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러셀 웨스트브룩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생애 첫 MVP 트로피를 거머쥔 지 불과 반 년 만이다.

지난 6월 러셀 웨스트브룩은 2016-2017 NBA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절친 제임스 하든(휴스턴)과 치열한 경쟁 끝에 차지한 MVP 트로피였기에 가치가 더욱 컸다.

이 시즌 웨스트브룩은 평균 31.6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NBA 역대 2번째 평균 트리플-더블 시즌을 보냈다. 득점왕을 차지하는 동시에 무려 42번의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NBA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 신기록까지 새로 썼다. 케빈 듀란트의 이적으로 전력에 급격히 약해진 오클라호마시티를 서부지구 6위(47승 35패)로 이끌면서 팀 성적까지 충분했다. 결국 웨스트브룩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제임스 하든을 제치고 최고 가치를 가진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2017-18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클라호마시티는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를 연이어 영입했다. 웨스트브룩을 도와줄 강력한 조력자들을 데려온 것. 시즌 개막 직전 오클라호마시티는 골든스테이트, 휴스턴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았다. 리그의 진정한 1인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웨스트브룩에게 찾아온 셈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약 두 달이 흐른 지금, 러셀 웨스트브룩은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지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웨스트브룩의 플레이를 문제 삼고 있다. 너무 이기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기록만 쌓는 선수라는 비판이다.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의 합류 때문인지 올시즌 웨스트브룩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평균 득점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균 22.8점 9.3리바운드 9.9어시스트로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에 도전할 만한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올시즌 웨스트브룩의 기록은 포장만 그럴싸한 빈 선물상자에 가깝다. 야투 성공률은 고작 39.3%이고 3점슛 성공률은 30.9%다. 자유투 성공률은 71.4%에 불과하다. 이 중 야투 성공률과 자유투 성공률은 데뷔 이래 최악의 수치를 찍고 있다. 특히 자유투 기록의 하락은 뼈아프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경기당 10.4개의 자유투를 던져 8.8개를 성공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자유투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올시즌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무리한 슛을 던지며 파울을 당했다고 외치다가, 상대에 공격권을 넘겨주는 일이 허다하다.

웨스트브룩은 올시즌도 평균 4.8개의 실책을 기록 중인 ‘턴오버 기계’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워낙 대단한 기록을 남겼기에 많은 실책이 용납됐던 웨스트브룩이다.(5.4개) 하지만 올시즌은 공격 점유율이 크게 내려갔음에도(41.7%→33.9%) 실책 숫자는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올시즌 웨스트브룩의 실책 비율 기록은 15.9%에서 17.2%로 되려 상승했다. 비효율적이고 무리한 플레이를 펼친 결과다.

웨스트브룩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서부 강호로 평가받았던 오클라호마시티도 표류하고 있다. 12일 현재 오클라호마시티는 12승 13패로 승률이 5할도 채 되지 않는다. 자신들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덴버, 포틀랜드, 뉴올리언스, 유타에 밀려 서부지구 9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원정에서는 3승 10패를 기록하며 ‘스타 군단’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웨스트브룩의 비효율적이고 이기적인 플레이에 대해 말이 나오고 있다.

「폭스스포츠」는 11일자 기사에서 ‘우리는 모두 볼을 가진 웨스트브룩이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올시즌 카멜로 앤써니를 위해 단 한 번도 스크린을 서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라며 볼을 가진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웨스트브룩의 모습을 지적했다.

ESPN의 잭 로우 기자 역시 “웨스트브룩은 워낙 뛰어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스크리너(screener)가 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올시즌 단 한 번도 스크린을 선 적이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며 같은 사안을 놓고 웨스트브룩을 비판했다.

이어서 로우 기자는 “웨스트브룩은 자신에게 볼이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무릎에 손을 얹고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볼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라며 매우 강한 어조로 웨스트브룩을 비판했다.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도 스크린과 같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전혀 하지 않는 웨스트브룩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레딧’의 한 유저는 ‘만약 스크린을 서는 횟수가 기록지에 나온다면 웨스트브룩은 경기당 10번 이상 스크린을 설 것이다’라며 웨스트브룩을 비꼬기도 했다. 지금 웨스트브룩이 어떤 이미지를 가진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웨스트브룩의 곁을 떠난 동료들이 새 팀에서 동반 맹활약을 펼치는 점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올시즌 인디애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빅터 올라디포와 도만타스 사보니스다.

올라디포는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의 백코트 파트너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많은 비판을 받았던 선수. 그러나 올시즌 평균 24.5점 5.3리바운드 4.0어시스트 야투율 48.5% 3점슛 성공률 44.4%를 기록하면서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미 올라디포는 올스타 선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루키였던 도만타스 사보니스는 올시즌 인디애나에서 평균 12.1점 8.5리바운드 2.1어시스트 야투율 54.0%를 기록 중이다. 거의 모든 기록에서 ‘폭등’에 성공했다. 웨스트브룩과 함께 했던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무난한 빅맨 유망주 정도로 보였던 사보니스다. 하지만 올시즌 인디애나에서는 전설적인 선수였던 아버지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모습이 그에게서 보일 정도다.

헌데 정작 올라디포와 사보니스의 대가로 오클라호마시티로 건너온 폴 조지(평균 20.7점 5.8리바운드 3.3어시스트 야투율 41.6%)는 최근 몇 년 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웨스트브룩의 비효율적이고 이기적인 플레이가 좋은 동료들의 플레이를 망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결국 웨스트브룩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더 나아진 경기력을 통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것이다. 일단 지금보다 슈팅 효율을 많이 끌어올리고 실책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도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만약 현재의 모습이 시즌 내내 계속된다면, 웨스트브룩은 지난 시즌 쌓아올린 명예를 단 한 시즌 만에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기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기록만 바라보고 뛰는 선수라는 뼈아픈 평가만 그의 앞에 남을 수도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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