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강하니 기자] 시카고가 끝내 결단을 내렸다.

23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불스는 지미 버틀러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골자는 2대3 트레이드다. 지미 버틀러와 올해 드래프트 16순위 지명권(저스틴 패턴)을 미네소타로 보내고 잭 라빈, 크리스 던, 7순위 지명권(로리 마케넌)을 받아왔다.

하지만 시카고의 이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버틀러를 팔아서가 아니다. 트레이드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운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이후 시카고의 로스터 구성이 다소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는 왜 비판받고 있을까?

▶ 지미 버틀러는 과연 제값에 팔렸을까

지미 버틀러가 누구인가. 3년 연속 올스타와 올 NBA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뽑힌 리그 최고 수준의 공수 겸장 스윙맨 중 한 명이다.

2016-17 시즌에는 드웨인 웨이드와 라존 론도의 입단에도 불구하고 스몰포워드로 올 NBA 써드 팀에 입성하며 기량을 또 다시 증명해냈다. 지난해 여름 데릭 로즈와 조아킴 노아가 떠난 뒤로는 팀의 확고부동한 에이스였다. 드래프트 전체 30순위로 지명된 평범한 유망주였지만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기량발전상까지 수상하고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남자다.

그리고 23일 일어난 지미 버틀러의 미네소타행. 그런데 미네소타가 버틀러를 품기 위해 치른 대가는 생각보다 작았다. 잭 라빈, 크리스 던을 시카고에 넘겼고 자신들의 7순위 지명권을 시카고의 16순위 지명권과 바꿨다. 유망주 2명을 보내고 1라운드 지명권은 잃지 않으면서 버틀러를 데려온 것이다.

이로 인해 버틀러가 헐값에 팔렸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잭 라빈과 크리스 던은 리그에서 상당히 주목받았던 유망주다. 시카고는 1년 전 여름에도 미네소타와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를 논의했었다. 하지만 당시 라빈과 던을 거론한 시카고의 요구를 미네소타가 거절하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1년 뒤 거의 비슷한 카드로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가 결국 성사됐다.

라빈과 던만큼은 안 된다던 미네소타가 불과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시카고의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가 있다. 둘의 가치가 1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라빈이 이 얘기를 들으면 조금 억울해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라빈은 2016-17 시즌에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드리블, 캐치앤슛 등에서 눈에 띄게 기량이 발전하며 득점력이 크게 좋아졌다. 앤드류 위긴스, 칼 앤써니 타운스와 함께 미네소타의 영건 3인방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2016-17 시즌 평균 18.9점 3.4리바운드 3.0어시스트)

문제는 라빈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중순 무릎 수술을 받은 라빈은 이후 코트에 전혀 서지 못했다.

회복이 잘 진행되고는 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최근에는 수트를 입고 밝은 모습으로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파이널 5차전을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 생활과 별개로 라빈은 아직 어떠한 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먼 라빈이 2017-18 시즌 개막에 맞춰 코트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약 문제도 까다롭다. 루키 계약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라빈은 내년 여름 제한적 FA가 된다. 연봉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NBA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라빈을 붙잡으려면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을 줘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시카고가 그 돈을 주고 싶지 않아도, 다른 팀들이 라빈에게 그 이상의 계약을 제안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시카고는 라빈을 한 시즌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될 수도 있다.

(▲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라빈은 다음 시즌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라빈과 함께 시카고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 던은 1년 전 모든 팀들의 관심을 받던 유망주였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마켈 펄츠를 지명하며 기어이 포인트가드 유망주까지 수집한 필라델피아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애타게 노렸던 선수가 바로 크리스 던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네소타는 필라델피아의 거듭된 트레이드 제안에도 불구하고 던을 지명할 수 있는 5순위 지명권을 끝내 넘기지 않았다. 미네소타 역시 던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시즌 만에 크리스 던을 바라보는 미네소타의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2016-17 시즌 던은 루키로서는 상당히 많은 기회를 받았다. 시즌 개막 3번째 경기부터는 아예 주전 포인트가드로 연달아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상이 잦고 경기력이 불안한 리키 루비오가 주전 자리를 던에게 내주고 결국 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NBA 코트에서 던이 보여준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약점으로 꼽히던 점프슛 문제로 코트에서 인상적인 득점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제2의 존 월’이라는 평가에 걸맞지 않게 돌파와 패스를 통한 득점 창출 능력도 기대 이하였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 황당한 실책을 쏟아내며 경기를 그르치기도 했다.

던의 루키 시즌 최고 득점 기록은 17점이었다. 하지만 포틀랜드를 상대했던 당시 경기에서 던이 기록한 온코트 득실 마진은 –11점이었다. 최고 득점을 올린 경기에서조차도 던이 코트에 있을 때 팀은 득실 마진에서 손해를 봤던 것이다.

또한 던은 대학에서 4년을 모두 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유망주이기도 하다. 1994년생으로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2-3살이 많다. 던의 루키 시즌의 부진을 유망주가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며 느긋하게 지켜보기 힘든 이유다.

