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WKBL 개막 첫 주말의 명암이 엇갈렸다. 

빠른 농구로 거듭난 신한은행은 ‘거함’ 우리은행을 물리쳤고, 높이의 위력을 앞세운 KB스타즈는 KDB생명을 제압했다. 삼성생명도 엘리사 토마스의 트리플더블을 앞세워 첫 승을 거뒀다.

개막 3경기에서는 4쿼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 경기는 없었다. 어느 정도 점수차가 벌어지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가 4쿼터 중반 이후 펼쳐졌다. 하지만 첫 경기를 놓친 세 팀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반등의 조건과 이유는 여전히 충분하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 약점은 어차피 예상했던 부분
통합 6연패에 도전하던 우리은행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전에서 패한 것은 가장 큰 이변이었다. 그만큼 우리은행을 응원하던 팬들에게는 충격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하고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차라리 일찌감치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나 다행일 수 있다.

선수 구성 면에서 예년보다 약점이 두드러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은행의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하지 못했던 비시즌 준비였다. 선수들의 부상이 반복해서 이어졌고 우리은행이 자랑하던 강력한 훈련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력 누수보다 위 감독이 우려했던 부분도 이 점이었다. 

주축으로 활약해야 할 선수 중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선수들이 있었고, 외국인 선수마저 부상으로 2명을 모두 교체했다. 

아이샤 서덜랜드는 팀에 합류한지 1주일도 안 되어 개막전을 치렀다. 결국 우리은행이 자랑했던 스피드와 체력이 상대에 미치지 못했고, 약점을 메우지 못 했다기보다 강점을 발휘하지 못해 졌다고 볼 수도 있다.

존쿠엘 존스와 양지희가 없는 높이의 약점은 나름대로 극복했다. 높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에서는 41-34로 앞섰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리바운드를 향해 달려드는 선수들의 투지는 예년과 다름없었다.

‘FA대어’ 김정은의 영입효과도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조직력을 다지는 훈련을 충분히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 시즌 개막 직전 위성우 감독은 초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가 궤도에 오르면 박혜진-임영희-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빅3’의 위력은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티아나 하킨스를 대체한 나탈리 어천와도 개막전에서 작년보다는 나은 몸 상태와 기량을 보여줬다. 

WKBL의 지난 5년을 지배한 우리은행이다. 초반의 험난한 행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기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안정감도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 KDB생명, 믿었던 로이드? 상성이 가장 나쁜 상대
KDB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는 스피드와 높이의 싸움으로 압축됐다. 193cm의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버티는 KB를 상대로 KDB생명은 스피드와 폭발적인 공격을 앞세워 반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쥬얼 로이드가 있었다.

WNBA에서도 인정받은 가드인 로이드는 높이의 단점이 있지만 공격력은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국내 지도자들도 ‘매 경기 30점을 득점할 수 있는 선수’라며 로이드를 경계했다. 

결과적으로 개막전은 실망스러웠다. 33분 31초를 뛰며 14점 4어시스트. 3점슛 9개를 포함해 26개의 슛을 던졌지만 5개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야투율이 19.2%였다. 

그러나 로이드가 기대 이하의 모습에 머물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김영주 KDB생명 감독은 “로이드가 첫 경기에 긴장을 많이 했다”며 자신의 기량을 곧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냈다. 

WNBA에서의 활약 역시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해준다. 올해 시애틀 스톰에서 34경기에 평균 31.1분을 뛰며 경기당 17.7점을 득점한 로이드의 WNBA 통산 3점슛 성공률은 32.5%, 필드골 야투율은 42.6%다. 한 경기로 평가 절하할 수준이 아니다.

다른 팀 관계자들의 의견도 마찬가지. 이들은 “193cm의 장신이 둘이나 버티고 있는 KB를 상대로 로이드가 특유의 돌파를 이용해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 첫 경기에 만난 상대가 하필 상성이 가장 안 맞는 팀이었다는 분석이다.

로이드도 팀에 합류한 지 두 주 밖에 되지 않는다. 조직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풀기에 쉽지 않은 상대와 하필 첫 경기에 상대를 했던 것.

KDB생명은 로이드 외에 기존 선수들도 대부분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KDB생명은 이경은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항상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 전형적인 슬로우스타터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구슬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올해 김영주 감독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구슬은 이날 21분 14초를 뛰며 12점을 득점했다. 상대의 장신숲을 뚫고 재치있는 득점을 성공했고, 4쿼터에는 연속 득점을 올리며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도 했다. 

비시즌에 재활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만큼 시즌에 들어서도 1라운드 정도 지나야 자기 컨디션을 회복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초반을 외국인 선수와 구슬을 중심으로 잘 버텨내면 충분히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KDB생명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KEB하나은행, 패기로 극복하지 못한 큰 경기의 덫
하나은행은 WKBL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낮다. 팀 전체가 어리고 베테랑 3인방 역시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경험이 많은 편이라 할 수 없다. 분위기를 타면 활화산처럼 타오르지만 한번 가라앉으면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큰 경기에 대한 낯가림도 극복해야 하는 숙제다.

개막전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그대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가장 결정적인 패인은 턴오버와 야투 불발. 먼저 드러난 문제는 야투였다.

하나은행은 1쿼터 18개의 슛 중 단 5개만 성공했다. 넣을 수 있는 쉬운 득점 기회를 놓치며 당황한 선수들은 턴오버를 범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슛 감각이 좋지 않았던 상대에게 속공 득점을 5번이나 허용했다.

이날 하나은행의 야투율은 39.7%. 3점슛은 23개를 던져 4개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물론 승리한 삼성생명의 야투율은 그보다 더 낮은 37.0%였다. 하지만 이는 17점차로 벌어진 이후였던 4쿼터에 상쇄된 수치. 3쿼터까지의 야투율은 하나은행(36.5%)이 삼성생명(41.1%)보다 낮았다. 

하나은행은 이날 자유투조차도 버거웠다. 3쿼터까지 10개의 자유투 중 3개만을 성공했다. 그나마 4쿼터 분전(?)으로 자유투 성공률은 50%를 채웠다.

하나은행이 특별히 야투가 약한 팀은 아니다. 비시즌 동안 슛 연습이 적었던 것도 아니다. 이환우 하나은행 감독의 말 대로 “발동이 늦게 걸렸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개막전에 대한 낯가림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해 보인다.

외국인 선수 제 1옵션인 이사벨 해리슨은 18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4개의 턴오버와 함께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개막 직전 바이러스성 포진으로 3일 이상 운동을 갑자기 쉬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후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6개 구단 중 리바운드가 가장 약했다. 35경기 평균 35.7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총 리바운드 1300개가 되지 않는 유일한 팀이었다. 이환우 감독은 “리바운드는 신장으로만 잡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높이의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5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WKBL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신세계 시절이던 2002겨울리그에 5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하나은행으로 재창단을 한 후에는 한 경기 43리바운드를 잡은 것이 최다였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하나은행은 3명의 선수가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삼성생명보다 22개나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 같은 투지와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고질적인 약점 하나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야투는 결국 평균치에 수렴한다고 볼 때, 하나은행이 꾸준히 리바운드에서 경쟁력을 보인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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