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달 17일.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여자 농구선수들에 대한 반복적인 온라인 성희롱 및 스토킹에 관한 글이었다. WKBL과 각 구단의 선수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한글 파일로 작성된 보고서와 사진 자료 65장을 포함해 상당량의 증거자료를 첨부하고 있었다. 며칠 뒤에는 다른 팬으로부터 추가 자료도 받았다. 인터넷에서의 음란행위 등이 포함된 자료였다.

“더럽고, 무섭고, 불쾌했다”
우선 온라인을 통한 괴롭힘이 실제 있었는지 확인을 거쳤다. 조심스러웠지만 직접적인 피해자로 거론된 선수들로부터 해당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선수 중 한 명은 “무섭고, 불쾌했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 역시 “솔직히 더러웠다. 모멸감, 수치심, 불쾌감 다 해당하는 얘기”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SNS에 글 하나만 올리면 수십 개씩 글이 달렸다. 몇 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희롱이라고 느껴지는 글도 있었다”, 혹은 “차단하고 모른척해도 공개된 공간에 나를 직접 언급해서 사진과 글을 꾸준히 올렸다는 내용을 다른 이들로 부터 들었다. 참고 무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모두 ‘해당 행위가 정상적인 팬의 범위를 넘어 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다른 선수는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 대해 뭐라하든 신경쓰지 않고 불쾌한 내용을 굳이 보고 싶지 않다”며 편치 않은 심정을 드러냈다.

“직접적인 조치 원한다”
자료를 제공한 제보자와도 연락이 닿았다. 제보자 A씨는 “최근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 사이 피해자만 늘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약 3년의 시간을 거쳐 성희롱 혹은 스토킹이 우려되는 대상 선수는 숫자가 늘어났고, 이들이 제보한 자료에 의하면 또 다른 선수가 다음 대상이 될 우려도 존재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타당한 조치가 없다면 더는 여자 농구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성적인 대상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구단과 연맹의 조치가 미흡하면, 차라리 농구를 보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보자들 모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눈에 보이는 조치’를 원했다. 이들은 “가해자의 온라인 행위가 이제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문제 행동을 보인 사람이 지난 시즌 중 농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열린 비시즌 행사에도 참석했다. 가능하다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연맹과 구단의 조치가 미흡하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 사실을 여러 구단과 WKBL에 전달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다. 연맹과 구단이 선수들 보호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해당 사안을 연맹과 각 구단, 언론사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여성폭력사이버신고센터, 한국여성의전화 등에도 제보하며 다각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WKBL과 6개 구단, “이미 공동의 문제로 인식 중” 
하지만 이에 대해 WKBL 측도 수수방관하는 입장은 아니다. 현재 사태와 관련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각 구단은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관련 사항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경기장에 관전을 오는 것도 알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경기장에 입장한 것을 확인하고 경호 인력에게 해당자에 대한 주의를 요하라고 지시했다. 현재로서는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도록 제재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구단 관계자 또한 “자료를 확인했고 모든 선수들과도 면담을 했다. 선수들 모두 위험인물에 대해 알고 있더라. 현재는 연맹과 WKBL 6개 구단이 함께 공동 대응을 하는 상황이다. 관련 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한 구단의 문제가 아닌 여자프로농구 공동의 문제로 인식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가오는 시즌에는 선수단 보호도 함께 강화할 방침이며 연맹 조치와 별도로 경호 인력 배치 및 관련 사항에 대한 경호 인력 교육 등 실질적인 조치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이에 대한 법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선수와 경기장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각 구단들은 이 문제가 몇몇 구단만의 문제에서 그칠 사항이 아니라 여자농구는 물론 스포츠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데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적법하고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WKBL은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에 위협이 되는 어떠한 요소도 용납될 수 없다. 연맹은 소속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선수들을 문제 상황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면,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다양한 조치를 두고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온라인에서 벌어진 행위에 대한 연맹 내부 규정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선수에게 실질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면, 퇴장 등 즉각적인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온라인에서 벌어진 성희롱과 관련해 연맹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내부) 처벌 규정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절대 없어야 한다. 연맹도 구단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팬들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넷 성희롱은 비단 여자 농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종목을 불문하고 여자 선수들에 대한 성적 비방 및 사이버 성폭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사안은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가 이를 지적해도 반복적으로 같은 취지의 문제를 저지르는 점, 또한 연맹과 구단, 그리고 피해자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적시하며 스스로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어 피해의 확산이 우려된다.

한편 <루키 더 바스켓>은 본지 법률 고문 측에 제보 자료를 모두 제공하고 이번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했다.

법률 고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문제성이 높으며 당연히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사안은 피해자가 된 선수 본인들이 직접 나서야 가장 강력한 처벌을 진행할 수 있지만, 선수들의 입장도 있으니 연맹이 나서도 법적인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 특정 커뮤니티 게시글 캡쳐 사항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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