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몇 년 전의 일이다. 비시즌 훈련으로 한국을 찾았던 일본 WJBL 소속의 한 팀 선수들을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전 코치는 그들 중 베테랑 선수 한 명을 계속 주시했다.

한참동안 쳐다보던 전 코치는 대뜸 그에게 우리말로 “야! 너, 나 알지?”라고 물었다. 화들짝 놀란 그 선수는 눈을 맞추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로도 대화가 가능한 전주원 코치는 계속해서 한국어로 “그런데 왜 인사 안 해?”라고 웃으며 다가갔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그 선수도 그제야 웃으면서 꾸벅 인사를 했다.

전주원 코치는 “누군지 낯이 익은데 이름이 생각 안 났다. 그런데 저 선수도 눈이 마주치면 피하는 게 나를 분명 아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싶어서 말을 걸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선수는 전 코치가 선수로 뛸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코치가 된 그에게 말을 걸기가 어려워서 눈을 피했다고 한다. 오히려 전주원 코치가 말을 걸고 다가가 아는 척을 하자 고개를 숙이며 수줍어 했다.

지금도 일본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과거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대하던 모습과는 조금은 달라 보인다. 

박정은 전 삼성생명 코치는 “예전에는 오가 (유코)가 경기장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언니’라고 부르며 뛰어 와서 안기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오지를 않더라. 그래도 이름을 부르면 웃으면서 달려와 인사는 한다”고 했다. 

대표팀 차이? 한일 격차 중 가장 근접한 부분
일본 여자농구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한일간의 위치는 역전됐다. 이번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56-70으로 졌다. 그러나 대표팀간의 전력 차는 우리나라 여자농구가 일본과 비교해 가장 차이가 적은 부분이다. 

여전히 WJBL팀들은 WKBL 6개 구단이 비시즌 훈련 기간 동안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며 연습경기를 치르는 상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연습경기에서 한국팀이 이기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WJBL팀들을 상대로 한 WKBL팀들의 연습경기 승률은 평균적으로 30%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WKBL 최강팀인 우리은행이 일본 원정에서도 이기는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양지희가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던 지난해부터는 우리은행도 일본 팀에게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사실 비시즌 훈련은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문제는 WKBL팀들의 경기 내용이 결과보다 긍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심판 판정의 문제도 있지만 일본으로 원정 훈련을 떠났을 때에는 현지 팀에게 30점 차 이상으로 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블스코어 이상의 패배도 종종 발생한다. 에이스 보다는 주전급, 주전급 보다는 식스맨급, 식스맨급 보다는 후보 선수급으로 눈높이를 낮출수록 일본과의 수준차는 현격하다. 

예전에는 일본팀들이 앞 다투어 한국팀과의 연습경기를 원했지만 언제부턴가 WJBL의 강팀 중 일부는 한국 팀을 가려서 받는다. 연습 경기를 해봐야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팀이 일본 팀에게 지는 것이 용납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김계령(전 삼성생명)은 어린 시절 팀 선배였던 정은순 KBS N 여자농구 해설위원과의 일화를 이렇게 전한 바 있다.

“연습 경기를 끝내고 경기에 안 뛴 선수들이랑 막내들 위주로 10분짜리 게임을 뛸 때가 있잖아요? (정)은순 언니 같은 경우는 당연히 그 10분짜리 경기에 뛸 일이 없죠. 앞 경기를 뛰었으니까 그냥 벤치에 앉아 있는데, 우리가 그 경기에서 일본팀한테 조금 흔들린다 싶으면 감독님보다 더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어요. 만약에 지기라도 하면 정말 가차 없었죠. 언니가 우리를 밥 먹으러도 안 보내고 훈련을 시켰어요. 우리한테도 그러는데 언니가 뛰는 경기에서 일본한테 지는 일이 일어나겠어요? 언니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려고 했고, 반대로 일본은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가 없죠.”

정은순 위원은 자신이 일본 전지훈련에서 그랬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지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그냥 걔들(일본)이 우리보다 잠깐 앞서는 것도 맘에 안 들었어. 앞서 있는 점수를 보는 것 자체도 싫었거든. 그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이러한 일화도 그저 빛 바랜 전설이 되어 버렸다.

일본 농구가 최근 들어 세계무대에 도전할 만큼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농구를 추월하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신한은행 코치로 있었던 10년 전 쯤, 그때는 우리가 일본팀한테 거의 이겼다. 그런데 그때도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쟤들 무섭다고... 이대로면 얼마 안 가서 일본한테 다 따라잡힌다고...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됐고 이제는 ‘추월당했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일본 여자농구를 성장시킨 한국인 지도자들
일본 농구는 전통적으로 스피드가 빠르고 지구력이 뛰어나며 기본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시절, 일본 역시 세계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곤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박정은 코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는데도 일본한테 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들과의 경기는 항상 설레고 기대가 됐다. 그리고 항상 우리가 이겼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어쩌면 일본 선수들이 한국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박 코치는 이번 아시아컵에서 일본전 중계를 마친 후 “상대가 빠르니까 뒷걸음질을 치며 뒤로 물러섰다. 오히려 더 붙어서 압박을 해야하는 데 기가 눌리고 겁을 먹어서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빠른 애들한테 공간을 줘 버리니 일본은 자기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했다. 졌다는 사실보다 일본한테 우리 선수들이 겁을 먹었다는 게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난다”며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위성우 감독도 같은 의견. 위 감독은 “쟤들이 왜 저러지 싶었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선수들이 그렇게 움츠리면 벤치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일본 여자농구의 성장과 한국의 퇴보를 두고 지도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지도를 하지 못했고, 선진 농구를 빠르게 흡수한 일본에게 역전을 당했다는 것. 

