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국가대표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한 국가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하는 만큼 최고의 지원과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일본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 소집 시 연습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양말 등 기본적인 물품 지급은 물론 최신식 시설인 아지노모토 내셔널트레이닝 센터에서의 훈련, 그리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한 지원스태프를 구성해 대표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팀 소집 후 진천선수촌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두드러지는 지원을 찾기 힘들다. 연습 때 입어야 할 트레이닝복과 물품도 언제나 3~4주가 지나야 받을 수 있고 선수단 살림살이를 도맡는 매니저도 단 한 명밖에 뽑지 않아 트레이너나 코치까지 자질구레한 일에 동원돼야 한다.

차고 넘치는 日 지원스태프, 팀 닥터는 필요 아닌 필수

일본여자대표팀은 이번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앞두고 약 11명의 스태프진을 구성했다. 코칭스태프는 톰 호바스 감독을 위시해 온즈카 토루와 치바나 다케히코 등 두 명의 코치로 구성됐고, 지원스태프의 경우는 트레이너가 2, 매니저 3, 비디오 분석 1, 퍼포먼스 코치 1, 팀 닥터 1명 등 8명으로 구성됐다. 통역은 현지에서 합류했다.

온즈카 토루 코치는 도쿄의료보건대학 소속으로 이전 대표팀에서 데이터 분석을 맡다가 호바스 감독에게 발탁된 케이스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3명의 스몰포워드 육성에 그의 공로도 남달랐는데 코트 내 위치(정면, 45도, 사이드)에 따른 선수들의 슈팅 성공률을 체크해 약한 곳에서의 성공률을 높이는 훈련을 시키는 한편, 손목 스냅과 팔을 뻗는 위치와 모양 등에 관한 것도 분석해 조언을 해주며 선수들의 슈팅 성공률을 높였다. 나가오카 모에코의 슈팅 성공률이 40%에 육박하게 된 것도 그의 조언과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은 대표팀 살림살이를 맡아야 하는 매니저에 JBA 소속의 나루이 치나츠를 수석 매니저로 후지타 아이나(JX-ENEOS)와 기무라 에리(도요타)를 서브 매니저로 임명해 팀 운영을 맡겼다. 일본은 첫 소집 때 약 20명 정도의 선수를 소집해 훈련을 시작해 단계를 거쳐 최종 12명의 인원을 선발한다. 많은 인원의 물품 지급이나 연습경기 일정 조율, 혹은 해외 전훈 일정을 짜는 데 매니저 3명은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감독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선수단에게 전달하고 또 선수들의 고충을 들으며 그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도 매니저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매 대회마다 모든 대표팀에 팀 닥터를 한 명씩 꼭 파견한다. 팀 닥터는 대표팀 소집 전에 선임돼 명단 발표 때 같이 발표된다. 팀 닥터는 외부 병원의 병원장 혹은 전문의가 맡으며 이번 여자대표팀에는 국립쇼와병원의 리 사요리 박사가 맡았다.

JBA 관계자는 “팀 닥터는 대표팀 운영에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이다. 해외에서 경기를 할 때 우리 선수가 다칠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낯선 이보다는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익숙한 일본인 의사가 선수의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팀 닥터가 실제로 합류해 선수단과 같이 지내는 것은 대회 기간 뿐이지만, 첫 소집 때부터 오가며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선수단과 정보를 공유하며 나름의 준비와 대비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이번 선수단에 감독 1, 코치 1, 트레이너 2, 매니저 1, 비디오 분석 1, 통역 1명 등 총 7명의 스태프로 구성됐다. 이중 감독, 코치를 빼면 5명의 지원스태프가 선수단을 지원한 셈이다.

전주원 코치는 한국여자농구의 레전드이자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맡았기에 최적임자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그라도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일본은 온즈카 코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도요타자동차의 코치를 지냈던 치바나 다케히코 코치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의 성격과 스타일 등을 고려해 선수 개개인에 맞는 훈련 방법을 고안했다.

전 코치가 아무리 뛰어난 코치라 한들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몇 년간 특별한 이유 없이 대표팀 코치를 1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특히 여자농구대표팀의 경우는 마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습처럼 언제나 1명으로 고정시키고 있다.

