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WKBL 2라운드가 끝났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됐던 우리은행의 ‘초반 러시’가 사라진 가운데 KB스타즈가 8승 2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다. KB에 이어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1경기차로 상위권을 형성했고, 삼성생명부터 하나은행, KDB생명은 5할에 미치지 못하며 초반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올 시즌은 팀당 ‘2명 보유, 1명 출전’이던 외국인 선수가 3쿼터에 함께 출전할 수 있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조금 더 공격적인 농구가 가능하고 많은 득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3쿼터의 결과가 승부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팀당 10경기씩을 치른 현재, 이러한 예상은 얼마나 적중하고 있을까?

높아진 평균 득점
우선 평균 득점은 상당히 높아졌다. 

지난 시즌 2라운드를 마쳤을 당시 6개 구단 평균 득점은 63.7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평균 70.0점에 이른다. 2차 연장까지 간 승부가 있었음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초반 2라운드에서의 평균 득점이 70점을 넘어선 것은 2011-12시즌(평균 72.1점) 이후 6년만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2009-10시즌 이후 최초로 시즌 평균득점이 70점을 넘어서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2014-15시즌 이후 3시즌 연속으로 초반 2라운드보다 시즌 평균 득점이 더 높았다. 시즌을 치를수록 득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이 흐름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면 평균 득점은 70점 이상이 된다.

특히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의 팀 합류가 늦은데다가 선수들의 교체가 많아 오히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원활한 공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6개팀 모두 개막 이후에도 '조직력이 아직 완전치 않다'는 자체진단을 내렸다.

선수들의 손발이 맞아 들어가게 되면 득점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도 2라운드 평균득점(70.3점)이 1라운드(69.7점) 보다 소폭 증가했다.

한편, WKBL은 단일리그 출범 후 2009-10시즌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시즌 평균 득점이 70점을 넘었던 적이 없다.

평균득점 상승은 3쿼터의 힘?
그렇다면 평균 득점이 예년보다 높아진 이유는 정말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3쿼터에 다득점이 나왔기 때문일까?

3쿼터에 가장 많은 득점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쿼터로 인해 평균 득점이 크게 올라갔다고 볼 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가 두 명이 뛴 3쿼터, 6개 구단은 평균 18.3점을 득점했다. 1쿼터(17.4점)나 4쿼터(17.6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 시즌 6개 구단의 주요 화두가 공격 농구였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팀들은 개막을 앞두고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수비’라고 입을 모았다. ‘빠른 농구’로의 변화를 천명했던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도 "그런 농구를 위해 끈끈한 수비와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일하게 공격 농구를 강조했던 구단은 KDB생명. 

높이의 약점이 있는 만큼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를 공략하고, 주는 것 이상으로 넣는 농구, 재미있고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겠다는 게 올 시즌 KDB생명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핵심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시즌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약점은 부각됐고 의도했던 공격과 스피드는 나오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공격 농구’를 표방했던 KDB생명은 현재 평균 득점 최하위다.

일부에서는 평균 득점이 높아진 것에 대해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평균적으로 예년만 못하고, 우리은행, 삼성생명 등 전통적으로 수비 조직력에 강점을 보였던 팀들이 비시즌 준비를 원활히 못하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수비가 공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득점보다 더 늘어난 것은 테크니컬 파울
이번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거친 파울에 대해 휘슬이 관대하다. 지난 몇년간 팀당 평균 파울 수는 18.5개 정도에서 꾸준히 변화가 없었다. 일부러 숫자를 맞춘다고 할 만큼 일정했다. 

올 시즌은 평균 17.4개로 예년보다 1개 정도가 줄어들었다. 보이는 상황에 비해서는 파울이 줄어든 숫자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전체 파울은 줄어든 반면 자유투가 주어지는 파울의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11-12시즌 이후 처음으로 팀당 8개가 넘는다.

특히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테크니컬 파울이다. 30경기에서 무려 26번의 테크니컬 파울이 불렸다. 매 경기 거의 한 번 씩은 나온다는 계산이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 대비 2.6배나 늘어났다. 테크니컬 파울의 수는 2014-15시즌 이후 매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그 증가폭이 유독 두드러진다.

2014-15시즌에는 정규리그 105경기에서 단 8번밖에 테크니컬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전체 일정의 30%도 소화하지 않은 현재, 삼성생명 한 팀이 받은 테크니컬 파울만 8번이다.