하지만 일본 여자농구가 한국을 추월하는 데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유치한 한국인 지도자들의 역할이 컸다.

“일본 선수들은 예전에도 신체조건은 떨어졌지만 운동 능력은 좋았어요. 지금처럼 빠르고, 많이 뛰었죠. 다만, 그들을 가르친 지도자들도 선수 출신의 감독보다는 체육 선생님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 많았죠. 교본대로 교과서처럼 지도하는 경향이었다고 봐야죠. 그러다보니 시합 때 한국이 존 디펜스를 하거나 변칙적인 수비를 서면 대응을 하지 못했어요. 다 이긴 경기를 그것 때문에 진 적도 많아요.”

지난 해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농구계 인사의 말이다. 지금도 일본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한국 농구의 강점을 말할 때 “존 디펜스가 강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지도자의 약점을 파악한 일본은 한국의 우수한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빙했다. 

현재 일본 WJBL에서 절대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JX-에네오스의 초창기 기틀을 다진 김평옥 선생을 비롯해, 3부 리그 팀을 1부까지 끌어 올린 임영보 선생, 1978년 태국 방콕에서 한국에 여자농구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정주현 선생, 일본에서 최근까지 감독직을 역임했던 이옥자 전 KDB생명 감독 등은 일본에서도 존경받는 한국 농구인이다. 현재 WJBL 샹송 V매직을 이끌고 있는 정해일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KB스타즈의 지휘봉을 잡은 안덕수 감독 역시 일본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KB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안 감독은 샹송에서 오랫동안 코치로 있었고, 현지에서는 ‘차기 감독 자리를 보장 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였다.

이들의 지도를 바탕으로 일본은 변칙적인 수비와 코트에서의 임기응변에도 익숙해졌고,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은 한국은 물론 미국 출신 등 외국 지도자들을 다양하게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수없이 등장하는 비교, 저변과 인프라
일본 농구 성장의 근간에 어마어마한 저변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3200개에 이르는 여고 농구팀. 오호카 고등학교라는 최강 명문고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매번 전국대회 진출을 다투는 각 현의 우수팀만 해도 100개 이상이다. 

20개에 그치는 팀. 그 마저도 팀원이 부족해 한 명만 5반칙으로 물러나도 4명으로 경기를 뛰어야 하는 팀들이 있는 한국 여고팀의 실정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심지어 어떤 팀은 4명으로 경기를 나설 때 활용하는 패턴까지 있다.

지난 6월말에 진행된 ‘2017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여자부에서는 팀원이 모자라 대회를 포기하는 학교도 있었고, 경기 중 5반칙으로 물러난 선수를 대체하지 못해 자격상실패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주원 코치는 “우리 때와 상황이 다르다. 베이비붐 시대도 아니고 한 집에 한 아이 밖에 없는 데 선뜻 힘든 운동을 시키겠다고 나서는 부모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 코치는 “단순히 선수가 없는 게 아니라 선수를 할 학생조차도 적은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선수가 적으니 경쟁이 약할 수 밖에 없다. 

한 고교 농구 지도자는 “예전 같으면 단 한 경기도 뛸 수 없었을 기량인 선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아이라도 있어야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원 스포츠도 지도자가 살기 위해서는 성적이 받쳐줘야 한다.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한다고 주말리그를 만들었지만 각종 대회는 거의 매달 열린다.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전국체전, 쌍용기 등 한 학교가 마음먹고 참가하면 대회만 뛰다가 1년을 마칠 지경. 대회가 많은 만큼 우승을 하지 못하는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박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박지수(KB스타즈)-나윤정(우리은행)-차지현(KDB생명) 트리오가 중심이 된 분당경영고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던 3년간은 ‘분당경영고가 참가하지 않는 대회에 참가하는 학교가 진정한 승자’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도자들은 적은 인원 속 부족한 기량의 선수들에게 기본기보다는 당장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령을 더 지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재미없는 기본기 훈련과 힘든 체력 훈련으로 유망주가 흥미를 잃으면 지도자가 입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앞서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배출되고 프로로 향한다. 

