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백개에 달하는 샐러리캡 조항을 모두 알고 이해하는 것은 NBA 팬들에게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각 구단과 선수들의 계약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샐러리캡 제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루키는 중요한 NBA 샐러리캡 용어와 조항들을 매달 여러분께 소개할 계획이다. 이 코너가 당신이 NBA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시간에는 ‘루키 스케일’과 ‘바이아웃’에 대해 알아보자.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12월호에 실린 기사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루키들의 연봉은 어떻게 결정될까?

혹시 ‘루키 스케일(Rookie Scal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루키’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감을 잡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루키 스케일’은 신인들과 관련된 계약 용어다. 말 그대로 신인들이 받게 되는 연봉 규모를 의미한다.

NBA는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루키들이 받을 연봉을 구단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NBA 사무국이 정한 ‘루키 스케일’에 맞게 연봉을 줘야 한다. 1995년에 생긴 이 제도는 루키들이 첫 계약을 맺을 때 구단에 과한 연봉을 요구해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199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글렌 로빈슨이 밀워키 벅스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됐는데(그렇다. 지금 인디애나에서 뛰고 있는 글렌 로빈슨 3세의 아버지다.), 당시 로빈슨은 트레이닝 캠프 직전까지 밀워키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협상을 벌이다가 10년 68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항간에서는 13년 1억 달러의 계약을 거절했다는 소문도 떠돌 정도로 로빈슨과 밀워키의 루키 계약을 둘러싼 루머가 심했다. 총액 6800만 달러는 이후 역대 루키 계약 최고액 기록으로 남았다.

NBA 사무국은 곧바로 대책을 마련에 나섰다. NBA 팀들이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들과의 계약 협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분명 비합리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 1라운드 지명자에 한해 ‘루키 스케일’이 탄생했다.

루키 스케일의 특징은 지명 순위가 높을수록 연봉이 높다는 점. 즉 1순위가 2순위보다, 2순위가 3순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드래프트 당일, 우리는 지명 순위가 미끄러지는 신인들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낮은 순위에 단순히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봉 문제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루키 스케일’에 따르면 지명 순위가 내려갈 경우 루키 계약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연봉 규모도 작아진다. 생애 처음으로 받게 되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얼굴이 굳다 못해 화를 내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2017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가 첫 해 받을 수 있는 연봉 기준선은 약 585만 달러였다. 2순위는 523만 달러, 3순위는 470만 달러였다. 30순위까지 내려가면 금액은 5분의 1순으로 줄어든다. 30순위의 첫 해 연봉은 116만 달러 정도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팀들은 루키들의 첫 해 연봉을 NBA 사무국이 규정한 루키 스케일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팀들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 팀의 사정, 혹은 판단에 따라 루키 스케일의 80% 금액 혹은 120% 금액으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2017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인 마켈 펄츠의 예를 통해 확인해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2017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의 루키 첫 해 연봉은 약 585만 달러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펄츠에게 최대한 많은 연봉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규정에 따라 루키 스케일의 최대치인 120%를 펄츠에게 연봉으로 안겼다. 실제로 펄츠의 2017-18 시즌 연봉은 약 702만 달러다. 정확히 585만 달러의 120% 금액이다.

사실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긴 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들이 루키 스케일의 120% 금액을 신인 선수들에게 안긴다. 그 선수가 향후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을 때, 더 수월하게 재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120% 규모의 루키 스케일 계약은 구단 입장에서 미래의 스타에게 미리 주는 20%의 보너스라고 봐도 된다. 실제로 LA 레이커스의 론조 볼도 루키 스케일 523만 달러의 120%인 628만 달러를 첫 해 연봉을 받고 있다. 제이슨 테이텀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루키 스케일의 규모가 리그 샐러리캡 상한선이 늘어나면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즉 루키들이 받는 연봉은 리그 샐러리캡의 규모에 비례한다. 당장 2018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의 첫 해 연봉 기준선은 681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그리고 위에서 설명한대로 그 선수는 120% 금액 계약을 맺을 것이다. 즉 2018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의 첫 해 연봉은 681만 달러의 120%인 약 817만 달러가 될 것이다.) 2019년 드래프 1순위 지명자는 첫 해 연봉 기준선이 약 804만 달러가 될 예정이다. 1순위뿐만 아니라 다른 순위 지명자들의 루키 시즌 연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NBA는 샐러리캡 규모가 폭등하면서 리그 전체 평균 연봉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루키들도 늘어난 샐러리캡의 혜택을 함께 보는 중이다. 1996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인 앨런 아이버슨이 첫 해 연봉으로 226만 달러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루키들의 첫 해 연봉은 엄청난 규모다. 그 사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도 있었지만, NBA 루키들의 연봉 상승폭은 물가 상승폭을 크게 뛰어넘는다. 지금 NBA에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들어 오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루키들의 계약 기간은 얼마나 될까? 1라운드 선수들의 계약 기간은 기본적으로 4년인데, 구체적인 방식이 독특하다. 2+1+1 계약이다. 3년 차 계약과 4년 차 계약은 팀이 해당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팀 옵션(Team Option)이 걸려 있다. 이때 옵션이란 계약 이행을 지속할 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팀 옵션’은 그 권리를 팀이 갖는 경우이며, ‘플레이어 옵션’은 선수가 갖는 경우다.

