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용인, 박진호 기자] 토마스가 시동을 걸지 못한 삼성생명은 무기력했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청주 KB스타즈에 60-79로 패했다.

사실상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1쿼터를 15-20으로 마친 삼성생명은 2쿼터 들어 KB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며 무너졌다. 전반을 마쳤을 때 점수는 26-45.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뛰는 3쿼터에 특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KB가 상대임을 감안했을 때 이미 전반에 승패가 결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생명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인 토마스가 부진했다. 토마스의 전반 득점은 3점. 득점도 적었지만 슛 시도 자체도 적었고 특유의 돌파도 나오지 않았다. 토마스가 막히자 삼성생명의 공격 활로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토마스는 전반에만 10개의 리바운드와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플레이에 주력했고 박하나(11점)와 허윤자(7점)가 분전했다. 하지만 시즌 득점 1위인 토마스가 직접적으로 득점에 가담하지 않으면서 삼성생명의 공격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결국 3쿼터에 더 크게 무너진 삼성생명은 경기를 내줬고, 토마스는 올 시즌 가장 적은 26분 18초만 출전하며 5득점(14리바운드 4어시스트)으로 경기를 마쳤다. 토마스의 한 경기 한 자리 수 득점은 작년 12월 29일 신한은행 전 이후 29경기 만에 처음이다.

토마스는 1라운드 KB와의 경기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4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자신의 평균 기록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야투율은 37.5%로 자신의 평균에 턱없이 부족했다.

토마스는 힘과 스피드, 탄력이 장점이지만 슛 거리가 길지는 않다. 페인트 존에서 림 가까이 접근해야 확률 높은 슛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버티는 KB의 골밑은 쉽지가 않다. 특히 블록에 강점이 있는 박지수는 지난 해 플레이오프 때도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골밑에서 토마스의 슈팅을 여러 차례 쳐냈다.

이 날도 마찬가지.

토마스는 1쿼터에 시도한 슛이 박지수의 블록에 막혔고 이후로는 슛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 2쿼터 4분 무렵 교체 될 때까지 시도한 슛은 단 2개. 다시 교체 투입된 후 골밑과 자유투로 3점을 넣었지만 득점 1위 다운 위용은 없었다.

경기 내내 9개의 슛을 시도해 단 2개만을 성공했다. 출전 시간 자체도 짧았지만 슛 시도는 시즌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속공 상황에서도 박지수가 골밑에 자리를 잡고 있자 토마스는 발을 멈추고 패스를 돌렸다. 완벽한 찬스를 보고 내주는 A패스도 아니었다. 인사이드를 완벽히 파괴하고 득점을 올리거나 상대 수비를 괴멸시킨 후 날카로운 패스를 빼주던 평소의 모습이 없었다.

토마스가 득점 기계로서의 본능을 상실하자 삼성생명의 공격은 무력했다.

토마스의 이런 모습이 KB의 골밑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다른 문제가 있어서라면 더욱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

토마스는 지난 13일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도 골밑으로 파고드는 적극적인 공격을 다소 아끼는 듯 한 모습이었다.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지만 평소보다 몸을 부딪치는 플레이는 많지 않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우선은 체력 문제다. KB전 이전까지 토마스는 11경기에서 평균 36분 15초를 뛰었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이다. 11경기 중 3경기는 40분 풀타임을 모두 소화했다. 12월 6일과 9일 경기를 연속 풀타임 출전했고,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도 35분을 뛰었다. 

아무리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토마스라지만 평균 36분이 넘는 출전 시간을 소화한 적은 없다. 지난 시즌 출전 시간도 평균 26분 16초. 한 시즌 사이 약 10분이 늘었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몸 상태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달 중순 장요근 부분파열 진단을 받은 토마스는 당초 3주 정도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1월 16일부터 3경기에 결장했고 열흘 만에 복귀 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렀다.

대단한 회복력을 보여줬고 복귀 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몸 상태가 부상 전과는 다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파을 콜 판정으로 인해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는 빈도가 줄었을 수도 있다. 상대 수비수들이 파울성의 핸드 체킹과 몸싸움을 벌이는데도 파울 판정이 나오지 않아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KDB생명에서 뛰었던 카리마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골밑에서 수비 선수들에게 맞아 팔에 멍이 드는데도 정상 플레이로 인정이 되자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돌파를 하는 데에 부담이 생긴 것. 한 해설위원은 “유독 크리스마스에게 판정이 인색하다. 개인적으로 불쌍할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몸싸움에 대한 판정 기준이 완화 됐기 때문에 토마스 역시 이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출전 시간이 늘어났지만 현재 토마스가 체력이나 몸 상태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한 “몸을 부딪치고 들어가는 선수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파울 콜에서 손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골밑 판정이 플레이 스타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 높이가 좋으니까 제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토마스 뿐 아니라 팀 선수들 모두가 함께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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