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동철 칼럼니스트] 벌써 1라운드가 끝났다. 올 시즌 WKBL은 대부분의 경기가 치열한 승부로 진행되고 있어 팬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전력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매 경기 속단할 수 없는 전개와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KDB생명의 부진은 아쉽다. 믿었던 쥬얼 로이드가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은주의 부상 여파가 너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조은주 부상 이후 3경기를 모두 크게 패했다. 단기간에 수습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여 걱정스럽다.

우리은행 유니폼에 완벽 적응, 김정은(우리은행)
*기록 일지 
11월 9일 vs 삼성생명 34:29 18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록 3P:4/5(80%)
11월 13일 vs 하나은행 31:34 10점 8리바운드

개막 2연패를 당했던 우리은행이 한 주간 연승을 이어가며 3연승을 달렸다. 초반 위기설이 나왔지만 결국 1라운드를 1경기차 공동 2위로 마쳤다.

역시 박혜진과 임영희가 잘해주고 있지만 이번 주 가장 돋보인 선수로는 김정은을 꼽고 싶다. 국내 선수 중 빅맨이 없어 생긴 공백을 김정은이 잘 막아주고 있다. 우리은행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고 본다.

지난 주 우리은행의 연승은 모든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조직적인 팀 농구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국내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 경기를 이끄는 특징이 있는데 김정은이 여기에서도 한 축을 담당했다.

FA이적 후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기대 했는데, 팀에 적응하면서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9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외곽에서도 높은 적중률의 3점슛을 자랑하며 2쿼터에만 16점을 몰아넣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12일 하나은행전에서는 기록 이상의 활약을 했다. 득점은 박혜진이 가장 많았지만 분위기가 상대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4쿼터 막판에 높은 집중력을 앞세워 결정적인 3점슛과 천금같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득점을 성공했다. 김정은이 줄인 5점이 결국 역전승에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여전히 몸 상태가 100%는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 김정은’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더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혈혈단신’ 팀을 이끄는 폭주기관차, 엘리사 토마스(삼성생명)
*기록 일지 
11월 9일 vs 우리은행 | 37:36 23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11월 12일 vs KDB생명 | 32:45 26점 22리바운드 7어시스트

외국인 선수 중에는 역시 엘리사 토마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카일라 쏜튼(신한은행)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고, 이사벨 해리슨(하나은행)도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토마스가 보여준 것은 그 이상이었다.

토마스는 현재 삼성생명 팀 전력의 70%는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분야에서 돋보인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는 물론 심지어 출전시간도 엄청나다. 

삼성생명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카일라 알렉산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토마스에게 집중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선수들도 토마스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보니 기록도 토마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비중이 컸고 활약도 좋았다.

KDB생명과의 12일 경기에서는 무려 26점 2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KDB생명이 높이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정말 무시무시한 기록이다. 뛰는 농구가 가능한 빅맨으로 속공에 강하고 포스트에서 상대와 싸우는 힘도 좋다. 패스 능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슈팅력이 떨어져 높이에 장점이 있는 팀과의 경기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올 시즌 삼성생명은 KB와의 경기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국내 선수들의 지원 여부가 관건이 되겠지만 토마스 스스로도 상대의 높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KBL을 뜨겁게 만든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개막 2연패에 빠졌던 하나은행이 지난 한 주간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뒀다. 13일 우리은행 전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지만 활기차고 매력적인 농구를 펼쳤다. 

개막 첫 주에는 외국인 선수도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이었고 팀과의 조화가 아쉬웠다. 하지만 신한은행 전 역전승을 계기로 팀 플레이가 점점 맞아가고 있다. 

젊은 가드진이 돌아가면서 투입되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백지은, 염윤아 등 베테랑들이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이는 가운데 기록적인 면에서 확실히 돋보이는 강이슬이 팀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결과를 떠나 재미있고 활기찬 농구를 펼치고 있는데 보는 사람도 신나는 농구다. 분위기를 잘 타면 상위권까지 치고 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하나은행이 우리은행까지 잡고 지난주를 3연승으로 마감했으면 베스트 플레이어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누구 하나 지적할 것 없이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투표가 가능하다면 하나은행의 모든 선수들에게 한 표씩을 주고 싶을 정도다.

하나은행은 WKBL 6개 구단 중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리다. 앞으로 이 팀이 얼마나 성장하고 또 강해질지도 기대가 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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