지난 시즌 가장 많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던 KDB생명은 올 시즌 유일하게 테크니컬 파울이 없다.

자유투에 공격권을 얹어주면서 경기 분위기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테크니컬 파울의 급증도 득점이 올라가는 데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테크니컬 파울을 기록한 팀은 팀당 40경기를 치렀던 2008-09시즌의 금호생명으로 총 16번(경기당 0.4회)의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 받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면 삼성생명(경기 당 0.8회)은 물론, 하나은행(경기 당 0.7회)과 KB스타즈(경기당 0.5회)도 이 횟수를 넘길 가능성이 다분하다.

올 시즌은 거친 몸싸움에 대해 심판들의 휘슬이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코트에서 유혈사태가 흔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선수들이 피를 흘리는 상황에도 파울 콜은 나오지 않고, 경기도 중단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코트에서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벤치에서 흥분하는 횟수도 비례한다.

지금과 같은 판정 기준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테크니컬 파울 개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3쿼터의 주인공은 외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 2명이 나서는 3쿼터의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수치로도 증명이 된다.

3쿼터 득점 10위 안에 포함된 국내 선수는 강이슬(하나은행) 한 명 뿐이다. 강이슬이 평균 5.6점을 득점해 모니크 커리(KB)와 함께 3쿼터 득점 평균 5위에 올라있다. 강이슬을 제외하면 1위 엘리사 토마스(삼성생명, 7.0점)부터 11명의 외국인 선수가 득점 상위권을 장악했다. 

국내 선수 득점 부분 상위권인 박혜진, 김정은(이상 우리은행), 강아정(KB스타즈), 김단비(신한은행)도 3쿼터에는 주도권을 외국인 선수에게 내줬다. 

백업 역할인 르샨다 그레이(신한은행), 자즈몬 과트미(하나은행), 샨테 블랙, 아이샤 서덜랜드(이상 KDB생명)도 강이슬을 제외한 그 어떤 국내 선수보다 적은 득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카일라 알렉산더만 2.6점으로 김한별(삼성생명), 강아정, 김정은, 박혜진에 뒤쳐졌다.

3쿼터 성적은 승패와 직결?
현재까지는 3쿼터에서의 우위가 승리를 담보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도 있다. 1위 KB는 3쿼터의 결과가 성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올 시즌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B는 3쿼터 성적이 그 어느 팀보다 돋보인다.

1라운드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17-17 동점으로 마친 적이 있었고, 하나은행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19-21로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8경기에서는 모두 앞섰고, 득실차 마진에서도 다른 5개 구단을 모두 압도했다.

현재 KB의 득실점 마진은 +7.8점. 이 중 6점의 리드를 3쿼터에 잡았다. 적어도 KB의 선두 질주는 박지수가 버티는 가운데 다미리스 단타스와 커리가 함께 나서는 ‘3쿼터의 힘’에서 비롯됐다고 해석 할 수도 있다.

KB의 '3쿼터 독주'는 1라운드보다 2라운드에서 더 두드러졌다. KB의 2라운드 5경기 3쿼터 득점은 평균 21.4점으로 1라운드의 18.4점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2라운드 3쿼터 득실차 마진은 무려 +9.6점이다.

3쿼터 성적이 가장 안 좋은 삼성생명의 3쿼터 득실차 마진은 -4.2점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팀 전력의 절대지분을 차지하는 토마스가 3경기를 결장했기 때문.

토마스가 뛰지 않은 3경기를 모두 진 삼성생명은 해당 경기 3쿼터에 평균 15.7점을 득점하고 29.3점을 실점했다. 득실차 마진이 -13.6점이다. 

토마스가 있는 삼성생명의 3쿼터 내용은 이 세 경기와는 전혀 다르다. 토마스가 뛰지 못했던 3경기를 제외하면 삼성생명의 3쿼터 득실차 마진은 -0.1점으로 줄어든다.

삼성생명의 3쿼터 성적은 2승 1무 7패에 그치지만 1라운드 때 우위를 보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게 2라운드에서는 토마스 없이 승부를 펼쳐 크게 밀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 10번의 경기에서 7승을 거뒀지만 3쿼터에서 웃었던 적은 단 3번 뿐이다. 국내 선수들의 힘이 가장 안정적인 만큼 3쿼터 결과가 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 다만 우리은행은 3쿼터에 앞섰던 경기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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