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선두 그룹에 함께하지 못한 4개 팀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의 우위와 안정감을 함께 도모한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이 상위 그룹의 선두 경쟁을 치르는 가운데 네 팀의 물고 물리는 혈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위와 3위의 차이는 6경기지만 3위와 6위의 차이는 단 두 경기. 한 번 흐름을 타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판도다. 경기력과 팀 성적이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 모습도 나온다. 따라서 아직은 2강 4중이라고 구도를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3위 싸움에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팀이 나오기보다는 4팀 간의 경쟁에서 실족하는 팀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다가 플레이오프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이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네 팀 중 두드러지게 앞서는 팀이 보이지 않아서다.

부상의 연쇄와 높아지는 토마스 의존도, 삼성생명 | 6승 9패, 공동 3위
삼성생명은 경기력에 비해 승수는 잘 쌓고 있는 팀이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삼성생명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정도 경기력으로 3라운드에서 2승 3패를 기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엘리사 토마스에게 의존하다가 토마스가 해결을 못해주면 답이 안 나온다. 만약 토마스가 막히기라도 하면 와르르 무너진다. 지난 15일 KB 전은 그런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박하나가 꾸준히 10점 이상을 올려주고 있지만 전체적인 팀 플레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고아라, 김한별이 부상으로 빠지고, 배혜윤도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니 완성도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속공이 장점이지만 이 마저도 리바운드 후에 토마스가 혼자 치고 나가는 방법이 전부다. 

고아라가 있을 때는 같이 달려주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켰지만 지금은 함께 뛰어줄 선수도 없다보니 토마스가 혼자 치고 들어간다. 상대도 안으로 좁혀 버린다. 일대일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만 상대 수비가 몰려 있으면 아무리 토마스라도 부담이 된다.

스피드를 팀 컬러로 가져갔으면 선수들이 함께 달려줘야 한다. 그런데 토마스와 고아라를 제외하면 스피드에서 상대보다 강점을 보이는 선수가 없다. 최근에는 강계리가 어느 정도 달려주고는 있지만 그 외에 특별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주축 선수들의 결장이 전력 누수에 직결되고 있다.

고아라와 김한별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해도, 배혜윤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삼성생명에게 큰 아쉬움이다. 양지희의 은퇴 이후 WKBL의 인사이드에서 박지수(KB)와 가장 경쟁력 있는 싸움을 펼칠 선수로 주목받은 것이 배혜윤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토마스와 배혜윤의 조합이 그렇게 이상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허윤자는 밖에서도 공격이 가능한데 배혜윤은 3점슛을 종종 던졌던 지난 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결국 배혜윤의 주 공격 루트는 몸싸움을 하며 스텝으로 인사이드에서 득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나 배혜윤 모두 포스트 플레이어 치고는 높이가 낮고, 로우 포스트 플레이가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두 선수가 함께 뛰면 안쪽 공간이 좁아져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힘들다.

부상과 재활의 반복으로 비시즌 훈련이 충분치 못했던 배혜윤은 몸 싸움에서 상대를 밀어내지 못하는 데다, 안쪽의 공간도 좁으니 단순하게 미들슛을 던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마스가 없을 때는 삼성생명의 게임 스피드도 눈에 띄게 떨어진다. 첫 패스도 늦고, 공수 전환도 늦다. 속공 외에 특별한 공격 작업의 강점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팀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습관적으로 2대2 플레이를 가져가고, KB는 센터가 하이로 올라오면서 로우 포스트를 비워둔 후 공간을 이용한 플레이를 펼친다.

삼성생명도 세트 오펜스에서 플랙스든 셔플 오펜스든 뭔가 특징이 나와야 하는 데 활발한 커트인도 없고 박하나에게 일대일을 시킨 채 모두 정지된 모습이 다반사다.

결국 삼성생명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이후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린 후 조직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이번 시즌 내내 풀어야 할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신한은행 | 6승 9패, 공동 3위
신한은행은 도깨비 팀 같다. 뭐라고 정리하기가 참 힘들다.

