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속초, 최기창 기자] 삼성생명 주전 포인트 가드는 누구 몫이 될까?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21일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경기에서 80-73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삼성생명의 포인트가드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임삼성생명은 그동안 2015-2016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택한 이미선 코치의 후계자를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시즌 경쟁에서는 강계리가 한발 앞섰다. 그는 31경기에 출장해 평균 15분 30초를 소화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주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출전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가드는 김한별의 몫이었다.

게다가 강계리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소집돼 이번 박신자컵에 출장하지 못한다. 결국 임근배 감독은 무한 경쟁을 다시 예고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다양한 선수를 시험할 생각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윤예빈이다. 온양여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16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입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수술과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심지어 재수술을 거치기도 했다. 

겨우 지난 시즌 막바지가 되어서야 경기에 출장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19일 KEB하나은행과의 퓨처스리그에서 6분 13초를 소화한 뒤 2017년 2월 24일 신한은행전에서 마침내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선발로 이날 경기를 소화한 윤예빈은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스틸을 기록했고, 곧바로 페인트 존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미드레인지 점퍼를 통해 득점했다. 그는 이날 34분 27초 동안 12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을 올렸다. 

물론 몸 상태는 아직도 온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윤예빈의 의지는 대단하다. 이번 비시즌 훈련을 치르는 동안 약 6kg을 감량했을 정도. 

임근배 감독은 “훈련 소화는 다 하고 있다. 하지만 몸 상태는 70% 정도“라고 전했다. 윤예빈은 ”일부러 뺀 것은 결코 아니다. 훈련을 열심히 했더니 자연스럽게 빠졌다“고 했다. 이어 ”부담감은 없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주연 역시 후보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이주연은 지난 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생명 선수가 됐다. 당시 전체 1순위가 박지수(KB)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순번이다. 

그는 이미 지난 시즌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뷔전이었던 2016년 11월 23일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18분 15초 동안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활약이었다. 

이주연은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7 FIBA U19 여자농구 월드컵에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7경기에 나선 그는 평균 29분 동안 12.3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세계무대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예빈과 마찬가지로 선발 출장한 그는 19분 43초 동안 6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이날 그는 그동안 지적을 받았던 수비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민지도 역시 도전장을 냈다. 그는 세 선수 중 가장 1군 경험이 많다. 하지만 이민지의 농구 인생은 우여곡절이 있다. 

2016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신한은행 선수가 됐다. 당시 동갑인 신지현(KEB하나은행), 김시온(KDB생명) 등이 팀에서 이미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었다.

프로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에 20경기에 나와 평균 14분 38초를 소화했던 그는 이후 팔꿈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 시즌 단행된 3대3 트레이트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부상’과 ‘트레이드’라는 어려움을 겪은 이민지는 이날도 선발이 아닌 교체로 코트에 들어섰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안정된 리딩과 돌파를 선보였다. 비록 한 경기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벗이 잘됨을 기뻐한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소집된 강계리를 포함해 4명의 선수는 분명히 서로 자극제다. 

윤예빈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팀인 만큼 언니들과 동생을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근배 감독은 “다들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훈련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네 명의 선수가 경쟁을 통해 성장했으면 한다. 박신자 컵에서는 그동안 배웠던 것을 점검하고, 자신감을 길렀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삼성생명의 미래를 책임질 네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