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1위 자리에서 내려온 KB와 선두권을 위협하는 상위권으로 굳혀가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신한은행이 만난다. 청주 KB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11일 청주체육관에서 시즌 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개막 4연승을 달리며 선두로 올라섰던 KB는 지난 8일 우리은행에게 덜미를 잡힌 후 공동 선두를 허락했고, 10일 우리은행이 5연승에 성공하자 반 게임차로 단독 선두를 내줬다. 

1위를 질주 중일 때도 선수단은 “시즌 초반의 1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분위기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9승 3패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1위를 놓쳤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난 5년간 리그를 압도했던 우리은행과의 순위싸움이라는 것도 부담을 가중 시킨다.

따라서 KB로서는 연패에 빠지지 않고 우리은행과 보조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신한은행은 뜻밖의 2연패를 당했다. 순위는 여전히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선두권과의 승차는 3.5게임으로 벌어졌다. 상위권의 언더독이 아닌 중위권의 맹주가 된 상황. 

아직 초반이지만 신한은행이 이날 경기도 패한다면 3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 다툼은 지난 시즌만큼 혼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1R 청주 KB스타즈 86-81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청주)
2R 청주 KB스타즈 70-74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인천)
양 팀 1승 1패

다미리스 단타스 2G 31:54 21.0점 9.0리바운드
모니크 커리 2G 23:06 16.0점 5.0리바운드 3.0어시스트
김보미 2G 39:32 14.5점(3점슛 5/14) 3.5리바운드 3.5어시스트
강아정 1G 40:00 14.0점 3.0리바운드
박지수 2G 41:32 11.0점 14.0리바운드(이상 KB스타즈)
카일라 쏜튼 2G 35:46 28.0점(3점슛 6/10) 6.5리바운드 
김단비 2G 41:18 15.0점 7.0리바운드 6.5어시스트
르샨다 그레이 2G 15:56 10.5점 6.0리바운드 
곽주영 2G 42:17 8.5점 8.0리바운드
윤미지 2G 43:20 6.5점 4.0리바운드 3.5어시스트(이상 신한은행)

쏜튼.. 쏜튼... 쏜튼....
KB와 신한은행이 맞붙은 두 번의 대결은 카일라 쏜튼이 핵심 키워드였다. 쏜튼은 두 경기 모두 기록 면에서는 훌륭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1라운드 대결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날 쏜튼은 7번의 속공 기회를 놓쳤다. 대부분은 완벽한 단독 찬스였다. 골밑에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무모한 도전을 펼치다가 강력한 블록슛에 저지당했다.

쏜튼이 박지수-단타스의 벽을 감안해 합리적인 선택을 단 한 번만 했어도 신한은행은 2차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끝에 내상이 심한 패배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쏜튼은 뛰어난 운동능력에 비해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2라운드 대결에서는 쏜튼에 의해 승부가 정리됐다. 매 쿼터 8점 이상을 득점하며 37점을 퍼부었고 3점슛 성공률은 무려 71.4%(5/7). 이날 쏜튼의 37점은 올 시즌 WKBL 한 경기 최다 득점기록이다. 

KB에게 완전히 흐름이 넘어갔던 3쿼터에 다시 분위기를 찾아온 것도 쏜튼이었다.

결국 양 팀의 3번째 맞대결도 쏜튼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B전에서 유독 활약이 좋았던 것은 물론 올 시즌 신한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쏜튼은 최근 3경기에서 득점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평균 8.3점 7.6리바운드에 야투율은 23.6%. 3점슛은 11개를 던져 1개만 성공했고 그나마도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림을 벗어났다. 이 3경기를 제외한 쏜튼의 기록이 평균 23.2점 10.1리바운드 야투율 47.3% 3점슛 성공률 48.6%(18/37)였음을 감안하면 믿기 힘든 하락세다.

신한은행의 농구가 쏜튼의 활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진에 빠진 쏜튼의 회복은 신한은행에게 가장 큰 숙제다. 

신한은행이 지난 경기 이후 4일간의 휴식이 있었던 만큼 쏜튼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도 부진할 경우 쏜튼의 슬럼프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박지수와 승부하는 곽주영의 힘
지난 시즌 신한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 유독 고전했다. 국내 빅맨인 베테랑 곽주영이 박지수와의 대결에서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신장의 우위를 앞세워 국가대표 선배인 곽주영을 상대로 자신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KB를 상대하는 곽주영의 위력이 달라졌다. 곽주영은 KB와의 지난 두 경기에서 8.5점 8.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자신의 시즌 기록보다 높다. 