3라운드를 전패로 마쳤다. 우선은 ‘3점슛이 정말 안들어갔다’는 말을 먼저 해야할 것 같다.

3라운드 5경기에서 신한은행이 성공한 3점슛은 10개. 경기당 평균 2개다. 시즌 내내 최악의 3점슛 부진을 보이고 있는 삼성생명도 평균 4개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 경기당 평균 3점슛이 4개가 안되는 팀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그만큼 신한은행의 3점슛은 답답했다. 심지어 성공률은 14.1%. 10개의 3점슛을 넣는 동안 무려 61개의 슛이 빗나갔다. 승부처에서의 3점슛은 더욱 보이지 않았다. 

슛에 기복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라운드 내내 3점슛 기근이 이어진 것은 상당한 고민이다. 선수들의 슈팅력 부재보다는 원활한 타이밍에서 패스가 제대로 돌지 않으니 3점슛을 던질 때의 리듬을 잡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신한은행이 경기를 유리하게 풀기 위해서는 3점슛이 어느 정도 나와 줘야 한다. 그런면에서 김연주의 분전이 필요하다. 사실 신한은행에서 ‘슈터’라고 정의할 수 있는 선수는 김연주 뿐이다. 김연주가 터져야 신한은행이 경기를 넓게 가져갈 수 있다.

유승희가 수비적인 면에서는 김연주보다 낫지만 전체적인 공격 활용도를 감안할 때는 김연주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16일 우리은행과의 경기가 좋은 예다.

우리은행은 유승희가 나오자 위크 사이드에서 두 스텝까지 페인트존으로 들어와 도움 수비를 갔다. 3점슛이 좋은 슈터가 있었다면 한 스텝 이상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데 슬럼프에 빠진 김연주는 이날 거의 뛰지 않았다. 상대 수비가 좁히고 들어오면 카일라 쏜튼이나 김단비가 활용할 공간이 없어진다. 3점슛이, 특히 김연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연주는 재작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오랫동안 뛰지 못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아킬레스건을 다친 이후에는 슛 밸런스를 잡는 게 상당히 힘들다. 김연주의 슛을 보면 안 들어갈 때는 적당히 어긋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림을 빗나간다. 확실히 밸런스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꾸준히 보장되니 계속 뛰면서 어느 정도 외곽에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같은 포지션에서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며 출전 시간에 변화가 있다. 몸은 몸대로 힘들면서 자신감도 떨어진 것 같다. 결국은 본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신한은행은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이기면서 상쾌한 시즌 출발을 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빠른 스피드도 앞세웠지만 적극적인 수비와 스크린 플레이를 펼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와 같은 플레이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몸이 힘들고 마음이 어긋날수록 나오지 않는다. 

스크린을 거는 선수는 무조건 희생을 하는 입장이 아니다. 스크린을 건 선수에게 오히려 찬스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스크린을 걸 때, 때로는 공격자 파울이 나오더라도 적극적이고 투쟁적으로 버티면서 상대 수비가 스위치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 수비가 스위치를 하는 과정에서 찬스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3라운드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1명의 열세를 딛고 3쿼터에 승부를 뒤집었던 상황에 가장 많이 나왔던 장면이 이런 모습이었다.

다행히 18일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르샨다 그레이가 과감한 스크린 플레이를 보여줬다. 다만 쏜튼은 여전히 볼만 쫓으면서 자기 공격에 매달리는 모습이었고 결국 수비때도 약점을 보였다. 

시즌 초반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 찾는 것도 신한은행에게는 중요한 반등의 조건이 될 것이다.

고비를 넘는데 부족한 마지막 2%, KEB하나은행 | 5승 10패, 5위
멀찍이 앞서간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4팀 중 그래도 가장 경기력이 좋은 팀은 하나은행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마다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질 때 지더라도 선수들이 의지를 갖고 뛰어다니는 게 느껴진다.