WKBL 지도자들은 프로 초년생들이 입단하면 한숨부터 쉰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여자농구 경험이 없는 지도자의 경우에는 “대체 학교에서는 뭘 가르친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이러한 현장의 불만이 줄었다. 중고교 팀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이 프로팀에 많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현실을 알기에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다르다. 부카츠(부활동)를 바탕으로 학교 체육과 사회 체육의 저변이 활성화 된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발굴된 유망주들에게 이제는 엘리트 체육의 요소를 가미하며 강력한 저변을 확실한 강점으로 가져가고 있다.

WJBL 강호인 후지쯔 레드웨이브에서 16년간 체력 코치를 역임한 KB스타즈의 후미오 기타모토 트레이너는 “학창시절부터 농구 기술은 물론 스피드와 지구력을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학교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각 현에서 정상에 도전하는 학교들은 대게 그렇게 한다. 12세~18세에 있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여자농구 선수들 중 12~18세 시절에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모두 받은 선수가 과연 1명이라도 있을까? 어려서부터 이토록 다른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프로에 와서도 훈련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기술에서 지더라도 투지에서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 투지와 근성을 위해 강한 훈련과 많은 훈련량은 한국 스포츠의 필수 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농구도 프로화가 된 후 KBL과 WKBL을 거쳐 간 외국인 선수들에 의해 “정말 훈련을 많이 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박혔다. 그러나 뜻밖에도 일본 지도자들의 눈에 한국 선수들의 훈련량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이환우 KEB하나은행 감독은 WJBL 도요타 보쇼쿠와 합동 훈련을 마친 후 일본 선수들의 훈련량에 혀를 내둘렀다. 안덕수 감독과 기타모토 트레이너는 한일 양국 선수들의 훈련량에 대해 “팀 훈련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지만 자율적인 개인 훈련에 대해서는 “일본이 더 많다”고 단언했다.

WKBL에서 가장 자율적인 훈련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역시 “자율적이라는 말을 훈련량이 없다는 것으로 제멋대로 해석한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서운해 하겠지만, 한국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일본은 물론 중국 선수들보다도 열정이 떨어진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김도완 삼성생명 코치의 평가도 같다. 김 코치는 지난달 초 일본팀과의 연습 경기를 마친 뒤 “일본 선수들이 우리보다 전체적으로 드리블이나 체력, 수비에 대한 열정 등 농구 기본기가 잘 되어 있다. 또한 경기는 물론 훈련에도 임하는 태도 자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과 일본의 현주소
임근배 감독은 지난 달, 갑작스레 일본 시즈오카를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WJBL 서머캠프’를 보기 위해서였다.

‘WJBL 서머캠프’는 우리나라의 박신자컵 서머리그와 비슷하다. ‘비시즌 중에 연맹 산하의 모든 구단들이 지방에 모여 경기를 치르고 팬들을 찾아 간다’는 취지로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 경기에는 주로 팀에 입단한 신인선수들이나 평소 리그에서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벤치 멤버들이 출전한다.

임근배 감독은 ‘WJBL 서머캠프’를 참관한 이유에 대해 “이겨보려고”라고 말했다.

“2년 동안 팀을 맡으면서 일본팀한테 만날 지니까 화가 나고 오기도 생기더라고! 올해에도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이번엔 좀 이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얘들이 어떻게 농구를 하나 보려고 다녀왔어요.”

지난 2년간 일본팀과의 경기 경험, 아시아컵과 19세 월드컵에서 펼쳐졌던 한일전, 그리고 이번 서머캠프 참관을 통해 임 감독이 내린 한일간 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신체 밸런스’였다. 임근배 감독은 스피드, 체력, 기술, 기본기 등 그 모든 부분의 문제를 이 한 단어로 집약했다.

“풀어서 말하자면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는 능력’이에요. 공이 앞에 있으면 손을 뻗어서 잡으면 되는데 몸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그걸 못 잡아. 어떤 선수들은 나가는 공도 잘 잡아서 살리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냥 잡으면 되는 공도 건져내지 못하고 그냥 코트 바닥에 몸만 냅다 던져서 핼드볼을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단 신체 밸런스가 잡혀야 드리블을 하든 리바운드를 하든 아니면 그냥 냅다 달리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데 그 능력 자체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 게다가 열정도 걔들이 앞서니 극복할 수가 있나...”

임근배 감독은 농구 기량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WJBL 서머캠프에 참가한 모든 팀 선수들이 기본적인 신체 밸런스는 “각 포지션에 맞게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1위 팀이든 꼴찌 팀이든 선수들이 기본적인 부분은 모두 충족이 된 상태라는 것. 임 감독은 “그런 구성이라면 빠른 시간에 선수들을 끌어올리기 좋은 조건”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이번 전지훈련에서 일본 팀들을 잡기 위해 탐색 차 방문했다는 목적은 충족했을까? 임근배 감독에게 일본 팀들을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길 방법을 찾았는지 물었다. 잠시 침묵하던 임 감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치 혼잣말 같았다.

“시간이 많이 필요 할 것 같아. 단 시간 안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정말 많이 노력해야 돼... 정말 많이...”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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