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박진호 기자] “정말 대패를 당할 것 같은데 어쩌죠?”

WKBL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연습 경기를 앞두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8일, 서울 장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일본 WJBL 4위 팀인 미쓰비시와 연습경기를 펼쳤다. 

우리은행은 임영희와 박혜진이 국가대표팀에, 나윤정이 U-19 대표팀에 소집된 상황이었고, 김정은, 최은실, 이은혜, 박시은이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홍보람도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박태은, 엄다영, 유현이, 이선영, 최규희, 홍보람 등 단 6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렀고 미쓰비시에 72-94로 졌다. 22점차. 위 감독이 예상했던 대로 ‘대패’였다. 

경기 초반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10점차까지 앞서나갔던 우리은행은 높이와 체력의 열세 속에 시간이 지날수록 흐름을 내줬다. 경기 내내 위성우 감독의 사자후도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위 감독의 표정은 별로 어둡지 않았다. 위 감독은 “큰 점수 차로 졌지만 사실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당초 국가대표와 U-19대표에 3명이 차출 되었어도 훈련을 진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위 감독은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FA로 팀에 합류한 김정은과 발목 수술을 받은 이은혜는 재활 중이다. 최은실은 휴가 복귀 후 초반 훈련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박시은도 최근 부상으로 재활에 임하고 있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5대5 연습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

위성우 감독은 “방문한 일본팀에 오히려 피해를 줄까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며 “그나마 (박)태은이를 데려왔고, (홍)보람이가 지난주부터 조금씩 훈련에 복귀해 숫자라도 맞춰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체력훈련 이전에는 연습경기를 자제하고 싶었지만 돈독한 관계 속에 서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일본팀의 일정을 외면할 수 없어 경기를 치르게 됐다. 우리은행은 미쓰비시와 이번 주 두 차례 연습경기를 더 실시하고 다음주에는 WJBL 챔피언 JX 에네오스와 연습경기를 갖는다.

위 감독은 이번 연습경기를 통해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자 한다. 위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다. 1군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열심히 연습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좋은 기량의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당차고 자신 있게 경기를 펼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큰 점수차의 패배에도 위 감독이 웃음을 보인 것은 이러한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 위성우 감독은 “사실 (이)선영이나 (최)규희를 보면서 상당히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이 언니들이랑 연습을 하며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눈에 보이게 성장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박태은에 대해서는 “아직은 적응단계”라며 “내가 어떤 걸 원하는 지 알아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주장이었던 국가대표 센터 양지희가 은퇴했다. 양지희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했던 이선화도 팀을 떠났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김단비도 FA 보상선수로 KEB하나은행에 내줬다. 위성우 감독이 팀을 맡은 후 전력 누수가 가장 심한 해다.

위성우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매 시즌 빠져나가는 선수들은 있었다. 그런 거 하나하나에 집착하면 시즌 운영을 못한다. 분명 어려운 조건이지만 이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다른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조직력을 맞춰서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1일 여수로 체력훈련을 떠난다. 통합 5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우리은행 우승의 시발점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포의 여수행’이다. 위 감독은 이 기간을 “선수도 힘들고 나도 힘든 시기”라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체력을 끌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정신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번 여수 훈련도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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