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KDB생명이 주력 외국인 선수가 나서지 못하는 상대와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이 뛸 수 있는 3쿼터에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긴 채 승리를 내줬다.

구리 KDB생명 위너스는 14일 아산 이순신빙상장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의 경기에서 51-65로 졌다. 4승 10패를 기록한 KDB생명은 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5위가 됐다. 

2014-2015시즌부터 이어진 지긋지긋한 우리은행전 연패 기록도 24로 늘어났다. 

KDB생명은 이날 우리은행전 23연패를 탈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리은행 나탈리 어천와가 지난 10일 하나은행과의 경기 도중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한 징계로 이날 출장하지 못했기 때문. 

외국인 선수 한 명의 몫은 사실상 국내 선수 에이스의 역할 혹은 그 이상이다. 따라서 KDB생명에게 확실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더 출전할 수 있었던 3쿼터가 KDB생명에 유리하게 흐를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전 양 팀 감독도 승부처로 3쿼터를 꼽았다.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아무래도 3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더 뛸 수 있다. 그 점을 잘 이용해 보겠다”고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3쿼터가 고민”이라며 곤욕스러워 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더 뛸 수 있다는 것이 KDB생명에게는 오히려 패배의 빌미가 됐다.

KDB생명은 아이샤 서덜랜드와 샨테 블랙이 동시에 출전하면서 높이가 좋아졌다. 리바운드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KDB생명은 3쿼터에 11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이중 공격리바운드만 6개였다. 반면 우리은행은 5리바운드에 그쳤다. 

하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컸다. 오히려 박혜진과 임영희, 김정은 등 우리은행 국내 선수에게 크게 고전했다. 외곽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KDB생명 외국인 선수들은 미스 매치를 활용한 상대에게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공격에서는 서덜랜드가 김정은에 여러 차례 막히기도 했다. 박혜진과 임영희는 3쿼터에만 각각 6점씩 득점했고, 김정은은 3쿼터에만 5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또한 KDB생명은 3쿼터 우리은행의 지역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좀처럼 외곽에서 슛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서는 외곽슛이 필요했지만, 3쿼터에 단 한 개의 3점슛을 던지는 데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서덜랜드였다. 미스매치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서덜랜드는 이날 3쿼터에만 6개의 실책을 범했다. 돌파하다가 빼앗기기도 했고, 리바운드 이후 볼 운반 과정에서 턴오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돌파 이후 블랙에 공을 연결하다가 차단당하기도 

그렇다고 KDB생명이 블랙을 잘 활용한 것도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페인트 존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제 타이밍에 패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정작 골밑에서 활약해야 할 때는 블랙이 오히려 밖에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 선수들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3쿼터 KDB생명의 득점은 단 6점. 국내 선수의 득점은 1점도 없었다. 결국 외국인 선수의 수적 우위가 독이 됐다. 

KDB생명은 23연패를 끊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고 오히려 무기력하게 24연패를 기록했다. 기회는 없으니만 못한 결과를 안겼다. 절대적인 유리함 속에서도 우리은행을 꺾지 못한 KDB생명이 당분간 '우리은행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해 보인다. 

KDB생명은 이날 패배로 하루 만에 다시 최하위가 됐다. ‘운수 좋은 날’ 겪은 최악의 패배였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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