출전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신지현을 보면 들어올 때마다 뭐라도 하기위해 노력하는 게 보인다. 2년간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분투하면서도 아직까지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코트에 왜 있는지를 보이고자 하는 모습이다.

비단 신지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은행 선수들 대부분이 코트 안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 교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인지 몰라도 투입되어 있는 시간동안 자기 역할을 해내기 위한 선수들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턴오버가 많은 게 아쉽지만, 그러한 미숙함도 결국은 시도하면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인 선수가 팀에 잘 융화되어 있다. 

선수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을 때도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팀 플레이가 이루어졌을 때는 정말 기뻐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팀 워크가 정말 좋아 보인다. 팀 분위기도 패배가 승리보다 2배 많은 팀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강이슬이다.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쏘는 3점슛이 늘고 있다. 상대 수비를 떨쳐내지 못해서 완벽하지 못한 자세에서 슛을 올라가도 손끝의 감각으로 득점을 성공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물론 여전히 수비의 부족함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공격력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수비 집중력까지 높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수비는 적극성도 필요하지만 연차와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강이슬이 수비력까지 보완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 정도 공격력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수비의 약점을 감안해 공과론의 저울질을 하는 건 가혹하다.

강이슬은 신한은행의 김단비나 KB의 강아정처럼 확실한 전성기에 오른 베테랑이 아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선수다. 

기대치가 높은 팀의 에이스인 만큼 아쉬움도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 작년, 재작년의 모습과 비교해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음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삼성생명이 경기력에 비해 승수를 많이 쌓았다면 하나은행은 그 반대의 모습이다. 아무래도 고비를 넘기는 힘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리드를 해줄 수 있는 선수의 역할이 아쉽다. 

또 한 명의 ‘대기만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염윤아가 최근 고비때 중심을 잡아 주고 있는데 염윤아도 경험이 많은 선수는 아니라서 종종 턴오버를 범하면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염윤아 또한 과감한 플레이의 적극성과 함께 리딩도 좋아졌다.

플레이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턴오버는 어쩔 수 없지만, 그 턴오버가 많으면 경기를 잃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하나은행의 시도가 턴오버의 선을 넘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경기력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KDB생명 | 4승 11패, 6위
3명의 선수가 시즌 아웃. 심지어 그 중 2명은 팀의 주축. 가장 큰 활약을 해주리라 믿었던 외국인 선수도 부상으로 도중하차. 

딱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KDB생명의 올 시즌 상황에는 한숨이 나온다. 모든 감독들이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 시즌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연달아 벌어졌다. 스포츠는 어떤 경우의 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극적인 반등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사실 지금 KDB생명에게 그런 바람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주얼 로이드를 대신해 영입했던 아이샤 서덜랜드가 합류 초반 뜻밖의 상승효과를 가져왔지만 빠르게 그 한계도 드러났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한채진을 묶어버리자 KDB생명의 공격력은 좀처럼 활기를 띄지 못했고, 서덜랜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샨테 블랙은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KDB생명의 미래’로 불리는 선수들이 속속 1군 코트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보여줄 때도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주눅 든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특히 어런 선수들 중 비교적 경험이 있는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더 적극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투지가 부족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절실함과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주 KDB생명 감독도 이런 부분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이중 베테랑인 외국인 선수 블랙은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하는 연차인데도 가장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고, 서덜랜드는 의욕 과잉과 결핍사이를 조울증처럼 심하게 오가고 있다.

현재 KDB생명은 최하위이긴 하지만 3위와의 승차는 단 2게임이다. 플레이오프를 포기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들의 부상으로 ‘강제 리빌딩’에 직면한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적극성과 투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외국인 선수의 한계가 극명한 KDB생명은 4팀 간의 경쟁에서도 도태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누구도 실력 이상의 기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자신 있게 승부하고 넘어지더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건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의미 있는’ 땀방울 속에 기적의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일러스트 = 홍기훈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