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승기 기자] 평균 35.2점 8.4리바운드 5.4어시스트 1.0스틸 1.6블록 FG 55.6% 3점슛 47.4% FT 92.7%.

말도 안 되는 기록 아니냐고? 실화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케빈 듀란트가 2017 파이널에서 남긴 평균 기록이다.

골든스테이트가 2년 만에 다시 챔피언 왕좌에 앉았다. 13일(한국시간) 열린 2017 파이널 5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129-12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워리어스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2016년 챔피언 캐벌리어스는 2015년 챔피언 워리어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돌려주게 됐다.

듀란트는 2017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파이널 내내 압도적인 공수 활약을 펼친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많은 동료들이 있었다. (※ 눈에 띄었던 스테픈 커리는 제외.)

 

1. 클레이 탐슨

기자는 파이널 3차전을 시청하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게 파이널 MVP 투표권이 있다면, 탐슨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이다.

1, 2차전 완승 당시 듀란트와 커리가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탐슨이 카이리 어빙을 완벽에 가깝게 수비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완승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어빙이 탐슨의 수비에 적응한 3차전부터는 워리어스가 상당히 고전한 것이 사실이다.

탐슨은 2차전에서 22점, 3차전에서 30점을 넣었다. 해당 두 경기의 야투 성공률은 무려 63.3%에 달했고, 3점슛 성공률 또한 55.5%에 육박했다. 워리어스는 첫 3경기를 모두 이겼다. 따라서 3차전까지만 놓고 본다면 탐슨이 파이널 MVP를 수상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4차전 패배, 5차전 11점 부진 때문에 탐슨의 파이널 MVP는 물 건너갔다. 

하지만 파이널 시리즈를 모두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슨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탐슨은 맨투맨 수비 뿐만 아니라, 트랜지션 디펜스, 수비 시 위치선정, 박스-아웃 등 모든 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의 경이로운 수비력과 헌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2. 드레이먼드 그린

파이널 평균 기록만 놓고 보면 11.0점 10.2리바운드 4.8어시스트 FG 34.5% 3점슛 28.0%로 그냥 그렇다. 허나 그린은 기록 그 이상의 선수다. 그의 가치를 단순히 숫자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린은 워리어스 스몰볼의 핵심 구성원이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공수 시스템을 이끈다. 공격에서는 컨트롤 타워로서, 수비에서는 최종 앵커로서 탁월한 활약을 펼친다. 코트 위에서 직접 각종 작전을 지시하며 감독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등 타고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린은 이번 파이널에서 평균 4.4개의 반칙을 범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수비에 임했다. 위에 언급한 탐슨을 비롯, 동료들과 함께 펼치는 스위치 디펜스는 명품 그 자체였다. 그린이 워리어스 우승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인 이유다.

 

3. 안드레 이궈달라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란 선수가 있다면 단연 안드레 이궈달라일 것이다. 그의 희생 정신이 현재의 워리어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막강한 수비력과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언제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다.

2014-15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직후,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이궈달라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승도 없었다. (원래 주전이었던) 그가 벤치롤을 받아들여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한 바 있다.

2017 파이널 우승 후 인터뷰에서 스테픈 커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궈달라는 대단히 프로페셔널한 베테랑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라고 찬사를 보내며, 선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궈달라는 파이널 5차전에서 무려 38분간 코트를 누비며 20점을 폭발시켰다. 이는 캐벌리어스 벤치가 기록한 총 득점(7점)의 세 배에 가까운 것이었다. 특히 2쿼터에 8점을 올리며 경기를 뒤집는 데 공을 세웠고, 4쿼터에도 7점을 추가하며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을 도왔다.

한편, 워리어스는 지난 3년간 리그 최강의 팀으로 군림해왔다. 2015년에는 챔피언에 올랐고, 2015-16시즌에는 역대 최다승(73승)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7년에는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앞으로도 골든스테이트의 전성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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