즉 팀 옵션이 걸려 있는 루키 계약의 경우 소속팀이 원하지 않으면 유망주들은 데뷔 2년 혹은 3년 만에 FA가 될 수도 있다. 이때 이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한 ‘비제한적 FA’가 된다. 소속팀이 3년 차와 4년 차 계약에 대한 옵션을 모두 활용해 루키 계약 4년을 모두 채웠을 경우, 해당 유망주는 ‘제한적 FA’가 된다.(제한적 FA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398&aid=0000012170 )

해당 선수의 소속 팀은 팀 옵션 사용 여부를 1년 정도 미리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A 선수가 2015년 드래프트로 B 팀에 입단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B 팀이 A 선수와 3년 차 시즌인 2017-18 시즌에도 계약을 이어갈지 결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2016년 10월 31일이었다. 4년 차 시즌인 2018-19 시즌 계약 지속 여부를 결정할 데드라인은 2017년 10월 31일이 된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는 자릴 오카포(2015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의 4년 차 계약(2018-19 시즌)에 대한 팀 옵션 사용을 올해 10월 31일에 포기했다. 오카포는 결국 2018년 여름에 완전히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한 비제한적 FA가 된다.

NBA의 계약 조항에는 구단을 위한, 선수들을 위한 조항이 균형을 이루며 섞여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루키들에겐 아직은 불리한 조항이 많다. 적어도 루키 계약을 맺을 때는 팀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 루키들은 자신이 뛸 팀을 고를 권리가 없고, 계약 총액도 사무국이 정한 루키 스케일에 맞게 맺어야 한다. 루키들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루키 스케일의 최대치인 120% 연봉뿐이다. 심지어 3년 차 계약과 4년 차 계약은 구단들에게 일방적으로 해지할 권한이 주어진다. 그래서 루키들에게 데뷔 첫 4년은 매우 중요하다. 루키들이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팀으로 가길 바라는 이유다.

 

바이아웃, 그것이 알고 싶다

NBA에는 ‘바이아웃(buyout)’이라는 계약 용어가 있다. 경제 용어에서는 ‘인수’로 해석되지만, NBA에서는 다르다. NBA의 바이아웃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를 통해 잔여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합의에 의한 방출이다.

합의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바이아웃은 구단이 선수를 일방적으로 방출하는 웨이버(waiver)와는 차이가 있다. 바이아웃은 잔여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 선수와 구단 측이 의논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클리블랜드에 합류한 드웨인 웨이드를 예로 살펴보자.

지난 9월 25일 드웨인 웨이드는 소속팀 시카고 불스와 바이아웃에 합의했다. 이미 지미 버틀러를 트레이드한 시카고는 리빌딩을 원했고, 백전노장인 웨이드는 승리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었다. 서로의 뜻이 맞아 떨어진 바이아웃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잔여계약의 이행 방식이다. 2015년 여름 시카고와 2년 계약을 맺었던 웨이드는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18 시즌에 시카고에게서 238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기로 돼 있었다.

결국 웨이드는 자유를 얻는 대신, 남은 2380만 달러의 연봉 중 800만 달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양 측의 계약은 결국 해지됐으나, 올시즌 웨이드는 시카고로부터 1580만 달러의 연봉을 따로 받고 있다. 이후 웨이드는 클리블랜드와 1년 230만 달러의 미니멈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시즌 실제로 웨이드가 버는 돈은 시카고로부터 받는 연봉을 포함해 1800만 달러가 넘는다. 웨이드로서는 큰 이득이다.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이아웃에 합의한 구단과 선수가 완전히 계약을 해지할 때까지 거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A 선수와 B 구단이 바이아웃에 합의했다고 하자. 그러면 B 구단은 A 선수를 곧바로 시장에 웨이버 공시한다. 72시간으로 정해진 웨이버 공시 기간 동안 B 구단을 제외한 29개 팀은 A 선수 영입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웨이버 공시 기간 동안 선수를 영입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해당 선수가 이전 소속팀과 맺은 계약을 새 팀이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선수가 B 구단과 2년 200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이 남아 있었다면, 웨이버 공시 기간 중 A 선수를 영입한 C 구단은 A 선수와 B 구단 사이에 남아 있던 잔여 계약 2년 2000만 달러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는 바이아웃된 선수를 웨이버 공시 기간 동안 영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드웨인 웨이드처럼 거액의 연봉이 남은 노장이 웨이버 공시됐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새로 영입하더라도 샐러리캡에 악영향만 마치기 때문이다.

영입 요청을 하는 팀 없이 웨이버 공시 기간인 72시간이 지나면, 선수 A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다. 이를 현지에서는 ‘웨이버를 클리어했다(Clear waivers)’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미션을 클리어했다’는 표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72시간에 달하는 웨이버 공시 기간을 다 끝냈다는 의미다.

이 때 드웨인 웨이드처럼 A 선수와 B 구단의 잔여 계약은 미리 협상한 대로 이행된다. 그리고 A는 자신이 원하는 팀과 마음 편하게 계약할 수 있다. 웨이드가 클리블랜드와 계약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꼼수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A 선수와 B 구단이 바이아웃에 합의해 잔여 계약의 연봉을 최대한 줄인 뒤, 웨이버 공시 기간이 지나고 다시 싸게 재계약을 맺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이 경우 B 구단은 A 선수에게 줘야 하는 총 연봉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규정상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B 구단이 A 선수를 바이아웃했다면, B 구단은 A 선수의 웨이버 공시 기간 동안 영입 경쟁에 참여할 수 없다. 또한 향후 1년 동안 A 선수와 계약할 수도 없다. 그리고 웨이버 공시 기간 중 C 구단이 A 선수를 영입한다면, C 구단에 그대로 이행된 A의 잔여 계약이 모두 만료될 때까지 B 구단은 A 선수를 영입하는 게 당연히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NBA에서 일어나는 모든 바이아웃 협상은 꼼수로 진행될 수가 없다. 바이아웃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 하에 결별하는 과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장 차갑고 냉정한, 하지만 동시에 서로에 대한 존중은 남겨두는 것이 바이아웃이라는 계약 해지 과정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