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KB와 우리은행의 강세가 이어진 두 주였다. 5연승을 달린 KB는 단독 1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중이고 우리은행 역시 한 경기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직까지 순위간의 승차가 크지는 않지만 KB와 우리은행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일, 양 팀이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승패의 명암이 엇갈리겠지만 그 경기에서 패한다 해도 향후 순위 변동에 큰 흔들림이 올 것 같지는 않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B는 9승 2패로 승률 8할이 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전력을 갖췄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을 압도하며 구축한 ‘1위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을 것이다.

강팀의 조건을 갖춰가는 KB
하지만 속내를 보면 KB도 초반보다 안정감을 더해가면서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다운 모습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경기 중 기복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박지수 뿐 아니라 다미리스 단타스의 무게감이 확실히 느껴지며 중심이 잘 잡히고 있다. 안정적인 인사이드를 구축한 팀이 외곽에서 한 두 방 터지면 위력이 배가되는 데 KB는 현재 3점슛 숫자나 성공률에서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다.

3점슛 성공 2위인 KDB생명보다 경기당 2개의 3점슛을 더 성공하고 있다. KDB생명이 평균 5.7개의 3점을 넣기 위해 26.3%의 적중률을 보인 반면 KB는 35.6%의 야투율을 자랑한다. KB의 3점슛 수는 삼성생명보다는 2배 이상 많다. 내외곽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3개 중에 1개 이상을 꾸준히 넣어줄 수 있다면 3점슛으로 승부를 걸어도 나쁠 것이 없다. 슛에는 기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KB를 상대하는 팀들은 인사이드를 좁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곽에 생기는 찬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KB의 외곽슛 호조가 갑자기 침묵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상대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졌다. 4일 경기가 좋은 예다.

KB의 더블 포스트를 효과적으로 괴롭혀 온 하나은행은 4일 경기에서도 준비된 수비를 제대로 수행했다. 몸싸움으로 박지수를 괴롭혔고 적극적인 더블팀을 펼쳤다. 단타스가 골밑으로 들어오면 여지없이 2-3명이 에워쌌다. 1-2라운드 때 효과를 거뒀던 수비였다.

하지만 KB가 이러한 하나은행의 수비를 제대로 이용했다. 페이크 동작에 상대가 반응해서 뛰어 나간다는 걸 알고 이를 활용해서 오히려 공간을 만들어냈다. 지난 두 번의 대결에서는 억지로 볼을 빼주는 데 급급했고, 밖에서는 원래 나오던 타이밍에 볼이 나오지 않으니 찬스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KB가 오히려 하나은행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로테이션을 계속 했던 하나은행의 체력 소진이 빨랐다. 자신들에 대한 ‘맞춤형 전략’에 내성을 갖고 극복해내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팀 전체가 성장한 느낌이다. 컨디션이나 감각이 떨어졌을 때도 선수 각자가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해준다. 

강아정은 예전보다 슛 기회를 많이 가져가지 않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중요한 득점을 해주고, 김보미는 초반 슛 감각이 좋지 않았음에도 득점이 필요할 때는 역할을 해줬다. 하나은행이 꾸준히 하프코트 프레스를 붙었음에도 심성영은 무리 없이 코트를 넘어와 공격을 전개했다. 

KB라는 팀은 물론 선수 개인들도 성장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주전급 멤버들이 ‘언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인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금의 강점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백업 선수들의 역할이다. 

KB는 주요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박지수(37:24)는 평균 출전시간 2위고 강아정(36:20)과 심성영(32:03)은 부상으로 빠졌던 시간이 있었음에도 코트에 있는 시간이 길다. 올 시즌 출전시간 상위 10명 중 KB선수가 4명이다.

