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동철 칼럼니스트] 쫓아가는 입장이었던 우리은행이 드디어 KB에게 시즌 첫 승을 거두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선두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다른 팀들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매년 우리은행이 독주하던 1위 싸움이 KB의 등장으로 재미있게 됐다.

지난 한 주 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조금씩 커지고 있음이 나타난다. 특히 득점 부분에서는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는데, 각 팀마다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외국인 선수보다 가장 돋보인 국내 선수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명실상부 '우리은행의 심장', 박혜진
*기록 일지
12월 8일 vs KB스타즈 |
 40:00 22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12월 10일 vs 하나은행 | 37:40 14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우리은행이 지난 주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결국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선수들 모두가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핵심이 되는 선수는 역시 박혜진이다. 경기 리딩을 하며 득점과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은 특히 초반부터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출전시간은 당연히 1위다. 그만큼 감독이 믿고 의지하는 선수라는 뜻도 된다. 공격적인 부분은 물론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수비 공헌도까지 박혜진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지난 주는 두 경기에서 평균 18.0점 7.0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리딩을 하며 이런 수치의 기록을 만들어 내고, 수비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중요한 고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리딩 가드이자 주득점원이고 플레이의 리더이며 클러치 슈터였다.

우리은행이 5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는 동안 많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꾸준히 그 중심을 지키고 있는 것은 박혜진이었다. 

박혜진과 더불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선수는 박지수(KB)였다. 박지수는 지난 주 2경기에서 평균 18.0점에 9.5리바운드 5.0블록을 기록했다. 8일 벌어진 우리은행과 KB와의 경기에서 KB가 이겼다면 최고 선수 역시 박지수였을 것이다.

박지수의 성장을 보면 같은 농구인으로서 뿌듯하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와의 일대일에서 밀리지 않는 게 아니라 포스트에서는 확실히 이기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박지수에 밀려서 슛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밖으로 피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반대로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도 공격에서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팀 성적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삼성생명의 박하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생명은 엘리사 토마스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선수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박하나가 이번 주 2경기에서 18.0점 7.0리바운드 3.0어시스트로 눈에 띄는 역할을 했다. 

박하나가 이러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토마스에게 집중된 삼성생명의 플레이에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의 곽주영, 하나은행의 강이슬 등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에게 모든 걸 미루기보다 국내 선수들이 득점을 비롯해 각 요소에서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펼친 부분이 보기 좋았다.

위기의 삼성생명을 지키는 '외국인 가장' 엘리사 토마스
*기록 일지
12월 6일 vs 신한은행 |
 40:00 28점 18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 3블록
12월 9일 vs KDB생명 | 40:00 23점 16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국내 선수 부문에서 많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외국인 선수 부문에서는 엘리사 토마스(삼성생명)가 독보적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활약이었다.

종종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고 야투율에서 단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의 연쇄적인 부상과 조직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문제에 직면한 삼성생명의 어려운 현실을 혼자서 다 짊어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평균 36분 이상을 뛴다는 것도 놀라운데 지난 주 두 경기는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뛰는 모습을 보면 부상에서 100% 회복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 평균 20-20(25.5점 17.0리바운드)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쳤다.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와 스틸에 이르기까지 '삼성생명의 공격과 수비는 토마스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토마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면 KDB생명의 아이샤 서덜랜드는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팀에 상당한 희망을 안겨줬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20점 18리바운드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7일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는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단신 외국인 선수인 주얼 로이드가 있을 때보다 팀은 더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서덜랜드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덜랜드가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주면서 KDB생명도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국내 선수들도 신이 나서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가라앉아 있었던 KDB생명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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