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참 냉정한 이야기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올시즌 브루클린의 불행은 클리블랜드에겐 곧 행복이다. 클리블랜드로 넘어가 있는 브루클린의 2018년 드래프트 지명권 때문이다.

브루클린 네츠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기준으로 브루클린 네츠는 6승 10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13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시카고(3승 11패), 애틀랜타(3승 13패)와 꼴찌 경쟁을 펼칠 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개막 5경기에서 3승 2패로 괜찮은 출발을 보였던 브루클린은 이후 11경기에서 3승 8패를 기록하는 데 그치며 승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문제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도하게 빠른 경기 속도로 인한 수비 붕괴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평균 실점 112.0점 야투 허용률 48.5%를 기록하며 상대에 손쉽게 점수를 내주고 있다.

부상 변수도 브루클린에게 큰 악재다. 인디애나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주전 포인트가드 제레미 린이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 됐다. 이후에는 더마레 캐롤, 론데 할리스-제퍼슨, 트레버 부커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최근에는 에이스 디안젤러 러셀마저 무릎 수술을 받고 무기한 아웃됐다. 말그대로 절망적이다.

현지에서는 러셀의 복귀 시점을 빨라도 1월 초로 예측하고 있다. 브루클린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을 에이스 득점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 속도를 극도로 끌어올려 화력전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브루클린의 농구 색깔이다.(경기 속도 리그 1위) 그런데 에이스 러셀이 빠지면서 화력전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그렇다고 팀 색깔을 시즌 중간에 전면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현재 브루클린의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브루클린의 불행에 큰 이득을 얻는 팀이 있다. 바로 클리블랜드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7월 카이리 어빙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그 과정에서 보스턴이 가지고 있는 브루클린의 2018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사실 어빙 트레이드 당시 클리블랜드는 아이재아 토마스의 부상 문제로 손익 계산이 쉽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브루클린의 1라운드 지명권을 얻으면서 어쨌든 ‘얻을 만큼 얻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브루클린이 향후 페이스가 꾸준히 하락할 경우, 내년 6월에 열리는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가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당연히 크게 높아진다. 최근 NBA는 무분별한 탱킹을 방지하는 드래프트 추첨 확률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최하위권 팀이 최상위 지명권을 얻게 될 가능성을 줄였다. 하지만 이 변경안이 적용되는 시점은 2019년 드래프트부터다. 2018년 드래프트는 변경안과 무관하다. 클리블랜드로서는 드래프트 추첨 ‘대박’도 기대해볼 수 있다.

브루클린의 지명권이 4순위 이내가 된다면 클리블랜드는 큰 이득을 얻게 된다. 2018 드래프트 탑4 유망주로 꼽히는 루카 돈치치(레알 마드리드), 마빈 베글리(듀크 대학), 디안드레 에이튼(애리조나 대학), 마이클 포터 주니어(미시건 대학) 중 적어도 1명을 지명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내년 여름 르브론 제임스의 FA 선언이라는 ‘큰일’을 앞두고 있는 클리블랜드로서는 굉장히 듬직한 보험이다. 르브론이 다른 팀으로 떠날 경우 브루클린의 지명권으로 뽑은 유망주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시작하면 될 일이다. 행여 르브론이 탑급 유망주 수급이 가능한 클리블랜드의 상황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질 경우, 그가 잔류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이 섣부른 시점이다. 디안젤로 러셀이 1월 안으로 복귀할 경우, 브루클린이 시즌 중반부터 다시 반등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시즌 초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클리블랜드가 스타급 선수 영입을 위해 브루클린의 지명권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BA는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브루클린의 부진이 클리블랜드에게 이득이 되어가는 양상이다. 마침 오는 23일 두 팀은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10월 26일에 있었던 첫 맞대결에서는 브루클린이 112-107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일으켰던 바 있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둘러싼 브루클린과 클리블랜드의 묘한 연결고리가 리그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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