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기자] 슛이냐, 패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27, 206cm)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다. 그는 3일(한국시간) 유타 재즈와의 원정 경기 마지막 순간 슛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유타는 3쿼터 종료 4분 15초 전, 데빈 해리스가 3점슛을 성공시키며 74-56, 무려 18점차로 달아났다. 악명 높은 유타의 홈 구장에서 이 점수를 뒤집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마이애미의 맹추격이 시작되었다. 드웨인 웨이드와 제임스는 10점을 합작하며 추격전을 벌였다. 결국 히트는 제임스가 조엘 앤쏘니의 덩크를 어시스트하며 78-71까지 따라붙은 채 3쿼터를 마쳤다.

4쿼터는 그야말로 '르브론 쇼'였다. 제임스는 본인이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 보여줬다. 그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연속 네 개의 야투를 몰아넣었다. 유타의 수비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신들린 슛 감각이었다.

마이애미는 제임스의 패스를 받은 웨이드의 슬램덩크로 기세를 올렸다. 제임스는 연속 두 골을 성공시켜 기어이 88-88, 동점을 만들었다.

제임스의 폭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 종료 1분 7초 전, 3점슛을 터뜨린데 이어 26.1초를 남기고 믿기지 않는 페이드어웨이 슛을 작렬시켰다. 마이애미는 97-94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유타는 끈질겼다. 알 제퍼슨의 팁인 득점에 이어 해리스가 바스켓 카운트를 작렬, 종료 4.5초를 남기고 99-98로 재역전했다.

히트는 작전 시간을 요청 후 공격을 재개했다. 모든 팬들의 관심은 제임스에게 집중되었다. 4쿼터에만 17점을 맹폭하며 슛 감각이 절정에 달해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팬들은 제임스가 클러치 타임을 해결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제임스는 본인에게 달라붙은 더블-팀을 이용, 옆에서 오픈 찬스를 맞은 유도니스 하슬렘에게 바운드 패스를 찔렀다. 작전은 완벽했다. 하지만 하슬렘은 점프슛을 놓쳤고 경기는 그대로 유타가 가져갔다.

이날 경기 해설위원은 "제임스가 다시 한 번 패스를 선택했다"며 탄식했다. 제임스는 그간 승부처에서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왔다.

지난 2012 올스타전 최후의 순간 역시 제임스는 웨이드에게 패스를 건네다 실책을 범해 동부 컨퍼런스의 패배를 지켜봤다. 그런데 이날 재즈와의 경기 마지막 순간 역시 그의 패스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팬들과 현지 전문가들은 제임스의 클러치 타임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에이스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논조다.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래왔듯 말이다.

하지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 제임스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제임스는 기본적으로 성향이 다른 선수다. 예전에 한 레전드는 "르브론은 조던보다는 매직 존슨에 가까운 타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임스는 동료들의 기회를 봐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고교 시절을 담은 다큐멘터리 『모어 댄 어 게임(More Than A Game)』을 보면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그는 동료 모두와 함께 승리하고 싶어하고 또 그런 것을 즐긴다.

제임스는 이날 35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38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하며 한 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아 1977-78시즌 이후 최초의 기록을 썼다.

그만큼 제임스는 이틀 연속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비판받고 있다. 47분 55초 동안 완벽했지만 최후의 5초에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제임스가 짊어져야 할 에이스의 숙명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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