던의 동갑내기들은 이미 리그에서 입지를 굳혀가거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는 올시즌 올 NBA 팀에 입성하며 총액 1억 달러짜리 연장계약을 따냈다. 조엘 엠비드, 다리오 사리치(필라델피아)는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며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수프 너키치(포틀랜드)는 불과 반 시즌만에 포틀랜드 팬들을 매료시키며 골밑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에 비해 던의 입지는 초라한 수준이다. 나이가 같아도 선수마다 자신의 기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루키 시즌에 평균 3.8점 야투율 37.7% 3점슛 성공률 28.8%에 그친 던이 5순위 지명자에 걸맞은 성장세를 앞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여전히 던은 어린 선수이고, 벌써부터 그의 미래를 손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던이 루키 시즌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내고, 빠른 시간 내에 드래프트 당시의 기대에 걸맞은 선수로 성장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미 버틀러의 계약 상태가 너무 좋다는 점도 시카고의 이번 트레이드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2019-2020 시즌까지 계약된 버틀러는 향후 3년 동안 평균 1980만 달러의 연봉만 받는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라면 적어도 연평균 2000만 달러 중후반, 많게는 30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까지 달하는 연봉을 받아내는 시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향후 3년 간 6000만 달러도 받지 않는 올스타 스윙맨 버틀러의 잔여 계약은 소위 ‘혜자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남은 계약 기간과 앞으로 그가 받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까지 생각하면 버틀러의 트레이드 가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라빈과 던, 그리고 7순위 지명권은 지미 버틀러와 16순위 지명권의 대가로 충분했을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 드웨인 웨이드-지미버틀러 콤비는 불과 1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 가드만 9명? 이해하기 힘든 로스터 구성

그렇다. 어찌됐건 이미 일어난 트레이드다. 양 팀은 공식적으로 트레이드에 합의하고 이제 언론사 자료까지 배포했다. 되돌이킬 수 없다. 남은 것은 각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시카고의 앞길이 조금 이상해 보인다. 로스터 구조가 상당히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버틀러 트레이드로 만들어진 시카고 로스터의 특징은 ‘가드진 과포화’ 라는 말로 수식할 수 있다. 로스터에 무려 9명의 가드가 등록돼 있다.

우선 이번 트레이드로 합류한 잭 라빈, 크리스 던이 있다. 그리고 지난해 영입한 베테랑 가드 드웨인 웨이드와 라존 론도도 여전히 시카고 소속이다.

여기에 카메론 페인, 덴젤 발렌타인, 제리안 그랜트, 아이재아 캐넌,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도 시카고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여름 제한적 FA가 되는 마이클 카터-윌리엄스가 팀을 떠난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가드만 8명이다. 너무 많다.

NBA 공식 로스터에 동시에 등록될 수 있는 선수는 총 15명. 그리고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최대 13명이다. 그런데 시카고는 그 중 절반 이상을 가드로 채우게 생겼다. 정말 이상하다.

심지어 웨이드, 론도, 아이재아 캐넌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데뷔 3년이 채 되지 않은 1라운드 지명자들이다. 팀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전 시간을 얻어도 모자랄 1라운드 상위 유망주들이 출전 시간을 놓고 경쟁할 상황에 처했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프로스포츠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시카고처럼 리빌딩을 선언한 팀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미션이다.

하지만 아직 리그에서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상위 유망주들에게 과도하게 많은 경쟁자 수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출전 시간을 꾸준히 받기 어려울 뿐더러 코트에 섰을 때 부담이 너무 커진다. 고작 몇 번의 실수로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진했을 때의 자신감 하락과 실망감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드웨인 웨이드, 라존 론도라는 베테랑들이 같은 포지션에 떡 하니 버티고 있기까지 하다. 지금 시카고의 가드 유망주들은 꽤나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베테랑인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도 입장이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버틀러가 트레이드면서 이적 당시 기대했던 좋은 성적은 딴 세상 얘기가 됐다. 여기에 후배들은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라, 의도치 않게 후배들의 앞길만 막는 꼴이 됐다. 현지에서 론도, 웨이드의 이적설이 나오는 이유다.

론도는 지난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부터 이미 트레이드 루머가 수없이 나오고 있다. 이미 선수 옵션을 사용해 시카고에 1년 더 잔류하기로 결정한 웨이드는 버틀러 트레이드 이후 바이아웃에 합의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웨이드의 경우 그가 말년에 시카고를 굳이 떠날지는 의문이다. 웨이드는 고향 팀에 대한 애정으로 지난해 마이애미를 떠나 시카고에 온 선수다. 게다가 우승 반지가 이미 3개로 우승에 대해 갈증이 큰 상황도 아니다. 다시 말해 웨이드가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다른 팀으로 이적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시카고가 정상적으로 다음 시즌을 치를 생각이라면, 추가 트레이드를 통해 과포화 상태인 가드진을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카고의 리빌딩은 굉장히 어설프게 진행될 수도 있다.

 

 

▶ 시카고의 리빌딩이 이상하다

지미 버틀러를 트레이드하면서 시카고는 결국 리빌딩 모드에 돌입했다. 조아킴 노아(2007년), 데릭 로즈(2008년)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하며 리빌딩 자산을 모으던 시절로 10년 만에 되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버틀러 트레이드를 둘러싼 전후 상황은 시카고의 선택이 옳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시카고는 1년 전 여름 갑자기 론도와 웨이드를 영입하며 팀의 3점슛 생산력을 망쳐 놓았으며,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팀에 남고 싶다던 버틀러를 트레이드해버리고 리빌딩을 시작해버렸다. 합리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리셋 버튼을 누르면서 진행한 버틀러 트레이드는 그 내용과 결과 모두 이상하다. 버틀러의 가치에 맞는 대가를 받았냈는지 의문일 뿐더러, 트레이드 이후 만들어진 로스터는 포지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

버틀러 트레이드가 일어난 23일, 지미 버틀러의 개인 트레이너로 유명한 트라벨 게인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은 시카고 프런트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글은 적지 않은 NBA 팬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다음 시즌 시카고는 0승 82패를 기록할 것이다. 차라리 마약상이 시카고의 단장보다 도덕적일 것이다. 시카고의 단장은 거짓말쟁이며, 이미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90년대 NBA를 지배했던 명문 구단 시카고 불스. 하지만 20여년이 흐름 지금 시카고는 과연 그 명성에 맞게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걸까? 벌써부터 의문투성이인 시카고의 리빌딩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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