방열 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가 전주원 코치의 능력을 그토록 높이 인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감독과 코치 둘이서 머리를 맞대는 것보다는 3명 혹은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훈련 방법을 계획하고 전략 전술을 논의하는 게 더 낫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또 농구협회는 매니저 역시 한 명으로 한정했다. 국내 프로팀도 마찬가지지만 대표팀은 자질구레한 일이 많다. 진천선수촌 입촌에 따른 절차(서류 작성 및 출입증 카드 발급 등)도 있고 취재진 등 외부 인사들의 출입도 챙겨야 한다. 특히 대회 출전을 위한 출국 및 입국, 그리고 현지에서의 지원 업무 등은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고 확실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표팀의 짐은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짐은 물론이고 먹거리와 의약품 등 팀 차원의 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거의 매니저가 처리해야 할 몫이다. 협회 직원이 한 명이라도 같이 따라갔다면 부담을 나눠졌을 테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또 인도 도착 후에도 여러 가지 업무가 맞물리면서 매니저를 비롯한 지원스태프는 새벽 5시 넘게 일을 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일본처럼 3명의 매니저가 있었다면, 또 대표팀을 서포트할 협회 직원이 한 명이라도 현장에 동행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마케팅에 적극적인 JBA, 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KBA

일본은 대표팀 소집을 한국처럼 협회가 아닌 아지노모토 트레이닝센터에서 한다. 한국처럼 첫날부터 ‘어렵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하라’는 지루한 연설도 듣지 않는다. 감독 주재 하에 아지노모토에서 상견례를 갖고 훈련에 돌입한다. 그리고 첫 소집 때는 선수별로 물품이 지급된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아식스가 후원을 하고 있는데 유니폼과 트레이닝 복, 대표팀 웨어, 가방, 양말, 슬리퍼, 기능성 이너웨어까지 모든 물품이 지급된다.

농구화의 경우는 일본은 선수의 경기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 스폰서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 개인이 리그에서 신던 농구화를 가져와 신는다. 한마디로 농구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물품을 미리 준비해서 지급한다는 얘기다.

또 JBA는 대표팀의 유니폼에도 광고를 유치했다. 지난해까지는 JX-ENEOS의 모기업인 JX가 후원을 했고, 올해는 후지쯔와 미츠이 부동산이 후원사로 나섰다. 단 후지쯔는 연습복과 유니폼 모두에 했고, 미츠이부동산은 대회 유니폼에 한정해서 스폰서로 나섰다.

하지만 이런 후원이 단순히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엄연히 JBA 직원들이 영업을 뛰어서 얻은 결과기 때문이다. JBA는 자국 내 많은 팀들의 선수들로부터 등록비를 받아 경제적으로 윤택한 편이지만, 각급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진 돈만으로는 모든 팀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지원을 할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남녀 성인대표팀의 경우는 별도로 스폰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여자의 경우는 유니폼 바지 오른쪽에는 후지쯔, 상의 뒷부분에는 미츠이 부동산이라는 이름이 박히게 됐다. 미츠이 부동산은 아이치현 카리야시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을 후원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라 대회 타이틀이 ‘미츠이 부동산배 2017 일본여자대표팀 국제친선경기(女子日本代表国際強化試合2017 三井不動産カップ)’였다. 참고로 남자팀의 경우는 ‘Sponavi'라는 스포츠전문 인터넷 방송국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한국은 대표팀 소집 첫날 훈련에는 웬만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일본처럼 통일된 대표팀 연습복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소속팀의 연습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경우가 100%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 JBA 담당 직원이 연락을 돌리던, 각 소속팀에서 JBA에 연락을 하든 해서 선수들의 사이즈를 확인하고 후원사인 아식스 측에 전달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농구협회가 일본처럼 미리 사이즈를 파악해 나이키 측에 소집 날짜에 맞게 물품 지원을 요청했다면 과연 나이키가 그 요청을 외면했을까? 사실 이런 것이야말로 협회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하는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의지만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또 유니폼 스폰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협회는 근래 들어 KEB하나은행의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이것도 협회의 노력이 아닌 하나은행 측의 자발적인 지원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여자대표팀만이 아닌 남자와 각급 대표팀까지 이어져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형편이다.

농구협회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댄다. 그렇다면 이제는 직접 나서서 돈을 구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게 농구협회의 현주소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JBA조차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는 KBA는 아무 것도 안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시선은 언제나 KBL(한국농구연맹)이나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을 향해 있다.

하지만 막상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존심을 구기고 선수들을 위해 도와달라는 말을 해도 될까말까 인데 여전히 자신들의 자존심과 권한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사과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언젠가는 사과가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언제쯤 현실을 파악하고 벌떡 일어나 나무를 흔드는 시늉이라도 낼까?

사진 = 박상혁 기자, FIBA.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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