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 줄까요?”

지난 13일 반포한강시민공원 예빛섬에서 진행된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을 앞두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근심이 많았다. 

여자농구를 알리고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자리로 준비가 되었지만 오히려 무관심이 걱정이었다. 또한 3X3 농구에서는 일반 농구 경기보다 박진감과 화려한 기술을 더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여자농구가 남자농구만큼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WKBL은 새롭게 기획한 이번 행사를 밀어붙였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간절함이었다. 비시즌동안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팬들에게는 여자농구 소식을 알리고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주고자했다.

그렇게 진행된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은 일요일 밤을 음악과 농구의 열기로 물들이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강 반포지구에 위치한 세빛섬 측은 예빛섬 앞에 조성된 스탠드에 100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이 펼쳐진 스탠드는 행사 시간 내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군데군데 빈자리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중들은 늘어났다.

관중들의 구성도 각양각색.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온 농구팬도 있었고 한강 공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행사를 관전한 이들도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중 잠시 발을 멈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 중에 자리를 뜨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존의 농구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여자농구를 알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하늘도 도왔다. 야외에서 열리는 만큼 날씨가 큰 변수였다. 무더위와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는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선선한 강바람이 불었던 일요일 저녁의 예빛섬은 사람들이 쾌적하게 행사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000명의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농구협회가 개최하고 있는 국제대회인 ‘2017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도 한 번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있는 관중밖에 찾지 않음을 감안하자면 처음 열린 WKBL의 무모한 도전(?)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 행사장을 찾아 선배들의 3X3 경기 모습을 지켜본 중고등학교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

사실 3X3 농구는 선수들에게도 낯선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해왔던 농구와 다른 공격제한시간과 득점 계산법은 물론 리바운드 및 스틸을 했을 때의 플레이 역시 어색했다. 대회를 앞두고 규칙을 숙지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지만 실수도 나왔다. 스틸을 한 후 바로 림을 노렸다가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규칙 외에도 어색함이 있었다. 평생 코트 안에서만 농구를 했던 선수들은 열린 공간의 광활함에 당황하기도 했다. 백보드 뒤로 보이던 관중석과 코트 벽이 없으니 백보드와 림이 더욱 멀게 느껴진다는 말도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존의 농구와 다른 호흡으로 인해 10분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생각보다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낯설음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경기를 즐겼다.

부상 재활로 인해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 경기는 뛰지 않았던 김단비(신한은행)는 “뛸 수 없는 상태라서 사실 경기 전에는 큰 의욕이 없었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박진감이 있었고, 나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당황했다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에 참가 선수들은 물론 관계자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행사장을 찾았던 팬들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

가까이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었고 비교적 쉽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자농구와 선수들을 알리는 데 성공적인 행사였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된 행사는 첫 걸음 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로 마무리됐다. 현장을 찾은 농구 관계자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진행했던 농구 관련 이벤트 중 가장 재미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관중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이벤트나 주차 문제와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다소 미흡했던 부분은 앞으로 채워 가면 된다. 행사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다음부터는 좀 더 많은 볼거리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화와 시도 없는 발전은 없다. 팬들은 성과에 대한 기대도 높지만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하고 변화하는 모습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팬들과의 거리를 한 발 더 좁히고 새로운 농구팬을 흡수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WKBL의 이번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은 그래서 긍정적이었고 희망적이었다.

또한 행사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던 관중들의 모습은 "농구 인기 회복은 선수들의 실력향상밖에 방법이 없다"며 수수방관하던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WKBL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이 한 여름 밤의 농구 축제로 자리를 잡아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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