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아산, 박진호 기자] 삼성생명의 박하나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우리은행 사냥’에 마침표를 찍었다.

첫 경기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40분 풀타임을 뛰면서 12득점(6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지난해 3점슛 여왕이었던 자신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3점슛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야투 적중률도 떨어졌다. 3점슛 2개 포함 총 14개의 야투 중 4개만을 성공(28.6%)시켰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며 팀 승리를 완성했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을 64-58로 꺾었다.

박하나는 “동생들이 오늘 경기를 너무 잘 싸웠다. 경기 내내 보여준 게 없어서 그대로 끝나면 동생들에게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 승리로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하나는 승리는 기쁘지만 개인적인 활약이 부족했다는 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격적으로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 박하나는 대회 첫날이었던 16일, 일본 준우승팀 도요타자동차 앤틸로프스와의 경기에서 18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5스틸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팀은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63-67) 상대팀의 주전가드였던 ‘일본 여자농구의 슈퍼스타’ 오가 유코(도요타)는 박하나의 점프슛이 “마치 코비 브라이언트와 마이클 조던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극찬을 했다.

박하나는 “정말 과분한 칭찬이다. 무안할 정도다. 게다가 오늘 경기에서 너무 못했다. 인터넷에 ‘박난사’라고 악플이 넘쳐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야투율이 떨어졌다. 1쿼터에 4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1개만 성공했다. 박하나는 “우리은행과의 경기라서, 혹은 매치업 상대가 (박)혜진이라서 그랬던 건 아니다. 초반부터 슛감이 떨어졌다. 그리고 (강)계리를 비롯해 동생들이 잘해줬고 (김)한별 언니가 많은 득점을 넣어줬다. 그래서 무리하게 공격을 하기보다는 수비에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공격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통합 MVP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의 박혜진 역시 박하나의 수비에 막혀 10점(6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을 득점하는 데 그쳤다. 야투율은 25%였고, 득점의 절반을 자유투로 기록했다. 반면 턴오버는 6개나 기록했다.

박하나는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이 겁이 없다. 앞에서 뚫려도 (김)민정이나 (윤)예빈이가 자신있게 달려 나오니까 우리은행이 상대적으로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19개의 턴오버를 기록했고, 팀의 주축인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 이중 16개를 범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고 3쿼터 한때 20점차(41-21)까지 앞섰다. 그러나 김한별이 3쿼터 종료 1분 14초를 남기고 U파울을 범했다. 3쿼터 초반 이미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던 김한별은 이 파울로 퇴장을 당했다. 

이때까지 19점 1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김한별이 퇴장을 당하며 삼성생명의 리드에도 위기가 왔다. 배혜윤, 허윤자, 양인영, 최희진 등 장신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삼성생명으로서는 공수에서 높이와 힘의 열세를 절감하게 된 것. 그러나 박하나는 이때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그는 “한별 언니가 코트에 들어올 수 없는 건 큰 손실이지만 10점 이상 리드하고 있었고, 워낙 어린 선수들이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습한대로 손발을 잘 맞추면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막판까지 우리은행의 반격에 시달리던 삼성생명은 종료 1분 20초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62-54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강계리의 슛이 빗나갔지만 박혜진이 거의 다 잡았던 리바운드를 박하나가 쳐냈고 이를 강계리가 다시 잡았다. 박하나는 이 공격권을 이용해 골밑을 노렸고 김정은의 파울을 유도해냈다. 

김정은도 5반칙 퇴장. 박하나는 침착히 2개의 자유투를 성공했고, 점수가 10점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박하나는 자유투를 얻어낸 공격보다 리바운드를 뺏어온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박하나는 “그 공을 너무 잡고 싶었다. 혜진이는 다른 장점도 많지만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능력도 좋다. (임근배) 감독님은 혜진이가 우리나라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가장 잘 잡는 선수라고 칭찬하신다. 친구지만 혜진이의 그런 점은 배우고 싶고, 항상 주시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 앞에 혜진이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떻게라도 공을 건드려서 뺏어오고 싶었고, 그렇게 떨어진 공을 다행히 계리가 잡아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결과로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에게 오랜만에 승리를 거두게 됐다. 삼성생명은 1군간의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던 2015-16시즌 7라운드 이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7전 전패. 챔피언결정전까지 10경기를 내리 패했다.

박하나 역시 이런 부분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승리가 지난 시즌의 악몽을 끊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하나는 “비록 정규리그는 아니었지만 우리은행을 이긴 만큼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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