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오리온이 1라운드에 지명한 외국인 선수 더스틴 호그(192cm)의 한국행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팀의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시즌 이후 오리온의 선수층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대신해주던 포인트포워드 김동욱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서울 삼성 썬더스로 이적했고, 뒷선을 지켜주던 이승현이 상무에 입대했다. 장재석도 공익근무요원으로 전력 외 선수가 됐다.

특히 김동욱과 이승현은 오리온이 구축한 포워드 농구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들이다. 

오리온에는 무게감 있는 포인트가드가 없었지만, 리딩 능력을 갖춘 김동욱이 있어 포인트가드의 부재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 스트레치형 빅맨으로 외국인 선수까지 수비해주던 이승현이 있어, 정통 센터형 외인이 아닌 스코어러형 애런 헤인즈와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빠져 팀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각각 주로 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호그와 버논 맥클린(202.7cm)을 뽑은 것도 그 이유다.

특히 호그는 2016-2017시즌 이탈리아리그에서 평균 10.7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도 인사이드 수비가 돼 가치가 상승했다. 오리온이 호그를 지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약해진 인사이드와 달리, 외곽에는 허일영과 최진수 등 경쟁력 있는 자원들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호그의 한국행이 불발돼 추일승 감독은 그리던 전체 틀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호그 측 에이전트 변호사는 며칠 전 오리온에게 ‘(더스틴 호그가) 개인적인 사유로 한국에 갈 수 없다. 그에 따른 위약금은 주겠다’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이에 앞서 유로바스켓 사이트에는 호그의 2017-2018 소속팀이 터키리그 피나 카르시야카라고 나와 있었고, 해당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호그와 2년간 계약을 체결했다는 오피셜도 공개했다.

당장 대체선수를 구해야 하지만, 교체선수 풀을 최근 3년간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로 해야 할지 아니면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로 한정해야 할지에 관한 KBL의 유권 해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단신 선수 풀도 넓지 않다. 당장 오리온이 원하는 언더사이즈 빅맨을 교체 선수로 지정할 경우, 타 구단과 경합해야 할 상황이 생길 지도 모를 일이다.

추일승 감독은 “에이전트로부터 선수의 계약이 끝났다는 통보만 받고 있다. (버논) 맥클린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당초 호그-맥클린 체재로 인사이드를 구축하고, 허일영과 최진수가 중심을 잡는 방향으로 새 시즌을 구상했다. 최진수는 붙박이 스몰포워드로 기용할 계획이었으나, 호그의 합류가 불발돼 최진수를 상황에 따라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겸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시즌 신인 장문호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몰포워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체중을 빼게 했으나, 당장 팀에 빅맨이 마땅치 않아 파워포워드를 보게 하는 등 보직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새 시즌 출발선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오리온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