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6게임 차. 공동 1위를 형성한 두 팀과 3위와의 승차다. 

이제 3라운드, 그러니까 팀당 15경기를 마친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간격이다. 공동 1위에 오른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4팀은 모두 승률이 4할 이하다.

지난 시즌까지 WKBL은 초반부터 독주를 이어간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1위를 일찌감치 접어두고 나머지 5개 팀의 순위 경쟁으로 진행됐다. 올 시즌에는 양상이 조금 바뀌어 두 팀의 '정상 전쟁'과 함께 나머지 4팀의 3위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은 본격적인 2강을 형성하며 리그를 주도하고 있는 두 팀, 우리은행과 KB를 살펴보자.

내 집 같이 편안한 '1위 자리', 우리은행 | 12승 3패, 공동 1위
너무 잘해서 할 말이 없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만, 개막전 무렵의 불안함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챔피언은 회복 속도도 남달랐다. 물론 예년에 비하면 가끔 어이없는 턴오버가 나오기도 하지만 분명 경기력은 개막전때와 다르다. 3라운드 전승에 7연승 중이다.

불안해보였던 팀의 호흡이 빠르게 맞아 돌아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의 조화도 좋다. 나탈리 어천와는 박혜진이 볼만 잡으면 픽앤롤을 하러 달려 나온다. 연계 플레이가 좋아짐과 동시에 어천와의 골밑 마무리도 좋아졌다. 

상대가 존 디펜스로 나설 때는 박혜진이 굉장히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3점슛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 슛이 성공까지 하면 상대의 수비를 손쉽게 무너뜨린다.

여러 모로 상대를 공략할 줄 아는 우리은행이다. 중심은 누구나 인정하듯 박혜진이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내외곽 공격, 리딩에 수비까지 우리은행의 농구 모든 곳에 박혜진이 있다. 단순히 자리만 채우는 게 아니라 빈틈없이 잘해주고 있다. 

심지어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하고 있으니 팀으로서는 박혜진이 예쁘지 않을 수 없다.

박혜진은 2012-13시즌부터 6시즌 째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중이며 올 시즌 15경기에서의 평균 출전 시간은 38분이 넘는다. 절반에 가까운 7경기는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개근 중인 6시즌 동안 평균 출전 시간이 35분 이하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6시즌 190경기 중 30분 이상을 뛴 경기가 무려 179회다. 이제 박혜진 없는 우리은행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김정은이 어깨 부상을 당해 당분간 결장한다.

김정은의 부상이 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은행의 상승세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시즌 초반 불안했던 최은실이 좋아지고 있어서 김정은의 공백에 보완이 가능하다. 

나이로 인한 체력적인 문제 탓인지 임영희가 예년과 달리 기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만 해소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1명 못 뛰는 상황에서도 14점차의 승리를 거둔 우리은행이다.

다만 KB와의 경기에서는 김정은이 못 뛴다면 확실한 열세에 놓인다. 최은실이 KB의 더블 포스트 중 한 명을 책임지지 못하면 수비에서 체력적으로 밀리게 되고 공격까지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힘의 차이를 고려할 때 박지수나 다미리스 단타스를 상대로 최은실이 김정은만큼 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음 우리은행과 KB의 경기는 1월 7일이다. 김정은이 4주 진단을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은행인 만큼 분명 그 전에 복귀할 것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KB전이 김정은의 복귀전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V1에 도전하는 최강의 도전자, KB스타즈 | 12승 3패, 공동 1위
KB는 우리은행과의 3라운드 대결에서 패하며 공동 1위를 허락했지만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오히려 2라운드보다 경기 내용은 더 좋아졌다. 외곽슛의 기복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은 2라운드보다 좋아졌다. 특히 박지수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박지수는 지난 17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의 정말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높이와 타고난 블록 능력을 앞세워 시즌 내내 수비에서 큰 기여를 해온 박지수는 이날 공격에도 적극성을 보여주며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박지수는 베이스라인을 타고 들어가다가 골밑에서 유연한 플레이로 득점을 올리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KDB생명과의 경기에서는 기존의 공격 방법은 물론 피봇 플레이와 훅슛, 미들슛 등 다양한 공격을 구사했고, 또 높은 성공률을 보여줬다. 샨테 블랙, 김소담, 진안 등이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그동안 상대 더블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인 득점이 주춤할 때도 있었는데 이날은 마치 자신이 마음먹고 공격을 펼치면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경기를 해설하면서 ‘저런 선수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박지수가 이날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상대에게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연속일 것이다.

늘 꾸준한 단타스와의 조화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김보미의 3점슛이 1-2라운드만큼 터지지 않았지만 어차피 외곽슛은 기복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박지수와 단타스가 버티는 더블 포스트의 굳건함이 공수에서 KB의 안정감을 더욱 높이고 있어 흔들림이 없다.

주로 외곽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레이업이든 점프슛이든 림 근처에서 쉬운 슛을 놓치면 같은 찬스가 와도 다시 시도하기가 힘들고, 던진다 해도 실패할 때가 많다. 밖에서 볼 때는 ‘저 쉬운 걸 왜 넣지 못하냐’며 답답해 하지만 쉬운 슛을 놓쳤다는 부담감으로 오히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가 무위로 끝나지 않고 동료가 득점으로 마무리 해준다면 부담을 털고 자신있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지금의 KB가 그렇다. 박지수나 단타스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세컨드 찬스를 만들고 득점을 올려놓으니 다른 선수들이 부담감보다 자신감을 갖게 된다. 

비록 단 한 장면의 플레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결국은 경기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뚫려도 뒤에서 블록으로 막아주니 실수를 겁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KB의 앞 선이 적극적으로 붙으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괴롭힐 수 있는 이유다.

박지수의 움직임과 표정이 2라운드보다 훨씬 좋아지면서 팀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KB다. 박지수는 물론 팀 KB 역시 3라운드를 거치면서 더욱 성장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일러스트 =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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