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백개에 달하는 샐러리캡 조항을 모두 알고 이해하는 것은 NBA 팬들에게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각 구단과 선수들의 계약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샐러리캡 제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루키는 중요한 NBA 샐러리캡 용어와 조항들을 매달 여러분께 소개할 계획이다. 이 코너가 당신이 NBA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시간에는 ‘제한적 FA’와 ‘사치세’에 대해 알아보자.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11월호에 실린 기사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비제한적 FA와 제한적 FA는 무엇이 다를까?

FA 시장이 시작되는 7월이 되면 많이 듣게 되는 두 가지 용어가 있다. 바로 ‘비제한적 FA(Unrestricted free agent)’와 ‘제한적 FA(Restricted free agent)’다. 워낙 자주 쓰이다 보니 많은 NBA 팬들이 잘 알고 있는, 하지만 의외로 적지 않은 NBA 팬들은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용어들이다.

‘제한적 FA(Restricted free agent)’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제한적 FA란 그 해 시장에서 FA 자격은 얻었지만 말 그대로 이적에 ‘제한’이 있는 선수를 일컫는다. FA인데 이적에 제한이 있다고? 이게 무슨 말일까? 굉장히 모순된 제도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NBA는 루키 선수들이 처음 드래프트된 팀에 좀 더 오래 남기를 바라고 있다. 드래프트된 유망주들이 데뷔 후 4년(루키 계약 기간)을 채우고 훌쩍 다른 팀으로 떠나버리는 것은, 리그 입장에서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선수와 구단 혹은 지역 팬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약해지고, 경기를 챙겨볼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응원하는 팀이 전체 1순위 유망주를 지명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4년 뒤에 이 선수가 FA가 되어 완전히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떠나버릴 수 있다면? 그 선수를 데리고 있는 구단이나 그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다. FA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빅마켓 팀들은 만 23살의 리그 최고급 유망주들을 쉽게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리그 형평성을 추구하는 샐러리캡 제도의 기조에도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NBA는 리그 경력이 4년 이하인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을 때 이적에 제한이 생기도록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엄연히 선수 노조도 동의해서 만든 조항이니 사무국만 이득을 보는 일방적인 제도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제한적 FA가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제한적 FA는 다른 팀과 계약에 합의하더라도, 원소속팀이 그 계약에 ‘매치’할 경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소속팀에 잔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한적 FA가 갖게 되는 ‘제한’이다.

지난여름 FA 대박을 터트린 오터 포터 주니어(워싱턴)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2013년 드래프티인 오터 포터는 지난여름 루키 계약 4년을 모두 채우고 제한적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포터는 브루클린 네츠와 4년 1억 65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바통은 포터의 원소속팀인 워싱턴으로 넘어섰다. 워싱턴은 72시간 내로 오토 포터와 브루클린이 맺은 계약에 ‘매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매치(match)’란 선수가 다른 팀과 맺은 계약을 원소속팀이 그대로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토 포터를 잔류시키고 싶었던 워싱턴은 결국 논란 속에 ‘매치’를 결정했고, 오토 포터는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워싱턴 선수로 남았다. 흥미로운 것은 제한적 FA를 ‘매치’시킬 경우 원소속팀은 해당 선수가 다른 팀과 맺은 계약 내용을 완전히 똑같이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루클린은 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오토 포터와의 계약에 까다로운 조항을 삽입했다. 워싱턴이 ‘매치’ 여부를 조금이라도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브루클린이 오토 포터와의 계약에 15%의 트레이드 키커(트레이드될 경우 해당 선수의 샐러리캡이 115%로 계산되는 조항)와 연봉의 50%를 매년 10월 1일에 우선 지급하는 조항을 삽입했다.(선수들은 연봉을 매월 1일 혹은 15일에 나누어서 지급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오토 포터를 붙잡기로 결정했고, 그 후 존 월과도 연장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어쩌면 FA 대박에 성공한 오토 포터만 신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제한적 FA(Unrestricted free agent)’은 제한적 FA가 아닌 선수들이다. 4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선수들은 FA가 됐을 때 비제한적 FA가 되어 이적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FA 개념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지난여름 FA가 된 폴 밀샙은 11년의 리그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비제한적 FA가 되어 덴버와 계약했다. 다른 베테랑 FA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적할 팀을 선택했다.

