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23연승의 절대강자가 위기를 맞았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가 1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구리 KDB생명 위너스와 시즌 3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우리은행은 KDB생명에게 일방적인 천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승패에 큰 의미가 없었던 2013-14시즌 마지막 경기 패배 이후 23연승을 달리고 있다.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우리은행은 KDB생명에게 35승 2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외국인 선수 1옵션인 나탈리 어천와가 징계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하다. 

같은 처지의 하나은행은 13일 삼성생명과의 원정 경기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지만 끝내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최근 5연승과 함께 상대 전적 23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은행이 치명적인 손실을 딛고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1R 아산 우리은행 위비 88-56 구리 KDB생명 위너스 (구리)
2R 아산 우리은행 위비 74-55 구리 KDB생명 위너스 (아산)
우리은행 2승 우위

나탈리 어천와 2G 28:24 15.0점 13.0리바운드
박혜진 2G 34:32 34:32 13.0점(3점슛 3/9) 7.0리바운드 7.0어시스트
김정은 2G 29:27 11.5점(3점슛 3/8) 3.0리바운드 5.0어시스트
임영희 2G 28:05 11.0점 3.5리바운드 4.0어시스트
데스티니 윌리엄스 1G 19:01 5.0점 4.0리바운드 (이상 우리은행)
샨테 블랙 2G 22:06 10.0점 7.5리바운드
아이샤 서덜랜드 1G 29:03 9.0점 5.0리바운드 2.0어시스트
한채진 2G 29:37 9.0점(2/6) 4.0리바운드 2.5스틸
구슬 2G 28:24 7.0점(2/10) (이상 KDB생명)

불안한 윌리엄스, 서덜랜드의 친정 저격
어천와의 결장은 우리은행의 전력에 큰 손실이다. 어천와가 매 경기 해주던 기록만큼의 누수도 있지만 국내 선수의 높이가 낮은 만큼 전체적인 안정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인 데스티니 윌리엄스의 몸 상태와 팀 적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 지난 해 신한은행에서 평균 27분 42초를 뛰며 14.6점 11.0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윌리엄스는 올 시즌 4경기 평균 19분 54초를 뛰며 7.3점 5.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작년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상황에 스피드가 떨어지고 무릎이 좋지 않다는 점이 단점. 차츰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당장 KDB생명 전에서 혼자 경기 전체를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2명 뛸 수 있는 3쿼터의 열세를 극복할 방안과 함께 국내 선수끼리 경기를 뛰는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KDB생명은 아이샤 서덜랜드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우리은행에서 9경기를 뛴 후 퇴출 통보를 받은 서덜랜드는 KDB생명으로 팀을 옮긴 뒤 출전 시간이 늘면서 모든 기록이 좋아졌다. 우리은행 시절의 경험으로 리그 적응을 마치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서서히 증명하고 있다. 

바로 전 경기였던 9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선수인 엘리사 토마스와 상대를 하며 20점 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윌리엄스와의 매치업에서도 밀릴 것이 없다. 2라운드 맞대결에서 윌리엄스는 19분 1초 동안 5점 4리바운드를, 서덜랜드는 29분 3초 동안 9점 5리바운드 4블록을 기록했다. 이들 모두 팀에 합류한 후 첫 경기였기에 기록에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서덜랜드가 리그 적응력을 높인 반면 윌리엄스는 작년만큼의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WKBL의 판정 기준이 작년과 확연히 달라 윌리엄스의 지난 시즌 경험이 적응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신장과 스피드, 체력에서도 서덜랜드가 한 수 위다. 게다가 서덜랜드는 우리은행 퇴출의 설움을 털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다분하다. 

서덜랜드는 카리스마 펜에 이어 윌리엄스까지 연이어 교체 선수가 정해지며 우리은행에서 ‘기량 미달’의 낙인을 달고 편치 않은 시기를 보냈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윌리엄스보다 ‘내가 더 나은 선수’라는 것을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국내 선수 구성의 차이, 자존심 걸어야 할 KDB생명
국내 선수의 맞대결에서는 우리은행이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 건실한 우리은행과 달리 KDB생명은 조은주에 이어 이경은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열세가 불가피한 우리은행은 박혜진을 필두로 한 앞 선이 적극적으로 KDB생명을 공략하며 기선 제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덜랜드에 대한 수비도 윌리엄스에게 맡기기 보다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부분은 우리은행에게도 어려움이다. 지난 8일 KB와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를 따낸 우리은행은 10일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4쿼터 초반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주력 선수들의 체력 소진이 많은 가운데 활동량이 많지 않은 외국인 선수 1명밖에 가용 자원이 없다는 것은 리그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라 해도 상당한 부담이다.

반면 KDB생명은 초반 분위기를 뺏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채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험이 적기 때문에 초반에 우리은행의 기세에 눌리면 후반 이후에도 높이와 체력의 우위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지난 경기에서 김시온, 안혜지 등이 이경은의 공백을 잘 메웠지만 가드진이 신인급인 삼성생명과 박혜진이 버티는 우리은행의 앞 선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초반부터 가드진이 일방적으로 밀리면 아무것도 못해보고 주저앉을 수 있다.

만약 KDB생명이 대등한 분위기 속에 3쿼터를 맞이하면 서덜랜드와 샨테 블랙을 이용해 우리은행의 '한 경기용 약점'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KDB생명은 우리은행 전 23연패라는 치욕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을 맞이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다. 국내 선수 매치업에서 열세를 보이지만 외국인 선수 부분과 전체적인 높이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우위 속에 우리은행을 맞이하게 된다.

자존심을 걸고 싸워야 할 승부다. 올 시즌에도 KDB생명은 우리은행에게 두 번 다 대패를 당했다. 첫 경기는 32점, 두 번째 경기는 19점차로 졌다. 

제 1옵션인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하는 우리은행에게도 패한다면, 23연패를 안기고 있는 상대에게 만만한 호구 신세를 벗어나겠다는 KDB생명의 의지조차 망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당분간 우리은행의 '승리 자판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KDB생명은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지난 삼성생명과의 경기를 이기며 어렵게 반전의 분위기를 잡았다. 우리은행까지 이긴다면 자신감을 갖고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커다란 전력 손실을 안고 있는 우리은행과의 경기는 KDB생명의 젊은 선수들이 '자라지 않는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깊은 겨울잠이 계속될 지를 판가름 할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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