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시즌 첫 경기에서 나란히 1승을 수확한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이 연승의 길목에서 마주했다. 엘리사 토마스의 트리플 더블을 앞세워 KEB하나은행을 제압한 삼성생명이 1년 만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선사한 신한은행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신한은행의 ‘빠른 농구’

지난 해 ‘색깔 없는 농구’의 오명을 쓰며 오로지 에이스 김단비의 컨디션 여부에 승패가 좌우되는 ‘단비은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신한은행이 새 시즌 개막전에서 화끈한 스피드를 자랑했다. 

중심에는 카일라 쏜튼이 있었다. 1쿼터에만 13점을 폭발시킨 쏜튼은 24점 12리바운드로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됐을 당시만 해도 기량에 비해 너무 빠른 선발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우리 팀에 가장 맞는 선수”라던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의 자신감이 개막전에서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신한은행과 맞서는 홈팀 삼성생명에는 엘리사 토마스가 버티고 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중 존쿠엘 존스에 이어 가장 안정적이고 위력적인 활약을 펼쳤던 토마스는 하나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풀타임에 가까운 38분 24초를 뛰며 트리플 더블(20점 16리바운드 10스틸)을 작성했다. 유일한 재계약 외국인 선수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는 활약이었다.

외국인 선수 맞대결, 토마스의 지배력은 어디까지?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에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여럿 포진하고 있지만 우선은 쏜튼과 토마스의 대결에 의해 분위기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신기성 감독은 쏜튼을 뽑을 당시 “재계약을 한 토마스가 최고의 기량이라고 가정을 할 때 토마스의 힘과 스피드에 상대할 수 있는 선수를 기준으로 했고 그래서 쏜튼을 선택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신 감독이 쏜튼을 토마스의 맞춤형 선수라고 판단하고 있기에 두 팀 간의 경기에서는 이들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예상된다.

토마스는 지난 해 쏜튼이 뛰었던 하나은행과의 맞대결 중 5경기에 나서 경기당 25분 27초를 뛰며 16.8점 10.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에 맞서 쏜튼은 삼성생명과의 7경기에 모두 출장해 평균 19분 46초를 뛰며 14.9점 9.6리바운드로 대응했다. 

출전 시간을 감안하면 두 선수의 맞대결 기록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쏜튼이 올 시즌 신한은행에서 새롭게 적응을 하는 중이고 토마스는 2년째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 초반에는 토마스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제 2옵션으로 나서는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신한은행)와 카일라 알렉산더(삼성생명)의 역할이 그것. 

삼성생명의 알렉산더는 하나은행과의 경기에 11분 36초를 뛰며 2점에 그쳤다.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뛰는 3쿼터를 전부 소화한 것을 제외하면 토마스에게 긴 휴식을 허락하지도 못했다. 193cm의 장신임에도 11분 동안 단 한 개의 리바운드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반면 신한은행의 그레이는 20분 14초를 뛰며 17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85cm의 신장으로 외국인 선수 빅맨으로 큰 키는 아니지만 뛰는 농구를 마다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즐기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알렉산더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삼성생명은 이 경기에서도 토마스에게 3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것이고, 쏜튼과 그레이를 모두 상대해야 한다. 파워를 앞세운 선수들의 대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토마스는 슛 거리가 짧다. 림에서 멀어질수록 결정력은 떨어진다. 대신 폭발적인 스피드와 파워를 무기로 골밑까지 탄력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웬만한 선수들은 토마스와 부딪히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는다. 

그러나 쏜튼과 그레이 역시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들. 게다가 올 시즌에는 WKBL의 판정이 몸싸움에 상당히 관대해 지면서 골밑에서 이들의 거친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토마스는 WKBL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모두 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두 번 모두 시즌 초반에 부상을 경험했다. 한 달 가까이 결장해야 하는 부상이었다. 또한 힘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펼쳤던 카리마 크리스마스(전 KDB생명)와의 맞대결에서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힘과 힘이 정면충돌하는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 토마스가 여전히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토마스가 이 대결에서 밀릴 경우 알렉산더로 맞서기에는 부담이 많다. 경기력 유지는 물론 자신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보다 더 큰 만큼 부상에도 각별히 조심해야하고 관리가 필요하다.

쏜튼과 김단비, 역할 구분의 완성도는?
신한은행은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제압하며 웃을 수 있었지만 쏜튼과 김단비의 역할이 정확하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신한은행이 쏜튼을 지명했을 때에도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이 많고,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김단비와 공존이 가능할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개막전에서 김단비는 4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총 10개의 야투를 시도해 2개를 성공했다. 전반은 무득점이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과의 7경기에서 평균 14.1점 7.1리바운드를 잡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대신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 신한은행은 쏜튼과 김단비가 함께 폭발할 수 있는 유기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김단비 역시 “플레이 스타일이나 동선에서 겹치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득점이 적었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만족스럽다”고 쏜튼과의 호흡을 평가했다.

쏜튼과 김단비가 함께 뛰어나가는 농구는 위력적이다. 그동안 WKBL에서 빠른 트렌지션을 가장 성공적으로 가져갔던 우리은행을 상대로 신한은행은 더 많은 속공 기회를 만들었다. 초반부터 신바람을 내며 상대를 제압하자 준비했던 모든 것이 술술 풀렸다. 백업 선수들의 적극적인 수비와 3점슛도 연달아 림을 갈랐다. 하지만 쏜튼과 김단비의 역할이 꼬이게 되면 다른 부분에서 활로를 찾는데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빅맨, 배혜윤 VS 곽주영
양 팀에는 대표팀의 인사이드를 책임지는 선수들이 나란히 버티고 있다. 배혜윤과 곽주영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 내내 치열하게 맞붙어야 할 선수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맞대결에서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7차례의 맞대결에서 배혜윤은 평균 9.0점 4.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곽주영은 8.7점 5.1리바운드로 맞섰다. 

이들은 시즌 첫 경기에서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배혜윤은 22분 가까이 뛰며 6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곽주영은 27분 44초 동안 무득점이었다. 

신한은행은 곽주영을 대신할 믿을 수 있는 국내 빅맨 백업 선수가 마땅치 않다. 삼성생명은 허윤자와 양인영이 있지만 이들 모두 부상에서 회복 중인 상태로 시즌 첫 경기에 결장했다. 따라서 배혜윤과 곽주영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조금 더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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