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일본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제 그 결실이 조금씩 보이는 단계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는 명제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루키 더 바스켓>은 이번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에 관련한 대표팀의 준비 과정과 지원 등에 관한 후속 기사를 쓰면서 그 마지막으로 일본 현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본지에서 대담 상대자로 정한 다케다 요코 기자는 <루키 더 바스켓>의 일본 측 파트너로 그간 월간지 기사를 통해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농구를 좋아하는 지한파 기자 중 한 명으로 허재, 강동희 등이 뛰던 시절부터 농구 취재를 시작해 지금도 1년에 한두차례는 한국을 찾아 KBL과 WKBL을 취재하는 가 하면 여러 국제대회에도 현장을 찾아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는 베테랑 기자다.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이 열린 인도 벵갈루루도 직접 찾아가 한국의 부진과 일본의 3년 연속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돈이 없다는 이유 매번 같아

<루키 더 바스켓> :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얼마 전에는 대회 취재차 인도에 다녀오신 것으로 압니다.

다케다 요코(이하 요코) 기자 : 네, 잘 지냈지요? 말씀하신 대로 얼마 전까지 인도에서 취재를 마치고 일본에 귀국했습니다. 

<루키 더 바스켓> :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최근 한국농구는 일본농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입니다. 여자농구의 경우 성인대표팀은 물론이고 19세 이하 대표팀도 일본에 지는 현실입니다. 이상백배 대회 역시 올해 열린 대회에서 남녀팀 모두 3전 전패를 당했고요. 이런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요코 기자 : 어제 일본에서 TV로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를 봤는데 이렇게 경기력이 약화된 한국 대표팀의 모습을 본 게 거의 처음입니다. 확실히 예전과 비교해서는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의 농구팬들에게 죄송하지만 여자농구는 역전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일본여자농구는 3연속 아시아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요코 기자님이 보시기에 일본여자농구대표팀 강해진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요코 기자 : 저는 아래 세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1. FIBA로부터 제재 이후 도쿄 올림픽을 향한 강화 의지
2. 중고등학교 부 활동으로 인한 두터운 선수층
3. 충분한 해외 전지훈련

이 세 가지인데요. 우선 과거 일본이 FIBA로부터 1국가 2리그라는 사실 때문에 국제 교류 금지 제재를 받은 적이 있지요. 물론 B리그가 출범하면서 제재가 풀리긴 했지만 풀리는 조건 중 하나가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였습니다. 여기에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경기력 강화는 필요가 아닌 필수 조건이 됐습니다. 일본의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고 농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아시겠지만 일본은 학생 시절 부 활동으로 인해 모든 학교에 농구부가 있습니다. 넓고 두터운 인력 풀 안에서 재능 있고 유망한 선수가 나올 수가 있는 거지요. 마지막으로는 대표팀의 충분한 해외 원정을 통한 적응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장이 좋고 힘이 넘치는 세계의 선수들과 여러 차례 부딪치면서 일본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한국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 좋을 텐데 항상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코 기자 :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언제나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일본농구협회(JBA)도 앉아 있는데 저절로 돈이 굴러오는 게 아닙니다. 일본의 각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영업력을 발휘해 스폰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올림픽 개최라는 프리미엄이 있어서 스폰서를 구하기 좋은 환경인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JBA가 마케팅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루키 더 바스켓> : 일본의 대표팀 유니폼을 보면 스폰서 기업들의 이름도 많이 박혀 있더군요. 어느 정도의 후원을 받고 있는지요?

요코 기자 :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스폰서 계약이나 연봉 계약 때 금액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액수가 얼마인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현재 여자대표팀은 올해부터 후지쯔와 미츠이 부동산, 남자대표팀은 소프트뱅크와 Sportsnavi가 메인 스폰서입니다. 후지쯔는 여자농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B리그의 메인 스폰서이고 스포나비 역시 소프트뱅크 그룹의 계열사로 B리그 영상을 독점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그 관계로 계약이 매끄럽게 이뤄진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츠이 부동산은 농구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데도 후원사로 가입을 했습니다. 

