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새로운 시즌이 개막했다. 매 시즌 우리은행의 독주를 경계하고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진 승부를 기대했지만 몇 년째 공염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 우리은행은 개막 2연패를 당했고 순위가 요동쳤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지만 여러 면에서 재미있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시즌 초반을 주도하는 KB
그 중심에는 KB가 있다. 개막 이후 열흘간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모습이다.

KB의 상승세는 이제 2년차인 박지수가 이끌고 있다. 박지수의 성장 뿐 아니라 박지수로 인해 외곽이 함께 살아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강아정이 허리 통증으로 두 경기를 결장했지만 김보미가 터지면서 안팎이 모두 좋아졌다.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의 활용도가 높고 효과도 좋다.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인 모니크 커리의 경우에는 단타스만큼 화려한 기록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일대일로 외국인 선수끼리 매치업이 되면 커리도 단점 노출이 많은 편인데 KB와 상대하는 팀들은 박지수 때문에 국내 선수로 커리를 막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처음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커리도 살아나고 있다. 커리로서는 박지수로 인해 자신의 플레이가 한층 원활해진 것이 반가울 것이다. 짜증을 내는 빈도도 예전보다 줄었다.

KB는 지난 4경기에서 79개의 3점슛을 시도해 28개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35.4%. 6개 구단중 유일하게 30%대의 성공률이다. 

3점슛을 가장 많이 시도해 가장 많이 넣은 김보미는 37.5%(9/24)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고 심성영(47.1%, 8/17)과 강아정(50%, 4/8)의 성공률은 거의 50%에 이른다.

2015-16시즌까지 약점이던 골밑을 외곽으로 만회하며 ‘양궁농구’라는 별명을 얻었던 KB는 지난해 3점 성공률 최하위(27.2%)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자신들의 과거 강점을 다시 찾았다. 이 또한 골밑이 강화된 효과다.

슈터마다 자기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슛 폼이나 손동작의 변화를 통해 단기간에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슛 연습도 많이 했겠지만 내용이 좋아지면서 확률이 높아진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KB는 기본적으로 지난해보다 3점슛 찬스를 만드는 내용이 좋아졌다. 수비를 달고 무리하게 던지는 슛이 많지 않다. 외곽에서 완벽한 슛 찬스를 만드는 빈도가 높아졌다.

패스가 와야 할 타이밍에 정확히 볼이 오니 슈터들은 슛을 던질 때의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지수와 단타스가 버티는 인사이드로 상대 수비가 좁히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도움 수비를 가는 경우도 많다보니 외곽 찬스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이를 살려주는 패스가 작년보다 좋아지면서 슛률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스가 외곽에서 외곽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드를 거쳐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던지기가 용이하다.

옆에서 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것과 안에서 나오는 패스를 정면에서 받아 던지는 것은 차이가 있다. 슛 연습을 할 때도 안에서 밖으로 빼주는 볼을 잡아 던지기 때문에 훨씬 익숙하다. 심리적으로는 높이가 좋은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더 자신 있는 슛을 시도할 수 있다.

박지수와 단타스가 확실하게 골밑에서 중심을 잡으며 외곽까지 조화를 이룬다면 KB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신한은행, 토마스 의존 높은 삼성생명
신한은행의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마무리가 치명적이었고 3경기에서 두 번을 패한 결과로 인해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 작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실 시즌 전에는 가장 걱정이 많이 된 팀 중 하나가 신한은행이었는데 우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신기성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빠른 농구도 어떤 것인지 윤곽이 나타난다.

포인트가드 자리에 고질적인 약점이 있지만 카일라 쏜튼과 김단비가 치고 나가는 플레이를 해주며 1번의 부담을 줄여주니 팀 플레이도 비교적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두명의 외국인 선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손이 가야하는 팀은 2승 1패로 2위에 올라있는 삼성생명으로 보인다.

좋은 성적이지만 엘리사 토마스에 대한 집중도가 너무 높고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부족하다. KB전이 특히 그랬다. 고아라가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폭발력이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되진 않았다.

삼성생명은 결국 배혜윤과 박하나가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선수가 내외곽에서 확실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야 토마스를 활용하는 공격도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경기력도 좋아질 것이다.

판정의 정확한 기준 필요
대부분의 경기가 접전으로 진행되며 예년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많아진 것은 좋지만 반대로 거친 플레이가 많아 진 것도 올 시즌의 특징이다. 치열한 몸싸움, 적극적인 공격과 수비는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부상이 염려되는 위험한 장면이 매 경기에 나오고 있다.

발목이 돌아가거나 선수가 쓰러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발생한다. 4쿼터 내내 몸싸움을 하다 보니 체력 소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체력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또한 판정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 슛을 하고 내려오는 선수들이 수비수와 충돌하거나 발을 밟고 넘어지는 장면은 당연히 파울이고 부상이 우려되는 위험한 장면인데 이번 시즌에는 이런 장면에서 휘슬이 나오지 않고 있다.

3점슛의 경우에는 슈터가 슛을 쏠 때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여자농구는 특히 그렇다.

슛을 던지고 제자리로 내려오는 선수들도 있지만 여자 선수들은 슛을 던지고 앞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슛을 할 때 점프를 앞으로 뛴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공간에 수비수가 바짝 들어와 버리면 슛을 한 선수는 수비수를 피할 방법이 없다.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심판들이 슛을 던진 후 슈터들의 팔로우 스로우 된 팔과 손 동작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 여러 선수가 걸려 넘어졌고 부상도 나왔다. 이대로 계속되면 더 큰 부상을 막을 수 없다. 정확한 판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FIBA룰이라고 하더라도 몸싸움과 의도적인 파울에 대해서는 확실히 구별을 해줘야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 U파울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많은데 그래도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비교적 잘 적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Up Next
전체적으로 지난 해보다는 흥미를 끌 수 있는 부분도 많고 재미있는 승부도 많았다. 외국인 선수들을 잘 뽑아 비슷한 경쟁력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개막 주간과 지난 한 주를 볼 때 하나은행이 다소 떨어지는 경기력이 나왔지만 연습 때 그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고 하니 앞으로 조금 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은행도 약점에 대해 비교적 빠르게 보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KDB생명은 다음 두 주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쥬얼 로이드가 아직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WKBL에 적응할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조은주의 부상 이탈이 걱정스럽다. 큰 부상을 당한 조은주도 안타깝고, 조은주가 뛸 수 없는 KDB생명도 시즌 초반에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조은주는 포스트에서 미스 매치 때의 역할이 있고, 수비에서도 자기 역할을 해주던 선수다. 부상 당하기 전까지도 쏠쏠하게 자기 몫을 해줬다. 대체할 선수들이 있지만 조은주가 했던 것 만큼 충분한 역할을 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은주가 없는 만큼 구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KDB생명은 빅맨 유망주는 있지만 신장이 좋은 팀은 아니다. 존 디펜스를 주로 가져가며 활로를 찾지만 이 수비는 리바운드의 약점이 더 부각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재정비가 필요하다. 김영주 감독에게도 큰 시련이 될 것 같다.

 

김은혜 루키더바스켓 칼럼니스트, KBS N스포츠 해설위원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