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7-18 시즌은 벌써부터 신인왕이 정해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신인왕 레이스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한 선수가 너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벤 시몬스(208cm)다.

정규시즌 개막 한 달이 흐른 현재, 벤 시몬스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평균 18.7점 9.2리바운드 7.6어시스트 2.0스틸을 기록 중이다. 야투율은 52.3%에 달한다. 루키인데 트리플-더블만 벌써 두 번 달성했다. ’왼손 르브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재다능하며 효율적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가장 다재다능한 루키가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올시즌 NBA에는 뛰어난 루키들이 많다.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카일 쿠즈마(LA 레이커스),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댈러스), 로우리 마캐넌(시카고), 도노반 미첼(유타), 디애런 팍스(새크라멘토), 존 칼린스(애틀랜타) 등 뛰어난 신인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몬스는 유난히 독보적이다. 예년 같으면 신인상을 충분히 노릴 수 있었던 루키들도 올시즌은 시몬스 때문에 마음을 접어야 할 판이다.

실제로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시몬스는 신인왕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 개인 기록도 뛰어나거니와, 소속팀 필라델피아도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는 사례를 만든다면 기자단의 표가 몰릴 수밖에 없다. 2016년 칼 앤써니 타운스가 해낸 ’만장일치 신인왕‘도 충분히 꿈꿀 만하다.

하지만 신인왕 수상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몬스가 루키로서 올스타에 선발될 수 있느냐다. NBA 역사상 루키 시즌에 올스타 선발의 영광을 누린 선수는 총 45명. 이 숫자만 들으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30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단 7명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2011년 블레이크 그리핀 이후 어떤 신인도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다. 갈수록 루키가 올스타에 선발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NBA다. 

*최근 30년 동안 루키로 올스타에 뽑힌 선수들*
1990년 데이비드 로빈슨(샌안토니오): 평균 24.3점 12.0리바운드 1.7스틸 3.9블록슛
1992년 디켐베 무톰보(덴버): 평균 16.6점 12.3리바운드 3.0블록슛
1993년 샤킬 오닐(올랜도): 평균 23.4점 13.9리바운드 3.5블록슛
1995년 그랜트 힐(디트로이트): 평균 19.9점 6.4리바운드 5.0어시스트 1.8스틸
1998년 팀 던컨(샌안토니오): 평균 21.1점 11.9리바운드 2.5블록슛
2003년 야오밍(휴스턴): 평균 13.5점 8.2리바운드 1.8블록슛
2011년 블레이크 그리핀(LA 클리퍼스): 평균 22.5점 12.1리바운드 3.8어시스트

2018년 벤 시몬스?(필라델피아): 평균 18.7점 9.2리바운드 7.6어시스트 2.0스틸

 

사실 지난 시즌엔 시몬스의 팀 선배인 조엘 엠비드가 루키로 올스타에 선발될 가능성이 꽤 있었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엠비드는 두 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지난 시즌에 데뷔했는데, 경기당 평균 25.4분만 뛰면서 20.2점 7.8리바운드 2.1어시스트 2.5블록슛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1월에는 소속팀 필라델피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엠비드는 31경기 만에 또 무릎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고, 결국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다. 너무 적은 출전 경기 수 때문에 신인왕 타이틀마저 밀워키의 말콤 브로그던에 빼앗겼다.

이제 시몬스가 엠비드의 한(?)을 풀어줄 때다. 루키로 올스타에 뽑힌 역대 선배들과 비교해도 현재 시몬스의 개인 기록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시즌 동부지구는 올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서부로 떠난 탓에 올스타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다. 시몬스에겐 절호의 기회다.

시몬스를 포워드로 분류할 경우, 지금 그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동부지구 선수는 사실 많지 않다. 14년 연속 올스타 선발을 노리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그리스 괴물‘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올시즌 잠재력이 폭발한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뉴욕) 정도를 제외하면 시몬스와 대등하거나 그보다 나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워드가 없다. 물론 올스타 주전 자리는 르브론과 아데토쿤보에게 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식스맨 자리는 충분히 노릴 만하다. 심지어 시몬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열광적인 필라델피아 팬들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 이걸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시몬스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21일 유타와의 홈 경기에서 시몬스는 데뷔 최다인 27점을 쏟아 부으며 10리바운드 2어시스트 4스틸까지 기록, 필라델피아의 107-86 대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 후 현지에서도 올스타 선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시몬스는 오히려 더 큰 꿈을 이야기해 화제를 모았다. “아니요, 저는 사실 우승 반지가 갖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 한 개 말고 두 개 이상이요.” 시몬스의 말이다.

신인왕, 올스타 그리고 우승 반지까지. 과연 벤 시몬스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까. ‘슈퍼 루키’ 벤 시몬스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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