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선수들의 줄부상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생명이 승리를 추가할 기회를 잡았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밖에 뛸 수 없는 하나은행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부천 KEB하나은행은 13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삼성생명으로서는 복수의 기회다. 개막전에서 하나은행을 이겼던 삼성생명은 지난 달 22일 안방에서 벌어진 2라운드 대결에서 하나은행에 66-92로 대패를 당했다. 올 시즌 삼성생명의 최다 점수 차 패배 기록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엘리사 토마스의 부상으로 외국인 선수가 카일라 알렉산더 한 명 밖에 뛸 수 없었다. 전반은 잘 버텼지만 3쿼터에 무너졌다. 상대의 외국인 선수 2명에 집중하다가 강이슬에게만 19점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다. 하나은행은 이사벨 해리슨이 나탈리 어천와(우리은행)와의 충돌로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외국인 선수의 우위를 안게 된 삼성생명이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1R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76-67 부천 KEB하나은행 (부천)
2R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66-92 부천 KEB하나은행 (용인)
양 팀 1승 1패

엘리사 토마스 1G 38:24 20.0점 16.0리바운드 6.0어시스트 10.0스틸
고아라 2G 27:49 14.0점(3점슛 4/10) 4.0리바운드 
박하나 2G 30:24 10.0점(3점슛 2/9) 3.5리바운드
김한별 2G 23:13 8.0점 4.0리바운드
배혜윤 2G 21:30 5.5점 3.5리바운드 2.5어시스트(이상 삼성생명)
강이슬 2G 28:44 20.0점(3점슛 8/18) 3.5리바운드
자즈몬 과트미 2G 20:08 16.0점 9.0리바운드 
이사벨 해리슨 2G 29:05 14.0점 14.5리바운드 
염윤아 2G 31:49 14.0점 6.5리바운드 3.5어시스트
백지은 2G 21:36 5.0점 6.5리바운드(이상 하나은행)

토마스의 가세, 해리슨의 결장
삼성생명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기다. 2라운드 팀의 대패를 지켜봐야 했던 토마스가 경기에 나선다. 

토마스는 시즌 첫 경기에서 하나은행을 상대로 트리플더블(20점 16리바운드 10스틸)을 작성했다. 쿼드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토마스를 막아설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해리슨의 부재는 큰 부담. 

해리슨은 토마스와의 맞대결에서 18점 13리바운드로 나름 분전했다. 특히 국내 선수들의 높이가 낮은 하나은행으로서는 190cm의 해리슨이 없는 것이 치명적이다.

물론 자즈몬 과트미의 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과트미는 삼성생명과의 두 경기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토마스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외국인 선수 두 명의 불균형이 심한 삼성생명에 비해 하나은행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9일 경기에서 KDB생명의 아이샤 서덜랜드가 그랬듯이 과트미도 토마스를 상대로 뜻밖의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3쿼터의 열세다. 과트미가 아무리 분전한다 해도 외국인 선수 1명이 모자란 공백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삼성생명에 새롭게 가세한 레이첼 할리비가 WKBL 데뷔전에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매치업 상대가 국내 선수일 때는 상황이 다르다. 

백지은을 비롯한 하나은행의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투지가 넘치고 강력한 몸싸움을 펼치지만 190cm의 신장에 현재 100kg에 육박하는 할리비를 버텨내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림에서 멀어질수록 파괴력이 떨어지는 토마스의 특성상 할리비와 조화를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삼성생명으로서는 여차하면 3쿼터도 토마스 한 명으로 소화할 수 있다. 토마스는 지난 2경기도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강이슬, 다시 한 번...
올 시즌 하나은행은 강이슬이 공격에서 가장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팀 최다득점자가 외국인 선수가 아닌 팀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강이슬은 13경기에서 평균 17.5점을 득점하며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득점 순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점슛도 36개로 1위. 경기당 2.8개로 2위권과의 차이도 상당하다.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하면서 성공률 역시 40.4%로 2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갔던 지난 시즌(경기 당 13.26회)보다 이번 시즌의 슛 시도(경기 당 15.23회)가 더 많다. 

지난 시즌까지 받아먹는 3점슛이 많았던 것에 비해 올 시즌에는 스스로 찬스를 만들고 과감한 돌파와 2점슛으로 득점을 더하고 있다. 공격루트가 다양해진 것. 그러다보니 자유투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난 해 1.97개였던 경기 당 자유투 횟수도 올 시즌 3.31개로 늘었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공격기회를 가져가며 성공률도 높인 강이슬은 올 시즌 WKBL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 무기 중 하나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도 강이슬의 역할이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열세가 확실한 만큼 국내 선수 부문에서의 만회가 절실한 하나은행이다. 

올 시즌 강이슬은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3번째 경기였던 11월 8일 신한은행과의 경기(6점)를 제외하면 12경기에서 모두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다. 20점 이상을 득점한 경기도 5번이며, 삼성생명 전의 활약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은행이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부분은 혼자서 긴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과트미가 폭발해주는 것과 강이슬의 변함없는 활약이 이날 경기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토마스의 조력자를 찾아라
토마스가 없는 동안 절망적인 연패에 빠졌던 삼성생명은 토마스의 복귀 후에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독보적인 에이스는 돌아왔지만 이를 받쳐 줄 국내 선수들이 정상적이지 않다.

토마스의 빠른 스피드를 지원해주던 고아라가 족저근막염으로 1달 정도 뛸 수 없고 김한별 역시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던 강계리도 지난 경기에 결장했다.

부상으로 재활을 하던 배혜윤, 김한별, 박하나의 팀 합류가 늦으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했던 삼성생명은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이탈해 정상전력을 맞춰보지 못하며 삐걱거리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뛰지 못하는 하나은행과의 이번 경기는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한다. 다음 상대가 1위 KB인 만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하나은행 전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고아라의 부상은 삼성생명에게 많이 아쉽다. 

1번 싸움에서는 오히려 삼성생명이 열세다. 염윤아가 삼성생명과의 두 경기에서 14.0점 6.5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맹활약 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염윤아지만 삼성생명을 상대로는 오히려 자신 있는 공격을 펼쳤다. 

삼성생명으로서는 1번부터 4번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김한별의 몸 상태가 관건이다. 

올 시즌 3점슛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전급 선수 중 3점슛 성공률이 30%가 넘는 것은 김한별 밖에 없다. 김한별은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고비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 

2라운드 마지막 2경기를 결장한 김한별은 무릎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이후 두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9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는 짧은 시간을 뛰면서도 상대 선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 삼성생명은 박하나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 

개막 후 초반 7경기에서 꾸준히 10점 이상을 득점해줬던 박하나는 이후 4경기에서 8.5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주 2경기에서는 평균 18.0점을 득점하며 공격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바운드도 경기당 7개를 잡아줬다.

아쉬운 것은 3점 야투율. 지난 시즌 3점 성공률 1위(44.0%)에 올랐던 박하나의 3점 야투율은 올 시즌 27.4%에 그친다. 삼성생명이 올 시즌 리그에서 3점슛이 가장 적은 이유와도 직결된다. 박하나는 사실상 삼성생명의 유일한 3점 슈터다.

토마스가 인사이드를 휘젓고 있는 만큼 외곽에서 한방씩 터져주면 상대 수비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삼성생명에서 이 역할을 담당할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박하나다.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짊어지고 있는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선수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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