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박진호 기자]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전력 누수 속에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골밑 보강'이라는 당면 과제도 생겼다.

우리은행은 팀의 주장이자 국가 대표 센터였던 양지희가 은퇴를 선언했다. 여기에 김단비(KEB하나은행)와 이선화(은퇴)도 전력에서 이탈하며 인사이드가 급격히 약화됐다.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로 선발한 존쿠엘 존스가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며 양지희의 부상 공백을 메웠지만 존스와의 재계약도 불발된 현재, 드러난 약점을 극복할 확실한 방법을 단언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우선 최은실과 엄다영에게 기대를 나타냈다.

두 선수가 양지희처럼 힘과 높이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전략적 방법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이중 최은실이 지난 시즌 MIP와 식스맨상을 석권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엄다영은 ‘미완의 대기’라고 할 수 있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201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한 엄다영은 1군에서 뛴 경기가 통산 5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코트를 밟은 시간은 총 13분 45초. 웬만한 주전 선수들의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 엄다영에게는 1군 무대에서 활약했던 시간 전체였다.

그러나 이토록 경험이 일천한 엄다영에게 위성우 감독은 기회를 주려 한다. 위 감독은 “(엄)다영이가 휴가 기간 동안에도 몸을 열심히 만들었다. 훈련 시작하고도 항상 열심히 하고 태도가 좋다.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우리은행은 서울 장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일본 WJBL 4위 팀인 미쓰비시와 연습경기를 가졌고 72-94로 크게 졌다. 이날 우리은행은 국가대표 차출과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박태은, 엄다영, 유현이, 이선영, 최규희, 홍보람 등 단 6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엄다영이 열심히 한 만큼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한 엄다영의 이날 성적은 13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그러나 기대를 보였던 위 감독은 경기 내내 엄다영에게 호된 질책을 이어갔다.

위성우 감독은 “열심히는 하는데 자기가 어떤 것을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를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엄다영에게 바라는 것은 적극적인 몸싸움과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위 감독은 “우리 팀에는 임영희도 있고 박혜진도 있다. 또 외국인 선수도 올 거다. 공격을 할 선수는 많다. 다영이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궂은일을 해줘야 한다. 단순하게 보면 지난 시즌 (김)단비가 했던 역할을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 중 위성우 감독의 불호령에 잠깐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엄다영은 “해야 할 것을 못하는 내가 미워서 너무 속상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감독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아는데 한 순간 실수를 범하면 당황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것을 연쇄적으로 계속 놓친다는 것. 

하지만 한 없이 풀죽어 있지만도 않았다. “다음 연습 경기에서는 득점을 1점도 올리지 못하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에 경기가 잘 풀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공격에 치중하고 스스로 해야 하는 몫을 잊었던 것 같다는 반성도 함께 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러한 부분을 ‘습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적어도 고교 시절까지는 대부분 팀의 에이스였고 그러다보니 눈에 안 보이는 역할보다는 득점 같은 부분에 습관적으로 집중한다는 것. 

결국 이러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연구와 쉼 없는 연습이다. 때문에 위성우 감독은 꾸준히 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엄다영을 주시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우리은행은 크게 졌지만 위 감독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주축이 된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개인적인 능력은 물론 높이와 체력 등 여러 면에서 열세에 있었음도 감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몸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힘들고 지쳤을 때도 한발 더 뛰고 열심히 하며 팀을 위해 희생을 할 줄 아는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다음 주까지 진행되는 일본 WJBL팀들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당차게 경기를 펼치는 지 지켜보겠다”고 공언한 위성우 감독이 그들에게 어떤 부분을 기대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엄다영은 “잘 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하는 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어 “열심히 준비해서 시즌에는 어느 때든 기회가 주어지면 궂은일을 충실히 해 1분을 뛰어도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께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 = 루키 사진팀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