곽주영은 빅맨이면서도 리바운드가 그렇게 많은 선수는 아니다. 프로 통산 리바운드가 평균 3.8개다. 그런데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높이를 자랑하는 KB를 상대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물론 곽주영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 제공권의 열세를 실감하고 있다. 두 경기에서 평균 44.5개의 리바운드를 내줬다. 경기 당 6개의 리바운드를 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곽주영이 아니었다면 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을 것이다.

인사이드를 극대화 시킬 KB의 3점슛
KB는 지난 8일 우리은행에게 71-76으로 패했다. 2쿼터 한 때 17점차까지 앞서며 기세를 올렸지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무엇보다 응답하지 않은 3점슛이 아쉬웠다.

우리은행과의 경기 이전까지 KB의 시즌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5.6%. 독보적인 리그 1위였다. 하지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는 17개를 던져 4개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KB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김보미가 처음으로 무득점에 그친 것과 함께 외곽이 터지지 않은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KB는 외곽슛에 강점이 있다. 

포스트의 완벽한 우위로 인해 상대 수비가 안으로 좁히고 들어와 외곽에서 슛 찬스를 많이 만들어낸다. 우리은행 전에서는 터지지 않았지만 경기 당 7.4개를 성공하며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한 팀이고 성공률 역시 34.8%로 여전히 1위다.

반면 신한은행은 외곽 수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코칭스태프는 “특별히 외곽 수비를 더 강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기록상으로는 그렇다. 올 시즌 신한은행을 상대한 나머지 5개팀의 3점슛 성공률은 23.1%. 3점슛 허용에 가장 인색했던 팀이 신한은행이었다.

3점슛이 가장 잘 터지는 팀과 3점슛을 가장 허용하지 않은 팀의 대결이다.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창 보다 방패가 우위였다. KB는 두 경기에서 5.5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성공률은 25.0%였다. 자신들의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신한은행의 외곽수비를 KB가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편, 24.5%로 3점 성공률이 리그에서 가장 저조한 팀 중 하나인 신한은행은 KB와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32.4%로 높은 3점슛 성공률을 보였다. 그러나 쏜튼을 제외하면 신한은행의 KB전 3점 성공률은 22.2%로 뚝 떨어진다.

3쿼터의 차이와 4쿼터의 집중력
KB의 선두 질주에 가장 큰 원동력은 3쿼터에 나타난 압도적인 우위였다. 1라운드 조율을 거친 KB는 2라운드 들어 모니크 커리가 더블 포스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내외곽에서 거침없는 활약을 펼쳤고 외곽슛이 전방위로 터지며 3쿼터 강자의 위치를 누렸다.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라운드 대결 당시 3쿼터 승부는 17-17이었지만 2라운드에는 20-11로 차이가 났다. 내용을 보면 그 간극은 점수차보다 더 크다.

당시 전반을 30-41로 마친 KB는 3쿼터 들어 신한은행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신한은행은 3쿼터 시작 후 무려 8분 30초 동안 단 2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그 사이 KB는 50-4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3쿼터 막판 2분여동안 오히려 KB의 득점이 묶인 사이 쏜튼을 앞세운 신한은행이 다시 2점차 재역전에 성공하며 3쿼터를 마쳤지만 이날 슛 컨디션이 절정(3점슛 5/6, 2점슛 8/16, 자유투 6/7)이었던 쏜튼이 시간에 쫓겨 던진 슛까지 림을 통과하는 행운이 없었다면 신한은행은 다시 한번 대역전패의 악몽에 빠질 뻔 했다.

한편 3라운드 들어 KB의 3쿼터 우세는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3라운드 들어서는 3쿼터에 앞선 적이 없다. 하나은행에게 반격을 허용했던 것도, 우리은행에게 역전의 발판을 내준 것도 3쿼터였다.

KB와 신한은행은 올 시즌 4쿼터 집중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들이다. 지난 12경기에서 KB의 4쿼터 평균 득점은 16.3점, 신한은행은 13.3점에 불과하다. 특히 신한은행은 후반 득점이 30.75밖에 되지 않는다.

KB로서는 3쿼터의 우위를 바탕으로 집중력과 힘이 떨어진 신한은행의 후반을 집요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진=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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