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우리은행이 다시 한 발 앞서갔다. 1위 복귀를 노리는 KB의 잰걸음도 계속된다. 청주 KB스타즈가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시즌 세 번째 경기를 갖는다.

지난 8일,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단독 선두 자리에서 내려온 KB는 이어진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며 다시 분위기를 다잡았다.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이 사실상 KB를 제외한 모든 팀에게 패배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는 만큼, KB 역시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절대 강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편, 3위 신한은행을 반 게임차로 따라붙은 삼성생명은 6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일정을 마치는 삼성생명은 KB와의 경기 후 12일간의 휴식에 들어간다. 지난 경기 후 하루밖에 휴식이 없었지만 총력전으로 나설 수 있는 조건이다.

1R 청주 KB스타즈 79-63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청주)
2R 청주 KB스타즈 83-73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용인)
KB 2승 우위

다미리스 단타스 2G 33:47 21.5점 12.5리바운드 2.5어시스트 2.5블록
강아정 2G 34:43 15.5점(3점슛 5/8) 2.5리바운드
박지수 2G 36:01 14.5점 9.5리바운드 2.5어시스트 2.0블록
김보미 2G 22:46 11.0점(3점슛 6/10) 6.0리바운드 
심성영 2G 38:25 8.0점(3점슛 3/9) 2.5리바운드 5.0어시스트 (이상 KB)
박하나 2G 40:00 15.5점(3점슛 4/13) 4.5리바운드 
고아라 2G 40:00 15.5점(3점슛 4/7) 7.5리바운드 3.0어시스트
엘리사 토마스 1G 28:14 14.0점 8.0리바운드 4.0어시스트
김한별 2G 25:16 9.0점(3점슛 2/6) 6.5리바운드 4.5어시스트 (이상 삼성생명)

강점을 다시 찾은 KB
KB가 지난 8일 우리은행에게 패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의 올 시즌 강점은 높이를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의 우세와 폭발적인 3점슛, 그리고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3쿼터의 우위다. 하지만 우리은행 전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리바운드는 36-33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3점슛은 말을 듣지 않았다. 17개를 시도해 4개를 성공(23.5%)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KB의 시즌 평균보다 10% 이상 떨어지는 정확도였고, 성공 개수도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3쿼터 승부에서도 14-17로 밀렸다. KB가 올 시즌 13번의 경기 중 3쿼터에 상대에게 우위를 내준 것은 지난 달 11일 하나은행 전(19-12)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어 벌어진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자신들의 장점을 다시 찾았다. 리바운드는 33-29로 이번에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이날 45점을 합작한 다미리스 단타스와 모니크 커리가 3쿼터에만 16점을 몰아넣으며 8점차의 우위를 잡았다.

4쿼터 집중력이 약했던 KB였지만 리그에서 유일하게 KB보다 4쿼터 득점이 적은 신한은행을 상대로는 우위를 보이며 16점차의 대승을 거뒀다.

3점슛도 이날은 7개를 성공했고 33.3%의 성공률을 보였다. KB의 시즌 평균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신한은행이 올 시즌 3점슛 허용이 가장 적고 신한은행을 상대로 한 팀들의 3점슛 성공률이 2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 한 기록이다.

골밑이 강해지며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고 있는 KB의 외곽은 올 시즌 상당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상대로도 2경기에서 평균 8.5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성공률은 무려 47.2%에 이르렀다. 저조한 3점슛에 속 앓이를 하고 있는 삼성생명과는 전혀 다른 모습.

현재 WKBL에서 3점슛 20개 이상을 성공한 선수는 모두 7명. 이중 절반 가까운 3명이 KB 소속이다. 이들은 시도만 많은 게 아니라 성공률도 높다. 강아정(24개, 42.1%)이 3점슛 성공률 1위에 올라있고, 심성영(22개, 38.6%)이 3위, 김보미(28개, 34.6%)는 6위다.

여기에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타짜’ 커리의 득점력이 살아나며 위력을 더하고 있다. 

1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8.6점을 득점했던 커리는 2라운드에는 11.6점을, 3라운드 3경기에서는 16.0점을 득점하고 있다. 1라운드에 21.4%였던 3점슛 성공률도 2라운드 이후에는 35.3%로 높아졌다.

득점과 리바운드 2위에 올라있는 단타스가 박지수와 함께 평균 더블-더블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KB는 안정감과 파괴력을 함께 갖추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아직까지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삼성생명에게는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누군가가 필요한 ‘토마스 생명’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하나은행을 90-81로 꺾었다. 귀중한 승리를 챙겼지만 개운한 승리는 아니었다. 전체 1순위로 선발한 외국인 선수 이사벨 해리슨이 징계로 뛸 수 없었던 하나은행에게 경기 내내 시달렸다. 

엘리사 토마스의 변함없는 활약과 맏언니 허윤자의 분전, 그리고 부상에서 복귀한 강계리가 공격 첨병으로 나서며 승리를 챙겼지만 절대적인 이점을 안고 싸운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토마스에 대한 의존은 여전했고, 팀플레이로 인한 유기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생명은 이후 하루 밖에 쉬지 않고 KB와 경기를 갖는다. KB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고아라의 결장과 김한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아쉽다. 

삼성생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는 단연 토마스다. 올 시즌 득점과 리바운드, 스틸 등 여러 부문 1위를 달리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삼성생명 전력의 70%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토마스도 KB와의 경기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슛 거리가 짧아 림과 멀어지면 위력이 반감되는 토마스에게 박지수와 단타스가 버티는 KB의 골밑은 만만치가 않다. 블록슛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토마스의 올 시즌 2점 성공률은 53.6%로 전체 1위. 하지만 KB와의 경기에서는 37.5%에 그쳤다.

자료 그래픽 = WKBL

게다가 KB는 단타스와 커리의 조화 속에 외국인 2명의 연동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 카일라 알렉산더에 이어 새롭게 합류한 레이첼 할리비도 특별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삼성생명으로서는 KB가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토마스를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절실한 삼성생명이다. 

현재로서는 배혜윤이 컨디션을 찾는 것과 김한별의 몸 상태가 경기 전에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들이 박지수를 견제할 수 있는 삼성생명의 가장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

허윤자가 지난 경기에서 30분 가까이 경기를 소화하며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삼성생명에게 호재다. 리그 최고의 베테랑인 허윤자는 지난 시즌에도 박지수와 몇 차례 맞대결을 펼치며 지능적으로 괴롭힌 바 있다. 

오히려 배혜윤보다 김한별과 허윤자가 박지수와의 매치업에서 경쟁력을 보인만큼 삼성생명은 ‘박지수 방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허윤자의 활용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다.

KB와의 지난 2경기에서 평균 15.5점을 득점한 박하나의 활약은 당연하다. 현재 삼성생명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외곽슈터는 박하나 뿐. 박하나가 평소만큼 터지지 않는다면 토마스가 골밑에서 소위 ‘미친 활약’을 펼쳐준다 해도 한계가 극명하다. 

삼성생명은 비교적 쉬운 경기가 예상됐던 13일 하나은행 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토마스(34분 59초), 박하나(38분 44초), 강계리(37분 38초) 등 주축 선수들의 출전 시간 조절도 전혀 못한 채 하루 휴식 후 KB를 만난다. 

체력전에서도 유리할 게 없지만 삼성생명에게는 이 경기가 상반기 마지막 경기인 만큼 모든 것을 쏟아내는 정신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일러스트 = 홍기훈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