 

사치세란 무엇일까?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구단의 연봉 총액이 샐러리캡 상한선을 초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일컬어 ‘소프트캡(soft cap)’ 제도라고 한다. 말 그대로 소프트(soft)하게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구단의 연봉 총액이 샐러리캡 상한선을 절대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는 ‘하드캡(hard cap)’ 제도다. 하드캡 제도에서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설 경우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 FA 시장에서의 권리 제한 등 다양한 제재가 가해진다. NFL(프로미식축구)와 한국 프로농구가 하드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사치세(Luxury Tax)’란 소프트캡 제도를 운영하는 NBA에 존재하는 독특한 조항이다. 말 그대로 선수단 연봉에 사치를 부린 팀이 리그에 납부하는 세금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로 인해 각 구단은 샐러리캡 상한선은 넘겨도 사치세 상한선(Luxury Tax Line)은 넘기길 꺼려 한다. 선수단 연봉 외에 사치세라는 추가적인 지출이 생기고, 이것이 구단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2017-18 시즌 NBA의 샐러리캡 상한선은 약 9900만 달러다. 그리고 사치세 상한선은 그보다 약 2000만 달러가 많은 1억 1900만 달러다. 예를 들어 똑같이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긴 팀이라도, 1억 1000만 달러의 연봉 총액을 지출한 팀은 사치세를 내지 않지만 1억 2000만 달러의 연봉 총액을 지출한 팀은 리그에 사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알아주는 빅마켓 팀이 아닌 이상 강팀이더라도 사치세는 피하기 위해 1억 1900만 달러 아래로 연봉 총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2013-14 시즌부터 NBA는 사치세 규정을 강화했다. 사치세를 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빅마켓 팀과 사치세를 피하길 워하는 스몰마켓 팀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전까지는 상한선을 넘어선 만큼만 사치세를 내면 됐다. 예를 들어 팀 연봉이 사치세 상한선보다 500만 달러 많았다면, 500만 달러의 사치세를 내는 제도였다.

하지만 지금 NBA는 사치세를 누진제로 운영하고 있다. 구간별로 1.5배, 2배, 2.5배로 금액을 계산해 더 많은 사치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제아무리 지출을 적극적으로 하는 팀이라도 팀 연봉이 많아질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누진적 사치세의 힘이다.

또한 NBA는 연달아 사치세를 내는 팀은 더 많은 사치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구간에 매기는 누진 비율이 연달아 사치세를 내지 않는 팀보다 높다. 즉 웬만하면 2년 연속 혹은 3년 연속으로 사치세를 내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2017-18 시즌에 클리블랜드는 팀 연봉이 1억 3788만 달러로, 골든스테이트(1억 3572만 달러)보다 약 200만 달러가 많다. 하지만 사치세 납부 예상액은 클리블랜드가 약 5900만 달러, 골든스테이트가 약 3869만 달러로 2000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바로 클리블랜드가 연속으로 사치세를 내는 팀이기 때문이다. 2014년 FA 시장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영입한 클리블랜드는 이후 매년 사치세를 내고 있다. 2014-15 시즌에 680만 달러를, 2015-16 시즌에는 무려 5358만 달러를 사치세로 납부했다. 클리블랜드는 2016-17 시즌에도 2450만 달러의 사치세를 납부하며 로스터 운영에만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2017-18 시즌도 클리블랜드는 사치세 납부를 피할 수 없다. 르브론 제임스, 케빈 러브, 트리스탄 탐슨, J.R. 스미스 등 고액 연봉자들을 한꺼번에 트레이드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4년 연속으로 사치세를 내고 있으니, 사치세 상한선을 비슷한 수준으로 초과해도 클리블랜드는 골든스테이트보다 더 많은 돈을 사치세로 납부해야 한다. 2016-17 시즌에 사치세를 납부하지 않았던 골든스테이트는 클리블랜드와는 상황이 다르다. 케빈 듀란트의 희생(?)까지 더해지면서 골든스테이트는 사치세 납부액을 4000만 달러 안쪽으로 맞췄다.

NBA 역사상 가장 많은 사치세를 납부한 팀은 어느 팀일까? 예상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뉴욕 닉스다. 뉴욕은 사치세 제도가 생긴 2002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억 4860만 달러를 사치세로 납부했다. 특히 성적이 최악이었던 2000년대 초중반에 많은 돈을 사치세로 냈는데, 당시 뉴욕 구단의 운영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팀은 클리블랜드다. 클리블랜드는 2014년까지 납부한 사치세 총액이 43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복귀한 2014-15 시즌부터 지난 3년 사이에 약 8500만 달러를 사치세로 냈다. 특히 2015-16 시즌에 납부한 5358만 달러의 사치세는 NBA 단일 시즌 사치세 신기록이었다. 포브스(Forbes)지의 발표에 따르면 이 시즌 클리블랜드는 창단 첫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음에도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경험했다. 그리고 2017-18 시즌에 클리블랜드는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면 댄 길버트 구단주로서도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선수단 정리를 충분히 고민할 만하다.

한편 가장 중요한 사치세 상한선은 매 시즌을 앞두고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협의 하에 결정한다. 물론 기준은 있다. 이전 시즌 BRI(Basketball Related Income, 농구 관련 수익)에서 몇 가지 계산을 한 뒤 최종 조정된다. 하지만 NBA 팬들은 이 복잡한 계산 과정까지 구태여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매년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 차기 시즌 사치세 상한선이 리그를 통해 공식 발표되니 말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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