많은 수의 지원스태프? ID 카드 발급 여부와 상관없다 

<루키 더 바스켓> : 그럼 대회 준비 과정을 좀 짚어보죠. 한국은 진천선수촌에서 모든 대표 선수들이 모여 훈련을 합니다. 농구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훈련을 할 수 있는 실내 코트가 1면 밖에 없기 때문에 남녀 대표팀의 일정이 겹치면 원활한 훈련이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도 1주씩 외부로 나가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요코 기자 : 일본에는 아지노모토 내셔널트레이닝 센터라는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습니다. 성인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일본의 대표팀이라면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죠. 일정 조절은 JBA에서 합니다. 그리고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훈련이 겹치는 경우에는 상황에 맞춰 다른 체육관을 빌려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한국과 다르게 일본 대표팀은 한번에 10일 정도로 4~5차례 소집 훈련을 합니다. 그 외에 해외 전지훈련도 가고요. 그런 일정은 모두 감독이 정하는 건가요?

요코 기자 : 소집을 몇 차례 하느냐 같은 일정은 JBA 강화부와 감독이 협의를 통해 정합니다. 훈련 방법 역시 강화부와의 협의를 거치지만 거의 감독이 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여러 차례 모이는 것 때문에 불만을 갖는 팀이나 선수가 혹시 있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요코 기자 : 불만을 보이는 팀도 선수도 없습니다. 일본은 많은 시간을 들여서 훈련을 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든 모이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선수도 없고 만약 그런 생각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국가대표에서 제명되죠. 각 팀의 협조 역시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IBA에서 받은 제재에 따른 개선 과제 중 하나가 국가대표의 경기력 강화였기 때문에 각 팀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도쿄 올림픽이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일본의 대표팀을 보면 선수단을 지원하는 지원스태프의 수가 많은 것이 언제나 부러웠습니다. 경기마다 벤치에 앉는 인원과 발급되는 ID 카드의 수도 한정이 돼 있을 텐데 일본의 경우는 이들 모두가 다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인가요? 한국은 이번에 매니저 1명, 트레이너 2명, 전력분석원 1명이 전부였습니다만.

요코 기자 : 아닙니다. 국제대회에서 벤치에 앉을 수 있는 사람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ID카드 수 역시 어떤 국가든 같게 정해졌기 때문에 일본의 스태프 전원이 벤치에 앉을 수는 없습니다. 일본만이 특별대우는 받지는 않죠.

하지만 ID 카드의 수와 관계없이 대표팀에 필요한 업무가 많기 때문에 많은 지원스태프를 선발합니다. 대표팀 업무는 변수가 많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이 정도 인원은 있어야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전념할 수 있죠. 스태프가 하는 일이 경기장 내에서만 국한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ID 카드를 받든 못 받든 현지에서는 대표팀 스태프로서 똑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다만 ID카드를 받지 못한 스태프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게 다릅니다. 대략 매니저 2명, 전력분석 1명, 트레이너 1명은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게 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이번 대표팀 명단을 보니 ‘퍼포먼스 코치’라는 새로운 직함이 있더군요. 코칭스태프와는 별개로 지원스태프에 들어가 있던데 어떤 일을 하는 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코 기자 : 한 마디로 트레이너와 트레이닝 코치를 합친 존재라고 보면 됩니다. 몸이 아픈 곳을 치료하는 운동과 몸을 보정하는 운동, 근력업 훈련 등을 가르치고 선수의 성능이 오르도록 지도하는 코치입니다. 일본은 해외 유학이 활발해 NCAA와 NBA에서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코치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본에 돌아와 퍼포먼스 코치를 하는 것이지요. 선수 관리를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기존의 트레이너들 외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이군요.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팀 닥터까지 현지에 파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팀 닥터는 외부 인원을 채용하던데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은 없는지요?

요코 기자 : 부담이 되더라도 팀 닥터는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은 데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올해 대회가 열린 인도나 이집트 같은 곳은 위생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서 더욱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대표선수들이 행여나 다치기라도 하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니까요. 

