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또 일본을 넘지 못했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24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2017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B조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56-70으로 패했다. 

완패였다. 솔직히 말하면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속상했다.

일본여자농구가 한국을 추월했다는 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들려왔고 결과로도 나타났다. 하지만 저변과 지원의 차이가 있어 전체적인 부분은 극복하지 못한다 해도 대표팀 간의 경기에서는 분석과 보완을 통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 경기를 봤을 때,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치밀하고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힘들다는 결론이다. 

호주전과 다르지 않았던 경기 흐름
경기는 1차전이었던 호주전과 똑같은 양상이었다. 1쿼터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2쿼터에 완전히 뒤집히면서 사실상 주저앉고 말았다. 후반에는 달라진 것 없이 점수만 주고 받았다. 심지어 내용도 호주전과 비슷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1쿼터에 우리나라는 배혜윤이 일대일에서 득점을 가져가며 리드를 잡았지만 팀 플레이로 상대에게 대항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1쿼터에 임영희가 10점을 넣으며 팀을 끌고 갔는데 득점이 모두 개인에 의존한 것이었다.

1쿼터는 일종의 탐색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10분의 시간동안 상대와 맞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비록 2점을 앞섰지만 점수를 넣는 것 자체에만 급급했고 상대적으로 자신 있게 가져갈 수 있는 플레이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2쿼터에 들어서는 상대의 빠른 트랜지션과 속공에 무너졌다. 똑같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실점을 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찾은 장점을 자신감 있게 수행했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일본은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팀이다. 어느 시점에 적절히 끊어줘야 하는데 벤치에서 부를 수 있는 작전 타임도 한계가 있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세대교체로 인해 경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일본 대표팀은 평균 나이가 우리보다 어린 24세다. 2쿼터에 넘어간 분위기는 결국 후반 내내 돌아오지 않았고, 반전의 계기 역시 마련하지 못했다.

기량의 열세, 적극성과 자세에서도 밀린 완패
경기를 보며 속상했던 게 단순히 일본에게 졌기 때문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본과의 차이를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분도 안타까웠지만 경기에서 나타난 우리 선수들의 모습 자체가 실망스러웠다.

상대의 빠른 트랜지션과 속공에 계속 당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카시키 라무가 빠졌고 박지수가 있는 만큼 높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리바운드에서는 우리가 41-32로 앞섰다. 하지만 기록으로 잡히지 않은 부분은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적극성과 최선을 다하는 박스아웃이다.

공격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상대가 공을 잡더라도 골밑에서 밖으로 쉽게 전개할 수 없다. 하지만 적극성이 결여되면서 상대에게 쉬운 속공 찬스를 허용했고 스피드에서 밀리니 따라가지도 못했다. 선수 전원이 리바운드를 위해 달려드는 일본과 분명히 달랐다.

또 상대가 빠르면 더 압박해서 상대가 강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스피드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 일본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했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첫 패스를 너무 쉽게 주면서 상대의 A패스를 전혀 막지 못한 것도 패인이다. 요시다 아사미, 마치다 루이 등 1번 자리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들에게 나가는 첫 패스를 전혀 견제하지 않았다. 일본은 패스마다 힘이 있었고 오픈 찬스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포인트 가드 자리의 부담을 떨치지 못한 우리 대표팀의 패스는 소극적이었고 목적 없이 볼을 돌리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턴오버가 나와도 일본은 플레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범하는 어이없는 실수가 많았다.

김단비가 1번을 맡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 뜻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하면서 1번의 부담도 갖다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강아정, 박혜진이 없어 윙에서의 공격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패배의 아픔에서 해법을 찾는 수확 있어야
일본의 전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도카시키의 등장으로 높이와 골밑이 강화되며 국제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원인이지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상당히 빠른 스피드를 자랑했다. 

1990년대나 2000년대의 일본도 국제대회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중국 외에는 다른 팀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의 스피드는 경계대상이었지만 그들과의 경기가 기대됐고 또 가진 것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자존심과 정신력을 갖고 임했다.

아쉽게도 오늘 경기는 이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기량 면에서 일본에게 추월을 당했어도 경기에 대한 준비나 투지, 적극성 등 정신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밀린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패배는 아프지만 패배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기본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일본이 오늘 보여준 적극성, 리바운드 가담, 빠른 트랜지션과 속공 등은 우리나라 역시 전통적으로 무기로 삼았던 것들이다.

기본적인 것들을 지켜야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을 가져갈 수 있다. 오늘 경기에서 비록 결과는 패하더라도 그런 부분의 교훈을 얻기를 바랐는데 카운터만 맞고 정신없이 쓰러진 것 같아 더 안타깝다.

누가 주입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스스로 느껴야 한다. 단순히 ‘마음가짐을 달리 하겠다’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이기고 싶지 않았던 선수는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승리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코트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인지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확실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일전은 패했지만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했던 것은 4강이다. 여전히 4강으로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보여줬던 것이 국제대회에서의 한국 국가대표팀이었다. 남은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정은 SPOTV 여자농구 해설위원, <루키 더 바스켓>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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