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휴가는 아무리 길어도 짧다. 시즌을 마친 게 엊그제 같은데 WKBL 6개 구단은 모두 휴가를 마치고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심기일전 한 것은 부천 KEB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시즌을 마친 후 약 한 달의 휴가를 가졌고 지난 4월 10일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긴 시즌을 치르며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피지컬 밸런스를 잡아주는 훈련을 먼저 시작했고, 5월부터는 스킬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오전, 하나은행의 숙소 근처에 위치한 기흥 레스피아 호수공원에서 진행된 하나은행의 단축 마라톤 대회 같았던 체력 훈련 모습을 담아봤다.

김이슬 : "코치님.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김완수 코치 : "그래! 넌 더 할 수 있어!" 김이슬 : "...???"

오전에 체육관에서 가볍게 몸을 푼 선수들. 본격적인 마라톤 승부를 앞두고 훈련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강이슬이 보이지 않는다. 6월 5일 대표팀에 소집되는 강이슬은 이날 농구화 깔창 제작을 위해 대회(?)에 불참했다. 그리고 재활 중인 김이슬과 이수연도 체육관 훈련만 진행했다.

새롭게 하나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김단비는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에 늦게 참가해서 몸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뛰었던 김단비는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고 당초 6월 3일까지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그 스스로도 프로에 와서 받은 가장 긴 휴가라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우리은행)의 FA 이동에 따른 보상 선수로 이적을 하게 되며 팀에 합류했다. 

"단비 손~" "단비 기다려~" 마치 그런 느낌이지만 사실은 '다정한(?)' 김완수 코치가 지친 김단비를 일으켜 주는 장면입니다.

“휴가가 한 달이나 날아갔다”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던 김단비는 “나로서는 휴가도 다 못 보내고 합류한 것이지만 기존의 하나은행 선수들보다는 운동 시작이 거의 20일 정도 늦었다. 따라가려면 빨리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뜀박질에는 몸을 만드는 게 필요 없었나보다. 처음부터 1위로 치고 나간 김단비는 줄곧 1위를 지켰고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도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댄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우리은행 출신답게 하나은행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기존 하나은행 선수들 중 달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이슬이 없었지만 이전에도 꾸준히 1위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목에 두른 수건이 자메이카 국기랑 비슷한 색 조합이다. 역시. 뜀박질 DNA는 이런 컬러에 끌리는가!!!

1위로 들어온 후 “강(이)슬이 없으니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기록은 오히려 엄청나게 단축됐다. 강이슬과 함께 뛸 때 페이스를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다.

은메달리스트는 ‘반가운 얼굴’ 신지현. 각광을 받으며 프로에 입단했고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발전을 보였지만 큰 부상으로 지난 두 시즌을 회복과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던 신지현이 이번 비시즌에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며 다음 시즌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두 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한 신지현의 첫 마디는 “아.. (김)단비 언니 진짜 빨라”라는 푸념이었다. 이번에는 잡아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는 것. 실제로 초반만 해도 김단비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신지현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고 김단비의 1위 질주에 대항마가 되지는 못했다.

신지현은 이 사진을 보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의식한 것 처럼 잘 나왔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정말 의식하지 않았던걸까...

하지만 지난 2년간 팬들의 시야에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신지현이 팀 훈련을 통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기대와 위안이 될 것이다.

동메달리스트는 ‘젊은 팀’ 하나은행의 ‘언니 3인방’ 중 한 명인 박언주. 1988년생인 박언주는 1년 위인 염윤아, 백지은과 함께 하나은행의 맏언니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파릇파릇한 동생들을 뒤로 하고 우리은행 출신다운 뜀박질 능력을 과시하며 일찌감치 질주를 마쳤다.

순위는 3위었지만 베스트 드레서(?)로 손색 없었던 박언주. 하얀 모자와 빨간 반바지가 녹색의 나뭇잎과 대비를 이루며 가장 선명한 대비를 자랑했다. 언니의 패션센스는 동생들에게는 귀감이다!

그리고 메달권(?) 밖이지만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

... 그러나 박언주와 달리 또다른 맏언니 염윤아는 그냥 다크컬러로 평범하게 도배를 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컬러라 햇빛을 그대로 흡수했을 것 같은 느낌. '부천 탕웨이' 염윤아 선수. 결혼 하시더니 패션에 관심을 끊으신건가요? ㅠㅠ
거봐요.. 후배도 그냥 어둑어둑하잖아요...
... 그러나 주장마저 그냥 다크...
후배도 다크...
지염둥이도 다크....
모자빼고 다크...
귀감은 없던걸로... ㅠㅠ

사실 누가 1등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5개월 동안 팀당 35경기를 치르는 WKBL은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강행군이라고 소문이 날 만큼 녹녹치 않은 일정이다. 비시즌에 특히 집중되는 이러한 뜀박질은 리그 일정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순위와 관계없이 각자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기록을 넘기 위해, 어제보다 조금 더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서로를 독려하며 끊임없이 파이팅을 넣어주는 것 역시 스스로를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과 동료들을 위한 주문이자 염원이다. 

박찬양 : "(최)세영아... 언니가 비록 눈은 감았다만 손은 뻗었으니 하이파이브는 니가 해다오..."
선배의 하이파이브 요청에 응한 후 시크하게 달리는 최세영
'순위에 관계없이' 라고 이미 썼는데 마지막에 라스트 스퍼트 하는 두선수...

때문에 코치들 역시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선수들과 함께 달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정말 빠르게 달리셨는데 왠지 느낌은 사우나를 막 마치고 나오신 것 같은...

물론 때로는 '의도치 않게' 모델급 워킹을 선보이며 체력훈련의 열기가 뜨거운 코스를 런웨이로 만들기도 하지만...

....? 산... 책?

그리고 지겹도록 가혹한 뜀박질이 끝난 후의 휴식과 아이스크림은 성취의 기쁨을 함께 전하는 짧은 위로이자 안식이기도 하다.

아이 좋아. 일찍 들어오니 오래 쉬네~!
'지염둥이'의 과감한(?) 노출... 김지영은 "이렇게 걷어 올리지 않으면 안에서 열이 올라서 터져버릴 것 같다"며 일관된 패션을 유지했다. 주변에서는 "배 안나오면 막 내놓고 다니냐"라는 야유도 흘러나왔다.

 

백지은 : "트레이너 선생님. 이번 정부에서는 협치가 이루어질까요?" 염윤아 : "너.. 많이 힘들구나..."

지난 시즌 초반 돌풍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하나은행의 치열한 여름이 이번 겨울, 찬란한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추가 B컷, 혹은 예고)
"하은아. 이제 그만 앉지..."(feat. 이환우 감독, 신지현)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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