몸에 붙이고 있었다. U파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 코치는 “올 시즌 WKBL은 파울 작전 시에도 정도가 심하면 U파울을 불겠다고 했다. 쏜튼 이전에 선행된 김정은의 파울이 무척 위협적이고 고의적이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WKBL이 제시한 기준대로 한다면 김정은에게 먼저 U파울이 주어졌어야 한다. 그 정도로 때리고 들어오면 공을 가진 선수는 심판 콜을 판단하기 전에 공을 지키기 위한 동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도자 역시 “얼마 전에 상대 팔꿈치 사용에 항의했더니 ‘팔꿈치를 썼지만 맞지 않았다. 그 정도는 파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있었냐까지 봐야 한다면 쏜튼에게 주어진 파울은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쏜튼에게 파울을 불 여지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판단은 심판의 몫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U파울은 지나쳤다. 그 판정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단언했다.

쏜튼의 동작을 팔꿈치 사용으로 인정해 파울이 주어질 수 있다고 대답한 전문가들도 “U파울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오직 WKBL 심판부 만은 이 판정에 잘못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판정 기준이 FIBA룰과 다르다고 수없이 지적해도 자신들은 굳건히 ‘FIBA룰’이라고 강조하는 행보와 다르지 않다.

현장에 있었던 연맹 관계자는 지난 1일, 해당 사안을 설명하며 “쏜튼이 고의적으로 팔꿈치를 휘둘렀고, 올 시즌 내내 스포츠맨십을 위반하는 거친 파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U파울을 줬다는 것이 심판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역대 유례없이 다반사로 발생한 유혈사태에도 U파울은 커녕 일반적인 파울도 선언하지 않아 빈축을 샀던 심판부의 주장이라 더 당황스럽다.

슛하고 내려오는 선수 아래로 발이 들어가 선수가 부상을 입는 상황이 벌어졌던 때에도 이러한 플레이를 한 윤미지(신한은행)와 김한별(삼성생명)에게는 U파울은 물론 일반 파울도 적용되지 않았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이어진 상황에서 속공에 참여해 파울 대신 어시스트를 하나씩 추가했다.

몇몇 선수의 경우에는 동업자 정신을 지키지 않은 위험한 행위였다며 사후 징계에 관한 주장도 제기됐지만 심판들의 현장 대응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심판의 미숙한 플레이에 항의하다가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감독들이 속출했다.

한 코치는 “쏜튼의 상황을 U파울로 가정한다면 올 시즌 심판들이 놓친 팔꿈치 사용은 한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쏜튼의 상황을 U파울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올 시즌 WKBL에서는 유사한 상황에 대해 파울이 선언되지 않았다”는 말이 포함됐다. 제3자들의 시선도 심판부의 주장과는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설명회를 요청한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심판 측의 주장이 더욱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심판부의 수장인 심판위원장이 정심과 오심 여부를 판단하는데다가 내용 또한 비공개 원칙에, 언론에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으니 억울해도 하소연할 방법도 없다.

판정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심판설명회의 구성과 운영 자체가 객관성과 신뢰를 주기에는 무리인 구조다. 

이보다 나쁠 수 없는 판정 불신
신선우 총재 취임 후 WKBL은 여러 면에서 발전의 모습도 있었지만 반대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첼시 리 사태’와 KDB생명 매각 논의‘ 건은 연맹의 대처와 준비가 아쉬웠던 대표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심판 판정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옥의 티’다. 

일부에서는 ‘경기인 출신인 신 총재가 각 구단의 이사들을 상대로 자기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판정 뿐이었을 것’이라는 의심도 드리우고 있다. 

연임을 노리고 있는 신 총재에게도 불필요한 의심과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지금의 심판설명회는 '없는 의혹'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심판설명회는 청문회가 아니다. 더 나은 경기 운영을 위한 고민이자 토론의 장이다. 

잘못된 것과 의혹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털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논란이 된 사항에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주면 된다. 

그러나 심판설명회에 구단 측은 감독 외에 누구도 참석이 불가능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유지하는 현재의 모습은 발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숨기고 감춰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비쳐진다.

심판설명회는 많을수록 좋다. 

규정을 바탕으로 해석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확실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구단 코칭스태프와 심판부가 정례적으로 설명회를 갖고, 일정 기간 동안의 판정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 또한 공개적으로 진행해 언론도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

심판위원장 스스로도 “심판들이 아직까지 팬들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 더욱 더 설명회를 공개적이고 양성적으로 진행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미 결론이 나온 판정을 놓고 밀실에서 나누는 당사자 간의 대화로 잘잘못만 가리고자 하는 어긋난 심판설명회는 쓸모가 없다. 지금 심판부에 필요한 것은 자기 방어가 아니라 자성의 모습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김진수 WKBL 심판위원장은 “적어도 심판 때문에 농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재미의 문제가 아니다. “심판 때문에 농구를 보기 싫다”는 불만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기를 취재할 필요가 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심판이 여자농구를 ‘그들만의 리그’로 고립시키는 주범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쏜튼에 대한 판정으로 인해 일부 팬들은 심판을 성토하는 것을 넘어 우리은행에게도 지나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난 5년간 WKBL 최강팀으로 군림한 우리은행은 의심할 여지 없는 2010년대의 최강팀이다. 그런데 이러한 찬란한 역사마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심판부의 납득하기 힘든 대처로 인해 모욕을 당하고 있다.

심판으로 인해 가해자는 사라지고 모든 구단과 선수들이 피해자가 되는 절묘한 균형도 달갑지 않다. 

심판부도 쓸데없는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떳떳하고 당당한 위치에 나서 적극적으로 구단과 소통하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결정에 나서야 한다.

심판설명회의 적극적이고 양성적인 자리매김은 심판부의 이러한 노력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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