그만큼 백업 선수의 역할이 많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모니크 커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심성영-강아정-박지수-단타스의 주전 조합에 김보미, 김진영이 번갈아 나서는 7명 정도가 KB의 주요 가용인원이다. 김가은, 김민정 등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백업선수들의 역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백업 선수들이 잘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4일 경기에서도 파울 관리를 위해 주전급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사이 점수차가 좁혀지면서 다시 박지수가 투입됐다.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해줄 수 있는 백업의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KB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지칠 줄 모르는 추격자' 우리은행
높은 주전 의존도가 KB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두 외국인 선수가 모두 무릎이 좋지 않은데다가 양지희(은퇴), 김단비(하나은행), 이선화(김천시청)가 이탈하면서 우리은행도 가용인원이 줄었다. 홍보람과 최은실도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하고 이은혜도 아직 부상 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이후 5년 이상 체력을 앞세운 농구를 했던 팀이다. 위성우 감독은 자신의 감독 데뷔전에서 주전 5명을 교체 없이 40분 동안 뛰게 하며 승리한 바 있다. 체력전에 가장 특화되어 있는 팀이 우리은행이다.

위 감독은 최근에도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의 몸 상태가 아직까지 완전치 않다고 하지만 부상 직전의 모습과 비교해도 김정은의 상태가 나쁘다는 느낌은 없다. 위성우 감독이 요구하고 인정하는 ‘선수 몸상태에 대한 기준’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다.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이 실전을 뛰며 게임 체력을 올린다고 하지만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한 우리은행이다. 김정은이 현재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몸 상태가 아직’이라는 내부 평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우리은행이기에 주전 의존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우리은행은 개막전 패배 이후 KB를 제외한 모든 팀을 이겼다. 1달 가까이 손발을 맞춘 아이샤 서덜랜드를 내보낸 것은 시즌 운영 자체보다는 KB를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해야 한다.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서덜랜드보다 포스트와 수비에서 더 위력을 보일 수 있는 데스티니 윌리엄스는 지난 해보다 체중이 늘어 더 둔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장의 승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은행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5라운드 정도를 목표로 최고조의 조직력과 전력을 구축하고자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는 그때가 진짜일 것 같다.

외국인 교체 카드와 KDB생명의 반등 가능성
지난 두주간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우리은행이 윌리엄스를 영입함과 동시에 서덜랜드는 마침 부상으로 이탈한 쥬얼 로이드를 대신해 KDB생명으로 팀을 옮겼다. 삼성생명은 레이첼 할리비로 카일라 알렉산더를 대신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은행의 경우는 5라운드 이후가 되어야 외국인 선수 교체로 얻고자 했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팀 자체도 그다지 급할 게 없다. 

가장 반등이 필요한 KDB생명은 서덜랜드의 영입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기대가 높았던 로이드의 이탈은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KDB생명으로서는 로이드보다 서덜랜드가 나아 보인다.

KDB생명은 코트에서 선수들의 활기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움직임과 농구 자체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표정이나 모습들이 평소보다 어둡다. 그런데 로이드나 샨테 블랙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보니 경기 분위기가 쳐지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서덜랜드는 자기 기량 여부를 떠나 동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서덜랜드가 들어오면서 팀이 조금 더 시끌벅적해졌다. 이전 보다 좋은 느낌이다.

게다가 서덜랜드는 우리은행에 있는 동안 수비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 스크린을 거는 적극성도 좋고 전력 면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에 있는 동안은 WKBL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지금이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손발이 맞아 들어가면 로이드가 뛸 때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로 인한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솔직히 할리비가 어떤 선수인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엘리사 토마스가 중심이 되는 운영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아라와 김한별이 부상으로 빠졌다. 특히 김한별의 공백은 커 보인다. 국내 선수 중에 클러치 상황에서 득점을 해주는 선수가 없다. 박하나가 꾸준히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려주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김한별의 공백이 아쉽다.

그래서 토마스에 대한 쏠림현상도 더욱 크게 나타난다. 

토마스가 많은 부분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는 있지만 ‘함께 하는 농구’보다는 ‘혼자 하는 농구’에 가깝다. 코스트 투 코스트 플레이로 득점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로 인해 플레이 과정에서 볼 한 번 만져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팀 조직력을 맞추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또한 올 시즌에는 몸싸움에 대한 파울 콜이 상당히 관대한데 삼성생명 선수들이 상대에 밀려다닌다고 볼 수는 없지만 피지컬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도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생명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