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우리은행 나윤정에게 지난 시즌은 특별했다.

나윤정은 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우리은행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신인 선수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 위성우 감독이지만, 나윤정에게는 달랐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1월 26일 삼성생명과의 경기 4쿼터 종료 5분 37초 전 기다리던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3점슛 한 개 포함 5점을 넣었다.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기회가 계속 주어졌다. 경기 초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어린 선수 답지않게 과감하고 주저함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 한다"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6경기에서 평균 5분 41초 동안 2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나윤정의 프로 첫 시즌을 함께 돌아봤다.

Q. 나윤정 선수에게 지난 시즌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우리은행은 주전 언니들의 실력이 좋아요. 그래서 그동안 어린 선수들의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특히 신인 선수한테는 더욱 그랬고요. 지난해 저는 감독님으로부터 엄청난 기회를 받았어요. 우선 그 부분에 만족합니다.

Q. 하지만 1월에 발목을 다쳤어요. 공교롭게도 그 이후에는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어요.
A. 저도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매우 안타까워요. 다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많이 뛸 수 있었을텐데...

Q. 데뷔전을 치른 날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A. 당시 청소년 대표팀 소집을 마친 뒤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주전 언니들의 실력이 워낙 탄탄한 우리은행이니까 이번 시즌에 데뷔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합숙도 처음이어서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그냥 언니들이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다른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갑자기 몸을 풀라고 지시를 하시는 거예요. 또 들어갈 때는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슛만 던져”라고 하셨어요.

Q. 떨리지는 않았나요?
A. 사실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었거든요. 감독님 지시대로 ‘슛을 한 개라도 던지자’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아무것도 못하느니 차라리 턴오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근데 마침 부모님과 은사님이 제 경기를 보러 오셨거든요. 감독님 덕분에 부모님 앞에서 데뷔 무대를 치를 수 있었어요. 

Q. 우리은행 훈련이 힘들잖아요. 처음에 우리은행에 지명됐을 때는 어땠나요?
A. 전 정말 좋았어요. 사실 당시에는 우리은행에 간다는 것보다 드래프트 순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번째에 프로팀 유니폼을 입게 된 거잖아요. 그동안 노력했던 것이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냥 기분이 좋았어요. 물론 당일에는 3순위로 가게 돼서 축하한다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어요. 오히려 위로의 말을 더 많이 들었어요. 훈련 힘든데 어떡하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웃음)

Q. 나윤정 선수의 장점은 슛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입단 당시 위성우 감독님도 슛에 대해 칭찬을 했고요.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A. 네. 제 장점은 슛이에요. 이번 비시즌을 통해 슛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돈을 받고 뛰는 프로 선수니까 슛이 더욱 정확해야 해요. 밥값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저한테 주는 연봉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활약하고 싶어요.

Q. 반면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있어요. 본인 생각은 어때요?
A.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면 고교 때까지는 수비의 중요성을 잘 몰랐어요. 같은 팀에 (박)지수(KB스타즈)가 있으니까 뚫려도 누군가가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지금도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지적받아요. (박)혜진 언니처럼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올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A. 지난 시즌에는 팀 전술을 많이 몰랐어요. 거의 백지상태였죠. 그게 지금과 다른 점인 것 같아요. 그동안 프로에 와서 보고 배운 것이 있어요. 만약 제가 이번 시즌에도 1군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전인 언니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뛰는 거잖아요. 적어도 수비에서 구멍 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요. 

Q. 목표가 있나요?
A. 지난 시즌보다 1군 경기를 더 많이 뛰는 것이에요. 작년에 1군 경기를 뛸 때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왔고, 마침내 그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작년에는 그런 1군 경기를 뛰는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걸 올해에도 꼭 느끼고 싶어요. 그리고 절대 다치지 않고, 더 많이 배우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Q. 신인상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A.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니까 당연히 받고 싶죠.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요. 신인상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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