사이즈가 안 맞아 교환이 안 된다? 이해할 수 없어

<루키 더 바스켓> : 인도에서 열린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대회 준비 중에 저희 쪽 취재에 따르면 대표선수들에게 지급된 옷 사이즈가 맞지 않아 선수들끼리 교환해 입거나 접어 입는 사태까지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요. 일본은 어떻습니까? 혹시나 그런 일이 있나요?

요코 기자 : 한국 대표팀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는군요. 일본은 그럴 일이 없습니다. 일본은 여자대표팀은 아식스, 남자는 언더아머와 용품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아식스는 올해 4월 1일 재계약을 맺어 2021년 3월 31일까지 4년간 여자대표팀을 후원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언더아머 역시 도쿄 올림픽까지 남자팀을 후원하죠.

남녀 대표팀 소집 첫 날에 아식스와 언더아머 직원이 직접 아지노모토까지 와서 물품을 지급합니다. 많은 물건을 여러 박스로 가져오고 직원들도 많이 옵니다. 사이즈를 미리 확인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현장에서 바로 치수를 재고 가져온 물품 중에서 곧바로 지급을 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사이즈가 맞지 않더라도 직원을 동원해서 곧바로 교환을 해줍니다. 대표팀에 관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죠.  

<루키 더 바스켓> : 한국의 경우는 대표팀이 국제대회를 나가도 협회 직원이 따라가 지원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일본은 어떤가요?

요코 기자 : JBA는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직원을 파견해 대표팀을 지원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죠. 물론 사정상 가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이번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에는 직원이 따라가지 못했는데 일본 국내에 남자대표팀의 평가전과 인터하이(전일본고교선수권대회), 또 해외에서 19세 이하 여자청소년대표팀 경기가 있는 등 이것저것 챙길 게 많아서 바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직원들이 따라가 팀을 지원하고 또 홍보 직원이 현지에서 경기 소식을 사진과 기사로 JBA 홈페이지를 통해 전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현지 체육관 사정 때문에 처음 2일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땠습니까?

요코 기자 : 일본도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체육관 사정 때문에 가벼운 훈련을 했다고 들었죠. 국제대회에서 현지 사정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조사해서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죠. 과거 이런 경우에 일본은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회로부터 협력을 받아 일본인 학교나 기업 시설의 체육관을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인도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이밖에 한국 대표팀에 관해 더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지요.

요코 기자 : 이건 어디까지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한국은 대회 현지에 입국하는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생각됩니다. 여자농구 인도, U19 여자청소년대표팀의 이집트, 그리고 남자농구의 레바논까지 모두 대회 직전에 현지에 도착해 경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는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컨디션이 떨어지고, 첫 경기에 100%의 경기력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일본은 대회 2~3일전에 현지에 도착하든지, 아니면 시차가 비슷한 다른 국가에서 경기를 통해 시차 적응을 한 뒤에 현지에 입국합니다. KBA가 한번쯤은 고민해볼만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루키 더 바스켓> :  이번 대담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요코 기자 : 좋은 기획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pilogue

<루키 더 바스켓>이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이후 대표팀의 준비 과정과 협회의 지원 등을 정리해 보도한 이유는 협회의 무책임한 대표팀 운영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었음에도 변화가 없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대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남녀 모두 매니저와 트레이너를 현지에 파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 더욱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훈련과 아시아 퍼시픽 대회까지는 선수단과 같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대회에 파견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우리 대학대표선수들은 현지에서 부상을 절대 당하지 말아야 하고 당해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혼자서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얘기다.

농구인에 지도자 시절 명감독으로 불렸던 협회 수장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더 아이러니하다. 만약 방열 회장 본인이 감독으로 나가는 데 매니저와 트레이너 없이 대회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나라를 위한 사명감만으로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농구협회의 수뇌부는 협회의 고위 임원 이전에 농구인 선배들이다. 후배 지도자들이 꽃길을 걷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가시밭길을 걷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게 그들의 의무다. 

사진 = 박상혁 기자, 미츠이 부동산 홈페이지 캡처, K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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